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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자료사진)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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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KBS 새노조(언론노조 KBS본부)가 만드는 <리셋 KBS 뉴스9>는 북한이 광명성 3호를 발사하기 1주일 전인 지난달 4월 7일 미국 정부 고위 관리가 비밀리에 평양에 파견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광명성 3호 발사 문제를 놓고 북미 양측이 첨예하게 신경전을 벌이던 당시에도 북한과 미국이 뉴욕채널을 포함한 접촉선을 유지하며 핵심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눠왔다는 얘기다.

23일 <연합뉴스>의 워싱턴발 기사는 북미 비밀접촉에 대한 보다 진전된 정보를 담고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현지시간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 고위 당국자의 방북 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질문에 대해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말할 게 없다"며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극비 방북한 미국 관리는 조지프 디트라니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비확산센터(NCPC) 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지난 4월 7일 북미 간에 모종의 비밀접촉이 있었음은 확실해 보인다.

"한국 정부 혼선은 청와대 안보기구 난맥상이 낳은 결과"

그렇다면 북미 비밀접촉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리셋 KBS 뉴스9>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위관리의 비밀방북 당시 우리 정부 내에서 이런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미 항공기가 북한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군에 비상이 걸리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은 23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미국 관리의 방북 당시 보여준 우리 정부의 혼선은 청와대 내 안보관련 기구의 난맥상이 빚어낸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김 편집장은 국내정치 요인에 종속되어 대북정책을 펼친 결과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에 우리 스스로 부응한 꼴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편집장과 나눈 일문일답 요약.

- 지난 4월 7일 미 고위 관리의 비밀 방북과정에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시 건설교통부 항공관제센터와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는 미 특별기가 오니까 관제하라는 통보를 받고 있었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는 한미연합부대이기 때문에 C4I 체계는 주한미군 자산을 쓰고 있다. 그러니 한미 양국군 간에 정보 공유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중앙방공통제소에서 청와대로 보고하면서 시작되었다. 사전에 관련 정보를 모르고 있던 청와대 일부 부서에서 이 사실을 확인하느라 미 고위 관리를 태운 항공기가 북한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한 시간 가량, 여섯 차례 우리 상공을 선회하게 된 거다."

- 북미 비밀접촉의 성격상 미국 정부에서 미리 통보를 했을텐데 청와대 내에서 혼선을 빚었던 이유가 있는가.

"과거 노무현 정부의 NSC 체제 같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당시에는 모든 정보의 관리와 정책 조정이 강력하게 이루어지던 체제다. 문제는 이 정부 들어 청와대의 안보관련 조직이 느슨해지면서 동시에 난립하게 된 데 있다.

현재 청와대에는 장관급의 안보보좌관, 차관급의 외교안보수석, 대외전략기획수석, 위기관리수석이 있다. 직급으로는 수석급 한 명 정도 있는 게 정상인데, 지난 정부보다 4배 이상 자리가 늘었다. 이렇게 늘어난 안보보좌관과 수석들이 어느 회의에 누가 참석하느냐, 이런 문제 정리하기도 어렵다. 그러다보니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나머지는 다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지금의 청와대 안보관련 기구는 난립하는 구조, 기능적으로 비대화된 구조, 그러면서도 느슨한 체계를 이루고 있어서 정보의 공유가 어려웠다. 따지고 보면 이 정부 들어서 우리 안보 체제가 다 그렇다. 군이 서북도서사령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해 북한이 포를 쏘았을 때, 누가 명령권자인가를 놓고 3명이 싸웠다. 서북도서사령관, 해군 작전사령관, 해군 2함대 사령관 이렇게. 그러니까 조직을 많이 만들면 사공이 많아져서 배가 산으로 가게 되는 거다."

"너무 주관적으로 정세 인식... 북미 간 우리가 모르는 흐름 있다"

- 이번 비밀접촉 당시 우리 정부 내에서 빚어진 혼선이 또 시사하는 바가 있는가.

"이걸 한번 꼭 짚고 싶다. 이런 혼선은 북한식의 '통미봉남'이 여전히 작동되는 한 단면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국제사회가 다 단결해서 북한을 규탄할 거라 그랬고, 제재에 나설 거라고 했지 않은가.

그런데 그 와중에 북한과 미국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뭘 말하는가?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은 그대로 적용되고 우리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통중봉북'(한국이 중국과 통하고 북한을 봉쇄한다)이라는 표현까지 썼잖은가? 하지만 이런 말들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었던가를 이번 북미 접촉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너무 우리 주관적으로 정세를 인식했던 것은 아닌가.

확실히 이런 주관적 시각으로는 이 사건이 너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북미 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흐름이 있었던 게 아닌가. 예를 들어보자. 지금까지도 미국은 2.29 합의가 파기되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단되었다고 이야기를 하지. 이건 북미 간 합의 자체는 유효하다는 말이다. 이번 비밀접촉을 통해 왜 미국이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암묵적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 다시 북미 접촉으로 돌아가서, 확인된 부분이 어디까지인가.

"평양으로 들어갔던 미국 항공기가 나온 시간이 12시라고 하더라. 낮 12시인지, 밤 12시인지는 확인이 안 되었는데, 상식적으로 보자면 오전 8시에 도착한 비행기가 정오에 나오기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밤 12시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또 미국의 고위관리가 만난 사람은 북한의 최고위층이라고 알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태그:#김종대, #북미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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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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