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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차량이 와있는 한살림 울산점
배달 차량이 와있는 한살림 울산점 ⓒ 변창기

아파트 경비 일을 하고 있는데 한 지인이 다른 일자리도 한번 알아보라면서 소개를 시켜 주었습니다. 한살림 소비자협동조합에서 물품 배달직을 찾는다 하였습니다. 연락해두었으니 가서 알아보라 하였습니다. 평소 생협운동에 관심 많아서 그쪽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한살림 울산지역 이사라는 사람한테서 좀 보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12시까지 오면 된다 했습니다. 12시보다 조금 일찍 그곳에 도착했는데 이사진 회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옥동에 있는 작은 물품 가게 였습니다. 옥동은 제가 사는 남목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버스 타고 40분쯤 걸리는 거리 입니다. 12시 넘으니 회의가 끝나고 저를 불렀습니다. 가게 안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두세 분 중년 여성분들이 저를 맞이했습니다. 그 중 한분이 저의 채용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10여 년 일하던 분이 그만둔다고 해서 일할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이왕이면 생협운동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좋을 듯하여 아는 분께 소개해달라 했더니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연락드린 거고요. 울산엔 한살림이 두 곳 있어요. 이곳 옥동점 하고 굴화점이 있지요. 하는 일은 탑차 가지고 다니며 한살림 물품을 배달해주는 것 입니다. 서울서 온 물품을 배달하고, 부산에 가서 물품을 가져와서 조합원에게 배달하는 것 입니다. 그리고 주전 쪽 우리 생산자 댁에 가서 물품을 실어 오기도 하고요."

부산 물품 실어올 때는 새벽같이 갔다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부산은 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다녀와야 하고, 화, 수, 목은 조합원에게 물품 배달 한다고 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많이 바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쓰는 일이라 힘도 좀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지금 처해 있는 상황과 걸리는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한살림 울산점 가게 내부모습, 한 직원이 물품 정리를 하고 있다.
한살림 울산점 가게 내부모습, 한 직원이 물품 정리를 하고 있다. ⓒ 변창기

"저는 운전을 할 줄은 알지만 서툰 상태구요. 아내에게 한살림 배달직 이야기를 했더니 운전하다 사고 나면 어떻게 하냐고 못하게 했습니다. 생협운동엔 관심이 많아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문제가 또 걸려 있어요."

집에선 지금 하고 있는 경비직을 계속하라 하고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겸하고 있어 그 일이 잘 풀리면 그만둘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한살림 쪽에선 배달직 요원을 공급실무자라 했습니다. 한살림 분들은 일을 시작하게 되면 오랫동안 함께할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저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살림 분들은 공급실무자를 찾기 어렵다면서 가급적이면 같이 일해보자는 부탁 아닌 부탁을 받았습니다.

한살림 공급실무자를 하면 얼마 주는지 물어보니, 지금 하는 경비 일이랑 비슷한 월급 수준 입니다. 상황이 얽혀 있지 않으면 한번 해보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그냥 한살림 생협이 울산에도 있다는 사실을 안 정도에서 만남을 마무리지어야 했습니다. 그냥 오기 뭣해서 그곳에서 판매하는 물품 몇 가지를 사가지고 나왔습니다. 밖에 나오면서 한살림 울산점 이사분의 말이 마음 한구석에 안타깝게 들려왔습니다.

"택배 회사 보면 사람들 참 많던데 우린 공급실무원을 찾지 못해 애탑니다. 어디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한살림 소비자 협동조합은?
1986년 강원도 원주지역에서 사회운동을 하던 박재일 전 회장이 농민들과 함께 무농약 쌀과 잡곡, 참기름, 유정란을 가지고 서울 제기동에 쌀가게 '한살림농산'을 연 것이 모태가 되었다. 당시 우리 농촌은 농산물 시장 개방 등으로 앞날을 내다보기 어려웠고, 도시 사람들의 밥상 역시 농약과 화학 비료, 저질 수입농산물 때문에 위태로웠다. 1988년 한살림 소비자 협동조합을 설립해 초창기부터 협동조합을 조직운영의 기본 틀로 삼았다. 소비자들이 생산지를 찾아가 농민들과 가족 같은 정을 나누며 서로에 대한 믿음을 키워가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한살림생산자협의회를 결성했다.(한살림 누리집에서 인용)


#한살림 울산#생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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