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귀농해서 사는 전남 장흥군 장흥읍에서는 '정남진장흥농협 하나로마트'가 가장 큰 매장입니다. 인근에 큰 슈퍼마켓이 몇 개 있긴해도 규모로는 단연 하나로마트가 최고지요. 저희도 공산품 등을 구매하려할 때는 하나로마트를 이용합니다.
물론, 하나로마트가 소비자이면서 농민이 된 제 입장에서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농산물 취급 문제나 원산지 표기, 유기농산물 비율, 축산물 관리 등등 불만이 많지만 오늘은 다른 불만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5월 초, 정남진장흥농협 하나로마트는 가정의 달을 맞아 경품추첨행사를 한다면서 상품구매 고객에게 2만 원당 1장씩의 추첨용지를 주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적도록 했는데, 저희도 적어서 추첨용 통에 넣고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에는 드디어 당첨자 발표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저희는 '또 한 번' 놀라지않을 수 없었답니다.
사진에서 흐릿하게 된 부분은 제가 그렇게 한 것이고, 실제로는 이름, 주소(일부), 휴대전화번호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위에서 "또 한 번 놀랐다"고 표현한 건 작년 경품 행사 때에도 저렇게 개인정보가 노출돼 매장직원에게 항의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농협 계열사도 아니고, 엄연히 농협중앙회의 한 부서인 '마트사업분사'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서 어떻게 이렇게 개인정보를 소흘히 다룰 수 있는지, 농협이 은행업무를 보는 곳이 맞는지가 의심스럽습니다.
명단이 출력된 용지에는 "본 문서는 농협의 중요자산이므로 무단으로 수정 및 복사를 할 수 없습니다"라고 되어있지만,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촬영을 할 때에도 제재를 가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결국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촬영해 이름과 전화번호를 수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에 악의적인 목적으로 이용하거나 유출될 경우 개인의 안전과 재산에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매일 수신되는 스팸문자, 보이스 피싱, 나를 사칭한 메신저 상의 금융사기 등이 모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될 수 있습니다." (출처 :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 종합지원 포털 http://www.privacy.go.kr)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름, 주소, 전화번호는 개인정보이고 사업장은 개인정보를 "법령의 근거없이 외부로 유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일반 개인사업자도 아닌, 그것도 금융을 담당하는 기관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이 이 정도라니요.
저희가 항의한 탓인지, 아니면 이번 담당자의 '취향' 탓인지, 주소를 면 단위까지만 공개한 걸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예전에는 지번까지 상세하게 출력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경품당첨자 발표에는 아래 정도만 공개하면 됩니다.
홍길동 장흥읍 XXX - XXXX - 1234이렇게 최소한의 주소만 적고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만 보여도 본인은 충분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일반직원들은 몰라서 그럴 수 있다 해도, 점장에게 얘기했는데도 변화가 없다는 것은 농협 측의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이러한 농협중앙회 직원들의 안이한 의식 수준이 작년 농협해킹 사건의 배경이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농협이 신경분리(금융 등 신용사업과 농축산·유통 등 경제사업의 분리)와 더불어 외형적으로 커져가는 만큼 농협 내부의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의식도 높이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본인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