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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학생들이 이상봉 지도교사의 '포토갤러리 배다리'에서 두 번째 사진전 '보다'를 열고, 동아리 창립 2주년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폭죽을 터뜨리는 모습.
 인천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학생들이 이상봉 지도교사의 '포토갤러리 배다리'에서 두 번째 사진전 '보다'를 열고, 동아리 창립 2주년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학생들이 케이크의 촛불을 끄고 폭죽을 터뜨리는 모습.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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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학생들이 사진을 찍는 것도 놀라운데, 동아리 활동을 통해 두 번째 사진전을 열었다.

사진전이 열린 인천 중구 배다리 아벨서점 옆 건물 2층 '포토갤러리 배다리'에 들어서니, 시각장애학생들이 찍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구도는 약간 삐뚤더라도 제목과 어울리는 작품들이다.

학생들은 전시실에서도 연신 사진을 찍고 있다. 잠시 후 두 번째 사진전과 동아리 창립 2주년을 축하하는 간소한 파티가 열렸다. 자리에 함께 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핀다.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있다.

손을 잡고 자신들의 작품을 둘러보던 김희제(28, 고2) 학생과 임희원(18, 고2) 학생은 "사진을 찍는 셔터 소리가 좋고 사람 모습을 찍는 것이 좋아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며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로 사진도 찍고 전시도 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전시실 한 모퉁이에 놓인 사진전 팸플릿에 쓰인 글귀가 인상적이다.

'보다'

본다는 것이 뭘까?
태어나서 한 번도 본적이 없다.
그래서 본다는 의미를 느끼고 싶다.

보이는 것이 일상인 일반인에게는 가슴 찡하게 하는 충격적인 질문이다.
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항상 옆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우게 하는 질문이다.

본다는 것에 대한 갈증을 푸는 사진가 16인이 펼친 세상.
언어로,
그리고 손짓으로,
손길로 바라본 세상

지난해, 1년간 사진기를 통해 담아온 자신의 일상을 담아온 세상
그리고 함께 다니며 촬영하여 만들어낸 사진
16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보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각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담아낸 사진 모음이다.

- 지도교사 이상봉

청각장애학생 탁구하는 모습 보고 특수교육교사 꿈꿔

인천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이상봉 지도교사가 '보다' 사진전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인천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이상봉 지도교사가 '보다' 사진전에서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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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부평구 십정2동에 위치한 시각장애인학교 인천혜광학교에는 사진동아리가 있다. 이름은 '잠상'이다. 이 동아리가 두 번째로 연 사진전 제목은 '보다'이다. 이 동아리의 지도교사인 이상봉(57, 인천 중구 전동) 선생은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며 한국장애인사진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공간루 '정동갤러리' 소속의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갤러리 '포토갤러리 배다리'도 마련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문을 연 11일, 사진동아리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것이다. 이 전시회는 16일까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열린다.

장애가 있는 그는 고등학생 때 청각장애학생이 탁구하는 모습을 보고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교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다. 그 후 대학에서 시각특수교육을 전공했고 1983년 제주도의 시각장애인학교에 첫 발령을 받았다. 그 후 강원도 원주시의 일반학교에서 근무하다 혜광학교로 옮겨왔다. 이곳에서 부인을 만나 결혼하고 다른 학교에서 4년 근무하다 1992년 다시 혜광학교로 돌아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1995년 학생특별활동으로 사진부를 만들었다. 하지만 2년밖에 활동하지 못했고, 2005년에 다시 만들었으나 또 2년밖에 활동하지 못했다.

그러다 그는 모든 중·고등학생들의 3년 동안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전시회를 열었고, 그것을 계기로 학생들과 교사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안녕, 하세요!'가 촬영되기 시작했다. 2005년 영화 '안녕, 형아'로 눈물샘을 자극했던 임태형 감독이 찍은 이 다큐멘터리 '안녕, 하세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학생들은 사진동아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사진동아리 '잠상'이 2010년 탄생했다. 학교에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13명이 시작한 동아리는 이제 23명으로, 회원이 많이 늘었다.

설명 듣고 사물 만져보고 느낌으로 찍을 수 있어

이상봉 선생은 1995년 처음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면서는 초보적인 것만 가르쳤지만, 2000년부터 자신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면서 이제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시각장애 학생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그는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쳤을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보통 시각장애 하면 전혀 앞이 안 보이는 줄 알지만, 시각장애에는 저시력과 전맹이 있다. 저시력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흐릿하게 보이고, 전맹은 아예 보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진을 찍을 때는 반드시 저시력과 전맹 학생들이 2인 1조가 돼 서로 도움을 주며 찍게 하고 있다. 먼저 주변 사물을 자세히 설명해준 뒤 느낌으로 사진을 찍을 장소를 찾아내 찍도록 한다.

전혀 안 보이는데 아무데나 셔터를 누르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누군가 설명해주고 사물을 만져보고 하면서 찍으면 느낌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초점이 안 맞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며, 우연적으로 아름답게 나오든지 형편없게 나오든지 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다. 학생의 생각대로 찍은 사진을 잘 선택해서 사진을 보는 다른 사람에게 의미를 잘 전달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그는 또한 그렇게 찍은 사진을 누구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그냥 그 학생의 즐거움일 뿐이지만, 그것을 보는 제3자는 학생의 마음을 느낄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때문에 사진 전시를 많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을 찍고 나면 학생들에게 화면을 통해 보이는 사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다.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사람이 어디 있는지 등을 설명해 학생들도 자신이 찍은 사진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 받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 통해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느끼길 바라

인천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학생들이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저시력의 학생이 전맹 학생에게 사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모습.
 인천혜광학교 사진동아리 '잠상'의 학생들이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저시력의 학생이 전맹 학생에게 사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 모습.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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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진을 찍을까? "학생들에게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물어보면, '나중에 결혼해서 낳은 자식들을 찍어주고 싶다'는 말을 하거나 '사진을 통해서 다른 것을 많이 생각할 수 있어 찍게 된다'고 대답한다"고 그는 들려줬다. "출사(사진을 찍으러 외부로 나가는 행위)는 한 달에 한 번 가는데 회원 23명 중 17~18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진 찍는 것을 재밌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카메라 조작을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주로 무엇을 찍고 어떻게 촬영할 것인가를 많이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디에 가면 그림이 있고, 예쁜 카페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예쁜 색상을 찍을 수 있을지 알려준다. 또 움직이는 것만 찍으라거나 하루 종일 일어나서 잘 때까지 일상의 모든 것을 찍어라 등, 특별한 주제를 주고 찍게 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사진을 하나의 취미생활로 가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진 찍는 것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을 통해서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느끼길 바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나 내년에는 학생들과 함께 하는 더 큰 전시회를 열어볼 꿈을 꾸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포토갤러리 배다리'에서도 지속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시각장애, #이상봉, #사진, #인천혜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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