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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발랄했고,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았다. 한 5·18단체 관계자는 "5·18 광주가 온통 '강정마을 판'이 되어부렀네"하며 즐거워했다. 5·18항쟁 32주년을 맞은 광주는 그렇게 유쾌하게 강정마을을 맞이했다.

 

18일 강정마을 주민들과 지킴이들 15명이 광주에 왔다. 문정현 신부가 '2012 광주인권상'을 받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은 도착하자마자 금남로에 섰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광주시민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이다.

 

문정현 신부는 금남로에 있는 가톨릭센터에서 오후 3시부터 '강정마을'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정마을회 조경철 부회장이 이끄는 강정마을 사람들은 금남로 한복판에서 '선전전'을 펼쳤다.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워서 200석 규모인 가톨릭센터 7층 대강당에 약 300명 이상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또 금남로에서는 강정마을 사람들이 추진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 국정조사 청원서명 운동'에 수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며 지지했다.

 

한 강정마을 지킴이는 "다른 지역에 가서 서명 좀 받으려고 해군기지 반대 얘기만 꺼내면 '빨갱이 XX 꺼지라'고 욕부터 하는 분들이 있는데 광주에서는 단 한 분도 거절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며 힘내라고 격려해주신다"며 "역시 광주"라고 기뻐했다.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던 이명자 오월어머니집 관장은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주먹밥을 나눠주며 "우리도 강정에 가 봤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싸우라"고 격려했다. 5·18 관련자인 이 관장의 격려에 강정마을 지킴이들은 한껏 고무돼 즉석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확성기도 없는 강정마을 사람들의 금남로 선전전에 힘을 보탠 것은 삼성과 나홀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성구 회장과 이주연 서프라이즈 홍보이사. 그들은 조 회장의 삼성과의 싸움을 홍보하기 위해 설치해두었던 부스에 강정마을 서명 코너를 만들고 급기야 자신들이 쓰고 있던 이동식 앰프까지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내주었다.

 

특강을 마치고 강정마을 사람들과 함께 금남로에 선 문정현 신부는 "오늘이 5·18 32주년인데 오늘이 바로 80년 5·18 당시 그날 같다"고 거리연설을 시작했다. 문 신부는 "강정마을 해군기지는 미국을 위한 전쟁기지에 불과하다"며 "1% 국민을 위해 99%의 국민을 버리는 부도덕한 정권이 밀어붙이는 제주해군기지를 반드시 백지화시켜내자"고 호소했다.

 

 

금남로 일정을 마친 강정마을 사람들은 5·18기념문화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7시부터 '2012 광주인권상 시상식'이 열리기 때문. 5·18기념재단 측은 예년 시상식 때보다 100석 더 많은 300석 좌석을 준비했지만 참가자는 일찌감치 400명을 넘어서고 말았다. 시상식엔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 윤봉근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문규현 신부와 시민 등 약 450명이 참석했다.

 

그 자신이 5·18당사자인 김준태(시인)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2012 광주인권상' 개식사를 통해 "문 신부님은 우리 시대의 '싸우는 영혼'"이라며 "(문 신부님은) 우리들이 가장 힘들 때 그리고 우리들이 갈 길을 찾지 못할 때 우리들을 인도하는 광야의 세례 요한을 떠올리게 한다"고 존경을 마음을 나타냈다.

 

광주인권상 심사위원회가 "'길 위의 신부'로 불리는 가톨릭 사제로서 한 평생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억압받고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이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희망을 만들어왔다"고 문정현 신부를 2012 광주인권상 수상자로 결정하게 된 배경을 발표하자 장내에선 "우와"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큰 박수가 터졌다. 

 

 

문정현 신부는 "나는 지금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수상자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강정마을에서는 이미 5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체포 연행되었고,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권력에 항의하다 나 자신도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고 몸이 부서졌다"며 눈물을 삼켰다.

 

문 신부는 "광주항쟁 정신은 주먹밥이며 그 정신은 오늘도 용산참사, 한진중공업과 해고노동자, 4대강, 강정에서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주먹밥이 힘과 용기를 주고 있다"며 "이처럼 가난한 자들의 자발적인 연대가 밑바탕이 되어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지켜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소망했다.

 

광주인권상 시상식에 참석한 한 시민은 "문 신부님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함께 노래하고 구호 외치는 모습이 마치 한 가족 같았다"며 "우리 광주시민들이 80년 5·18때 경험했던 해방공동체의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광주와 강정마을은 한 가족"이라고 말했다.

 

간만에 뭍에 올라온 강정마을 사람들은 19일 오전 망월동 5·18묘지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홍보와 국정감사 추진 서명운동을 벌인 뒤 오후에 서울로 올라갔다. 그들의 또 다른 형제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태그:#강정마을, #5.18, #금남로, #제주해군기지, #문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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