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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자리한 음식점 '춘삼월'에서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2호점은 매주 월요일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14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자리한 음식점 '춘삼월'에서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이 영업을 시작했다. 2호점은 매주 월요일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한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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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보다 이게 더 어려워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박일씨가 한숨을 쉬며 울상 지었다. 20년 동안 자동차 부품을 만지며 기름밥만 먹던 그가 '진짜 밥'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박씨는 "주방의 모든 것들이 낯설다"며 두부를 썰고 그릇을 닦았다. 그의 이마 위로 땀이 흘렀다.

박씨는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재능교육 등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14일 문을 연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의 주방장이다. 그가 주방에 선 이유는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다. 박씨는 "정리해고․비정규직 문제를 알려가고,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보태려면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냐"며 굽은 등을 두들겼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 지하철 6호선 상수역 4번 출구 인근의 '춘삼월'이라는 한식당이 매주 월요일마다 희망식당으로 바뀐다. 희망식당은 블로거 '오후에(닉네임)'씨가 지난 3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신동기씨와 함께 시작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근처 실내 포장마차에서 매주 일요일만 영업하는 1호점은 매주 최고 매출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시민들의 호응이 늘고 있다. 2호점 역시 일일식당 형식으로 매주 월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1호점 면적의 약 두 배,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2호점

14일 문을 연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의 내부 모습.
 14일 문을 연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의 내부 모습.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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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취지로 문을 연 식당이지만 희망식당 2호점은 1호점과 여러 가지가 다르다. 2호점은 1호점의 약 두 배인 25평 규모로 원래는 2층에 자리한 퓨전 한정식집이다. 총 10개 테이블로 한 번에 약 40명이 밥을 먹을 수 있다. 벽면에 둘러싸인 유리창 옆 탁자에 앉으면 가로수길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목 가구와 주황색 조명으로 꾸며진 가게는 따뜻한 이미지를 풍긴다. 가까운 홍대거리에 분위기 좋은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2호점의 주방은 박씨를 비롯해 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씨, 허성호 '춘삼월' 주방장과 '오후에'씨가 맡고 있다. 요리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는 '순대(닉네임)'씨도 함께한다. 쌍용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식당을 빌린 1호점과 다르게, 2호점 주인은 해고노동자와 직접 관련은 없다. 허 주방장과 오후에씨가 가게 주인을 설득해 지난 4월 식당을 빌리게 됐다고 한다.

허 주방장은 "평소 희망식당 운영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는데 직접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며 "사장님도 '좋은 취지인 데다가 식당 운영에도 도움될 것 같다'며 흔쾌히 승낙해줘서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4일 문을 연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의 메뉴.
 14일 문을 연 희망식당 '하루' 2호점의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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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를 보며 '힘든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을 방법이 있다'라는 믿음이 생겼다"며 "마침 희망식당이 운영되기에 같은 해고노동자로서 비정규직·정리해고 문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고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도 또다시 해고 통보를 한 사측의 만행을 희망식당에서 알려갈 생각"이라며 "이곳에서 해고당한 사람끼리 서로 아픔을 위로하고, 정리해고 문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외로움을 알려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순대씨는 "희망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제를 하다보면 '해고는 나쁘다'는 사실을 알아갈 수 있다"며 "비정규직․정리해고 같이 무거운 문제를 자연스럽게 알려가는 데 동참하고 싶다"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희망식당에서는 밥을 먹고 난 뒤 SNS나 블로그에 "해고는 나쁘다"는 글을 남겨야 하는 숙제가 있다.

"밝고 경쾌하게 해고노동자 문제 알려가서 좋다"

14일 영업을 시작한 희망식당 '하루' 2호점에서 콜텍 해고노동자인 임재훈씨와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박일씨가 그릇에 음식을 담고 있다.
 14일 영업을 시작한 희망식당 '하루' 2호점에서 콜텍 해고노동자인 임재훈씨와 쌍용차 해고노동자인 박일씨가 그릇에 음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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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12시가 되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대부분 인근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게 트위터나 신문을 통해 희망식당 2호점 개점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 손님들은 밥을 먹으며 해고노동자들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취지를 좋게 평가했다. 

귄혁태 성공회대 교수는 "평소 해고노동자 문제를 보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며 "마침 집근처에서 희망식당이 개점해 오게 됐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출판사 '이매진' 직원인 김세희씨는 "비정규직·정리해고 같이 우울한 문제를 밝고 경쾌하게 알려가서 좋다"라며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평택까지 가기 힘든 게 현실인데, 가까운 곳에서 지지 보낼 수 있어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희망식당 기획자 오후에씨는 식당 확장이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원래는 작은 식당에서 매주 30명의 손님을 받으며 외로워하는 해고노동자를 위로할 생각 이었다"며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래도 그는 "해고노동자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보탬이 되겠다는 취지를 이어 연말까지 식당 운영을 할 생각"이라며 "그동안 모은 돈으로 오는 6~7월 비정규직․정리해고로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들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희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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