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됐던 통합진보당 당선자 간담회가 취소된 후 이상규 서울 관악을 당선자가 국회를 나서면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됐던 통합진보당 당선자 간담회가 취소된 후 이상규 서울 관악을 당선자가 국회를 나서면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최인성

관련사진보기


통합진보당이 연일 시끄럽지만, 일찌감치 금배지를 찾아간 이석기 당선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 쏠리는 것이 부담스러운듯합니다. 언제쯤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지난 14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머리끄덩이가 잡히는 우여곡절 끝에 온라인으로 선회한 중앙위원회는 강기갑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맞선 '김선동 원내대표 카드'가 15일 당 내에서 급부상했습니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을 한데 모은 당선자 간담회를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당권파가 '김선동 원내대표'를 밀어붙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부터 제기됐습니다.

비당권파 측에서는 간담회 불참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 당선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나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는 강기갑 비대위에 힘을 실어줄 때로 원내대표를 구성해서 이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당권파 중 유일한 재선 의원인 김선동 당선자가 원내대표로 나설 시, 원내 상황을 당권파가 장악해 비대위의 혁신 활동에 비토를 놓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당 지도부 선출까지는 당의 지배구조를 양 갈래로 나누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 같은 뜻에 동조한 다른 당선자들도 불참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날 오전11시 30분께 당은 기자들에게 공개 문자를 띄웁니다. '2시 당선자 모임 안건은 개원실무 준비의 건으로, 원내대표 선출 계획은 없음'이라는 내용이었죠. 본래, 당선자 모임은 비공개 일정이었음에도 '공공연하게 공개'된 일정으로 돌려, 원내대표 선출건은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참 뜻을 밝힌 당선자들 의사에는 변동이 없었습니다. 결국 남은 것은 당권파 당선자 6명입니다. 일찌감치 의원 등록을 마쳐 국회의원 배지를 수령했으나 그 사실이 15일에야 알려진 김재연·이석기 당선자도 그중 하나입니다.

30분을 남기고 취소된 모임

당선자 모임을 30분 남짓 남겨둔 오후 1시 30분께, 또 다른 공지 문자가 날아옵니다.

당선자 회의는 취소/ 혼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불참 의사를 밝힌 이석기 당선자를 제외한 당권파 5명의 당선자만 모이려다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출석률도 낮아 모임 자체를 취소했다는 후문입니다. 덜컥 취소된 모임에 황망해 하던 기자들 눈에 이상규 당선자가 들어왔습니다. 당선자 모임이 예정됐던 국회 의정지원단에서 빠져나가던 이 당선자를 발견한 것이지요.

'당권파들끼리 원내대표를 선출하냐'는 질문에 그는 "원내대표는 지금 선출하면 안 된다"며 "(타협점을 찾기 위해) 물밑에서 논의 중에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있었던 당권파의 폭력 사태에 대해서는 "무조건 잘못한 일"이라면서도 "우발적인 거였다, '이의 있습니다'라고 얘기하는데 '만장일치입니다'라고 얘기하니 사람들이 갑자기 한순간에 확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조직 동원' 의혹에 대해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며 "지금 워낙 언론환경이 안 좋으니까 뭇매를 맞고 있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됐던 통합진보당 당선자 간담회가 취소된 후 오병윤 광주 서구을 당선자가 국회를 나서면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급하게 자리를 떠나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정됐던 통합진보당 당선자 간담회가 취소된 후 오병윤 광주 서구을 당선자가 국회를 나서면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급하게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최인성

관련사진보기


이 당선자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또 한 명의 예상치 못한 손님이 등장합니다. 오병윤 당선자입니다. 오 당선자는 모임이 취소된 사실을 모르고 방문한 것이더군요. 당권파인 그의 얘기를 한 마디라도 들으려고 기자들은 득달같이 매달렸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기자들을 양손으로 뿌리치며 빠져나갔습니다. 13명(윤금순 당선자의 사퇴로 현재로서는 12명)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모인 정당의 원내대표 한 명 선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당선자 간담회에 연일 불참한 이석기 당선자

이 같은 해프닝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 2일 열린 당선자 간담회에서도 원내대표 선출 논의가 제기된 적이 있었죠. 그때가 당 자체진상조사위가 비례대표 경선에 대해 '총제적 부정·부실 선거'라고 결론 내린 날이었습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당권파는 원내대표 선출을 하루빨리 하자고 주장했고, 비당권파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맞섰습니다. 지금과 똑같은 상황입니다. 이날 간담회에는 노회찬·심상정·이석기 당선자를 제외한 10명의 당선자가 참석했습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난 4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대표단-국회의원 당선자 상견례에서 이정희 공동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권파(경기동부연합)의 실세로 알려진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가 지난 4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대표단-국회의원 당선자 상견례에서 이정희 공동대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당선자 모임에 '이석기 당선자'는 왜 줄곧 결석하고 있는 걸까요. 지난 7일 열린 '당 대표단-당선자 간담회'에도 이석기 당선자는 불참했습니다. 이 당선자는 "중요한 일정이 있다"는 문자 메시지만을 당직자에게 보내왔다고 전해집니다.

이 당선자는 비공개 석상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좀처럼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신비주의' 전략일까요. 적어도 오늘, 왜 불참하려 했는지 물어보기 위해 이석기 당선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나 받지 않습니다.

원내대표 선출건은 통합진보당의 향방을 가름할 수 있는 최대 이슈입니다. 그런데 '당권파' 원내대표를 뽑는 날에도 이 당선자는 불참할까요?

윤금순 당선자가 사퇴한 현 상황에서 당선자를 분류해보자면, 당권파 6명(이석기·김재연·김미희·오병윤·이상규·김선동)과 비당권파 5명(박원석·정진후·노회찬·심상정·강동원), 중간지대에 김제남 당선자가 있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김제남 당선자가 당권파 쪽으로 마음을 돌렸을 때, 과반이 참석해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성원이 달성될 수 있습니다. 이석기 당선자가 언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지, 매우 궁금합니다.


#통합진보당#이석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