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돌아가신 거 너무 슬퍼요. 저 기억하세요? 뽀뽀하기 싫어했던 아이에요. 지금은 너무 후회돼요. '쪽~' 할 걸 그랬어요. 노무현 대통령 할아버지 너무 보고 싶어요!"

19일 오후 청주 철당간 광장에서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모제'에서 보드판에 걸려 있던 추모쪽지 가운데 하나다. 이 쪽지의 주인공은 엄경출 통합진보당 사무국장의 큰 딸 준희(7). 사연인즉슨 준희는 만 3살 때 아빠 엄마와 함께 봉하마을에 갔었다.

이날 준희는 잠시 동안 노 전 대통령 곁에 있을 수 있는 행운을 차지했지만, 본인을 귀여워했던 노 전 대통령의 뽀뽀를 거부했고 그것을 기억해 내 쪽지를 남긴 것이다. 이 쪽지를 보고 준희 부모도 놀랐다. 노 전 대통령은 어린 아이 기억의 저편 어딘가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다.

오후 1시부터 참배가 시작되었다. 제일 먼저 참배를 드린 김신숙(40)씨는 "여기 오기 전에 카카오톡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철당간에서 추모제 한다고 소문을 많이 냈다"면서 "3주기에 참배도 안 하고 넘어가면 존경하는 것도 아니"라고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19일 청주 철당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19일 청주 철당간 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한 시민이 노 전 대통령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신용철

관련사진보기


김씨의 눈물을 보며 노무현재단 충북지역 준비위원회 준비위원장인 진화스님(56)은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우는 시민들이 진심"이라며 "이런 분들이 있기에 노 전 대통령께서 꿈꾸셨던 '사람사는 세상'은 아직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눈물, 노 대통령 사랑하는 진심

이날 노 전 대통령 추모제에는 추모제 시작 전인 이른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여러 명의 청년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했다.

이 가운데 '뻗치기'로 반나절 이상 분향소를 지킨 하재천(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과 3학년)씨는 "작년에 해외에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자원봉사라기보다는 시민으로 적극 참석해 다른 시민들을 독려하는 것이 의미 있을 것 같아서 함께 하게 됐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다른 대통령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이 좋았다, 그런 대통령을 잃어서 마음 아프지만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분향소에서 만난 류행렬 민주통합당 사무처장은 이번 추모제와 관련해서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류 처장은 "지금까지는 추모제가 행사 중심으로 갔다, 추모제를 더 넓고 깊게 가려면 방식의 전환 즉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실제 노 대통령의 정신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이시종 지사를 비롯해 한범덕 시장, 최미애·박문희·장선배·이광희 민주당 도의원들, 강태재 참여연대 상임대표와 송재봉 처장, 이두영 경실련 처장, 김승환 충북대 교수, 조상 청주대 교수 등 각계 각층 인사들이 참석해 노 전 대통령 3주기의 의미를 더했다.

제일 먼저 분향소를 찾은 최미애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비례대표로 도의회에 입문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각별해 보였다. 최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조그만 흠에도 스스로를 용서하지 않고 항상 국민을 위해 원칙과 소신을 지킨 분이다, 그런 분을 보면서 늘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분을 잃고 참 많이 슬펐다"면서 "지금도 가끔씩 노 전 대통령님 꿈을 꾼다"며 눈시울을 훔쳤다.

오후 7시가 되어선 추모 행사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이시종 지사는 "어느덧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3년이 되었는데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이 그토록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기대한다, 경건하고 값진 추모의 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나아가자"

강태재 참여연대 상임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권위주의를 깨뜨린 장본인 ▲지역주의 타파를 깨드린 장본인 ▲권력자들의 세상을 깨드린 장본인"으로 평가하면서 "그 분이 돌아가신지 3년이 되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꿈꾸는대로가 아닌 정 반대로 세상이 가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다시 한 번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 아빠와 함께 분향하는 아이들, 초상화를 쓰다듬는 시민, 분향을 하고 자원봉사자의 옷깃에 눈물을 닦는 시민 등 수많은 조문객들의 참배 속에 충북 도내에서 있었던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모제는 내년을 기약하며 마무리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충북, #충청리뷰, #추모제, #이시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 분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등 전방위적으로 관심이 있습니다만 문화와 종교면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