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참게장입니다. 꽃게보다 더 맛있습니다.
 참게장입니다. 꽃게보다 더 맛있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나도 게딱지 먹고 싶단 말이야!"
"게딱지가 다 네 것이니? 막둥이도 좀 주고, 아빠도 좀 먹자."
"..."
"아까 점심에도 너만 게딱지 먹었지?"
"..."


게딱지를 보면 정신을 놓아요

지난 20일 우리 집 저녁 풍경입니다. 점심 때 큰 형수님이 게장을 조금 가져왔습니다. 회를 좋아하는 딸 아이는 게장도 엄청 좋아합니다. 그것도 게딱지는 모두 자기 것이라는 착각을 할 정도입니다. 막둥이는 이런 누나가 밉습니다. 자기도 먹고 싶은데 누나가 다 먹어버리는 얼마나 얄밉겠습니까. 다음부터는 아빠도 좀 먹자는 말에 눈에 눈물이 글성이면서도 게딱지를 파내 입안으로 집어 넣기 바쁩니다.

 게뚜겅을 보면 정신을 놓는 딸. 다음부터는 아빠가 먹겠는 말에 '울먹'입니다.
 게뚜겅을 보면 정신을 놓는 딸. 다음부터는 아빠가 먹겠는 말에 '울먹'입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게뚜겅을 보면 정신을 놓는 딸. 다음부터는 아빠가 먹겠는 말에 '울먹'입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게딱지는 '내것이야'라며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게뚜겅을 보면 정신을 놓는 딸. 다음부터는 아빠가 먹겠는 말에 '울먹'입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게딱지는 '내것이야'라며 맛나게 먹고 있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게딱지가 그렇게 맛있니?"
"예."
"그럼 나눠 먹어야지. 막둥이도 좀 먹고."
"체헌이도 점심 때 먹었어요. 방금도 먹었고."
"누나! 나는 방금 아빠드렸잖아. 하지만 누나는 다 먹었어. 점심 때도 두 개나 먹었고,
저녁 때도 두 개 먹고..."
"오늘은 어쩔 수 없지만, 서헌이 너 앞으로는 막둥이와 아빠도 좀 먹게 참아라. 알겠니?"
"..."


게딱지 못 먹으니 게다리라도...

딸 아이는 그렇게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누나에게 게딱지를 빼앗긴 막둥이는 결국 '게다리'를 잡았습니다. 게딱지보다는 못해도 게다리 역시 맛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옛날에는 게다리 하나 가지고 밥 한 그릇을 다 드셨다고 했습니다.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번 먹을 때마다 게장이 다시 담그면 되기 때문입니다. 막둥이는 게다리도 맛있는지 엄청 잘 먹습니다.

 누나에게 빼앗긴 게뚜껑. 막둥이가 잡은 것은 게다리입니다
 누나에게 빼앗긴 게뚜껑. 막둥이가 잡은 것은 게다리입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게다리 하나 잡고 맛있게 먹는 막둥이
 게다리 하나 잡고 맛있게 먹는 막둥이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그래도 다행인 것은 큰 아이가 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입니다. 먹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동생들만큼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약 큰 아이까지 게장을 좋아하면 아마 밥상머리는 전쟁터로 변할 것입니다.

"게다리도 맛있지?"
"응, 맛있어요."
"그래 다음에는 네가 게딱지 먹어. 누나는 게다리 먹고."

"다음에는 내가 게딱지 먹을 거라고요!"

딸 아이가 미안했는지 게딱지를 조금 주었습니다. 정말 먹음직합니다.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왜 딸 아이가 게뚜겅을 보면 정신을 놓고, 다음부터는 아빠가 먹겠는 말에 '울먹'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게장은 정말 밥도둑입니다.

 게뚜껑 하나만 있으면 밥 한그릇은 뚝딱입니다
 게뚜껑 하나만 있으면 밥 한그릇은 뚝딱입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게장#게딱지#밥도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