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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22일 오후 전남 화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광주·전남 임시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선출대회'에서 강기정 후보가 488표를 획득하며 1위를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한길 후보는 437표를 얻어 2위를 기록했고, 이해찬 후보는 371표를 얻어 체면을 구겼다. 이른바 '민주당 텃밭'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추미애 후보는 282표, 이종걸 후보 127표, 우상호 후보 111표, 조정식 후보 103표, 문용식 후보 37표 순이었다.

 

민주당 대표 경선 선거인수는 광주 448명, 전남 704명. 이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이는 광주 394명(투표율 87.9%), 전남 584명(투표율 83%)이었다.

 

투표결과 광주에선 강기정 후보가 25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해찬 후보는 178표를 얻어 2위를 했지만 153표로 3위를 한 김한길 후보와의 격차는 25표 차에 불과했다. 추미애 58표, 이종걸 46표, 조정식 45표 우상호 34표, 문용식 18표 순이었다.

 

전남에선 김한길 후보가 284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고, 232표를 얻은 강기정 후보는 2위, 추미애 후보는 224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이해찬 후보는 193표를 얻어 4위를 기록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이종걸 81표, 우상호 77표, 조정식 58표, 문용식 19표 순이었다.

 

광주전남 대의원 경선이 끝난 22일 현재 울산과 부산, 광주·전남지역 득표 누계에서는 이해찬 후보가 772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744표를 얻은 김한길 후보가 28표 차로 이 후보를 턱밑까지 바짝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비록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민주당의 안방이랄 수 있는 광주전남에서 이해찬 후보가 1위 자리를 뺏겼다는 것은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광주전남은 DJ 이후 '호남맹주'를 꿈꾸던 박지원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큰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민주당 대의원들은 호남맹주를 자처하는 박지원 식 구도인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거부하고 만 것이다.

 

광주와 전남이 그동안 민주당 정치적 진로의 방향타 역할을 해온 것을 감안하면 이해찬의 광주전남 패배는 치명적이다.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경선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당시 노무현 후보는 이인제 후보의 '대세론'과 한화갑 후보의 '조직력'을 궤멸시키며 1위에 올라 전국적 지지율 1위 탈환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결국 승자는 광주경선에서 승리한 노무현이었다.

 

강기정 후보의 파란...'전투성' 높게 평가

 

광주전남 경선 결과에서 또 주목해야 할 점은 강기정 후보의 파란이다. 투표결과 지역 대의원들은 강 후보의 '전투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 후보가 정세균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1위를 차지하는데 보탬이 됐겠지만 그보다는 '전투력 복원'을 통한 '정권창출'이라는 강 후보의 메시지에 민주당 광주전남 대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 후보는 줄곧 자신이 집권여당으로부터 가장 많은 법적 조치와 정치적 탄압을 받아온 '파이터'임을 강조해왔다.

 

광주에서 치명상을 입은 이해찬 후보가 1위를 고수하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가겠지만 경선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게 됐다. 우선 2위 김한길 후보와의 표차가 28표 차에 불과하고, 갈수록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박지원 대표가 이제 어쩌지도 못하는 '계륵'의 처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한길 후보의 공세는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다. 김 후보는 이해찬 후보를 향해 대놓고 "내가 한나라당에 갔다 온 사람이냐, 호남분들과 함께해야 대선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이 죄라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따졌다.

 

그리고 김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을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살아오셨는데 지금 우리 당에서는 당내 민주주의조차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대의원과 당원을 무시하고 내가 당대표할테니 당신은 원내대표하라고 한다"고 이른바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대의원들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이 후보가 "총리까지 한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담합을 하겠냐"고 반박했지만 이미 김이 빠진 상태였다. 이 후보가 이후 지역 경선에서도 계속될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에 대한 다른 후보들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면 오늘 광주전남 투표결과처럼 '이해찬 대세론'은 거품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민주당은 24일 대구·경북, 25일 대전·충남 등 전국 시도당을 순회하며 대의원 현장투표를 계속 이어간다. 대의원 현장 투표결과는 오는 6월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동안 실시되는 일반 시민과 당원 대상 모바일 현장투표(70% 반영)와 합산해 6월 9일 임시전당대회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민주당#광주#김한길#이해찬#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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