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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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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진보의 가치가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인데.... 진보정당이 재창당의 각오로 새롭게 혁신하고 국민 앞에서 다시 희망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지탄하시되, 외면만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

15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강 위원장의 눈은 퀭했고 실핏줄이 돋아 있었다. 밤늦도록 일을 보고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잔 탓인지 얼굴은 까칠했다. 코가 막혀 답답하고 작은 목소리로 최근 벌어진 통합진보당의 참담한 사태를 읊조리듯 말했다. 묻는 질문마다 그는 "입이 백 개라도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며 긴 한숨을 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강 위원장에게 전날 발생한 당사 앞 분신 사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전날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에서 분신한 박아무개씨를 면회했고 그의 가족들을 위로했다. 강 위원장은 박씨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어린 자녀들이 있는 분이라 가족들에게도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12일 발생한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해서는 침통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도저히 현장에 앉아 있을 수 없었고, 많이 울었다고 했다. 이 말을 던질 때 그의 눈빛이 또 한 번 흔들렸다.

"저는 국회에서 '폭력의 중심', '깡패 의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서민 등 소외계층을 위해 그런 역할을 했다는 소신과 자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중앙위 폭력사태를 보면서 의정 활동 8년 동안 지켜왔던 소신과 자부심이 무너졌다. 더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날, 저,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는 "엄청난 불상사가 발생했으면, 대국민 사과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아직까지 그런 사과가 없다"고 질책했다.

당 혁신 문제에 있어서는 3가지를 우선과제로 꼽았다. 강 위원장은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 총사퇴 등 중앙위 의결 사항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라며 "당 최고의결기구 중앙위가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 총사퇴 결의를 했고, 또 당이 내세운 비례대표 후보이니 만큼, 당의 방침에 따르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현명하게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정선거 진상보고서 논란과 관련해서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확인·검증하고 재조사를 해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강 위원장은 "혁신의 문을 열고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혁신 비대위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내치고 혁신하는 게 개혁이 아니라 끌어안고 개혁하는 것이며 정파적 이해관계는 통합진보당의 상처이고 치부이니 이번에 잘 극복하면, 대전환과 혁신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강기갑 혁신 비상대책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중앙위 전자투표, 법적인 문제 없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앞에서 분신을 기도한 박아무개씨가 후송돼 수술을 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에 당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앞에서 분신을 기도한 박아무개씨가 후송돼 수술을 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에 당 관계자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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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후 통합진보당 당사 앞에서 당원이 분신했다. 이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나.
"운수노조 경기지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당원이었다. 어제 저녁 병원에 가서 면회를 했는데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전신 20% 3도 화상이면 중환자인데, 그 분은 전신 50% 3도 화상이다. 주치의가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고 했다. 중학생 정도 되는 자녀들이 있는데, 가족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 동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조사된 것이 있나?
"현재로서 어떻게 알 수 있겠나."

- 12일 중앙위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어떻게 지켜보았나?
"저는 국회에서 '폭력의 중심', '깡패 의원'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 서민 등 소외계층을 위해 그런 역할을 했다는 소신과 자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중앙위 폭력사태를 보면서 의정활동 8년 동안 지켜왔던 소신과 자부심이 무너졌다. 더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그날, 저, 참 많이 울었습니다."

- 비대위가 이번 중앙위 폭력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관심이 많다. 
"비대위원들과 함께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다. 오늘(15일) 중으로 비대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할 것이다. 속도를 좀 낼 생각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그 문제와 관련해 내 개인적 입장을 피력하는 것보다는 당 내부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소위 통합진보당 당권파는 중앙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당권파는 전국운영위·중앙위를 계속 방해했다. 이정희 대표가 참여한 운영위만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당권파가 중앙위에서 성원에 대해 문제제기를 계속했다. 당시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지역을 옮긴 국민참여당 중앙위원 문제를 지적하는데, 당규상 문제가 전혀 없다.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성원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계속 이러면...."

- 당권파는 14일 중앙위 전자투표 의결에 대해 법적인 문제제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불상사가 발생했으면, 대국민 사과가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아직 그런 사과가 없다. 저는 어제 '석고대죄', '만배사죄'했는데, 아직도 중앙위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는 입장은 있을 수 없다. 서기호 전 판사나 변호사들이 이미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이 법률적 검토를 마친 상태다. 비대위가 이 문제도 잘 풀어나가겠다."

- 혁신 비대위 위원들은 모두 꾸려졌나.
"오늘 구성을 마무리해, 내일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저를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다. 외부 인사는 2명이다."

- 혁신 비대위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나. 최우선 과제 세 가지만 꼽는다면.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 총사퇴 등 중앙위 의결 사항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다.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 최고의결기구 중앙위가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 총사퇴 결의를 했다. 당이 내세운 비례대표 후보이니 만큼, 당의 방침에 따르는 게 상식 아닌가. 현명하게 판단하리라고 생각한다."

- 당권파에서 끝내 의원직 사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예단해서 말하지 않겠다."

-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직접 만나 설득할 계획도 갖고 있나.
"비대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절차를 밟아나가겠다."

"정파주의 극복하면 대전환 기회 될 것"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석고대죄를 위해 만 배 사죄한다고 해도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풀 길이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큰절을 올리고 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석고대죄를 위해 만 배 사죄한다고 해도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풀 길이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큰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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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권파는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김선동 의원을 선출하고 다시 당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사퇴해야 할 당선자들까지 원내로 들어가 원내대표를 선출하겠다는 것인데, 쉽지 않을 것이다. 제가 지켜볼 것이다. 다만, 경쟁부문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 문제와 별개로,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재선인 김선동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게 안 될 일은 아니다."

- 부정 선거 진상조사보고서 논란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혁신비대위의 두 번째 과제가 진상조사 논란을 수습하는 것이다.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확인·검증하고 재조사를 해서 실체적 진실을 가리겠다. 이로 인한 양쪽의 갈등을 해소하고 명예회복을 하겠다. 살릴 수 있으면 살려야 한다. 그 전제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석고대죄를 하는 것이다."

- 14일 기자회견에서 재창당 의지와 각오를 밝혔는데 어느 정도까지 혁신할 수 있을까.
"혁신비대위의 3번째 과제는 혁신의 문을 여는 것이다. 모두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진보는 상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이기적 정파주의 폐해다. 정파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배척하는 것은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암적인 종양과도 같다. 현재로서는 내치고 혁신하고 개혁이 아니라 끌어안고 개혁해야 한다. 정파적 이해관계는 통합진보당의 상처이고 치부다. 이번에 잘 극복하면, 대전환과 혁신의 기회가 될 것이다."

- 민주노총은 17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지지 철회를 결정하게 되면 당에 상당히 큰 타격이 되지 않겠나.
"민주노총은 지지 철회가 아니라, 직접 들어와서 진보대통합을 하자고 해야 한다. 오늘 내일 중으로 민주노총에 이런 제안을 할 것이다. 그래야 통합진보당이 노동자와 농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당이 될 수 있다. 외부에서 더 많은 분들이 당에 들어와야 한다. 정태인 원장처럼 이 위기에 모두 당으로 들어와 각자의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하고자 하는 말이 있나?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양극화가 심화되는 등 진보의 가치가 더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재창당의 각오로 새롭게 혁신하고 국민 앞에서 다시 희망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지탄하시되, 외면 마시고 많은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강기갑#혁신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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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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