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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노조 해고자 사무실에서 만난 최병승씨.
 현자노조 해고자 사무실에서 만난 최병승씨.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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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연찮게 최병승씨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난 5월 23일 수요일 오전 7시 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으로 갔었습니다. 5월 17일 현재자동차 노동조합(현자노조) 김홍규 수석부지부장이 폭행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출근 선전전 하는데 가본 것 입니다.

마침 지나가던 비정규직 노조 간부에게 이야기를 하니 "김 수석이 피해자이니 직접 만나보라"며 입원한 병원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알려준 병원으로 버스를 타고 가 현자노조 김 수석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가려는데 현자노조 간부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그분께 "현자노조 사무실에 들어가 다른 분도 좀 만나보고 싶다"고 부탁을 했더니 응해 준 것입니다.

먼저 현자노조가 있는 건물 모퉁이에 자그맣게 있는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에 들어갔습니다. 모두 "어떻게 들어 왔느냐"며 놀라워 했습니다. 아침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고 최병승 씨는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하니 현자노조 사무실로 가보라 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해고자가 있는 작은 사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현자노조 입구 벽면에 붙어있는 각종 벽보.
 현자노조 입구 벽면에 붙어있는 각종 벽보.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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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승씨는 대법원에서 최종판결 나기 전까진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이었으나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판결이 난 후 '현대차 노동조합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만든 공간에서 지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문 위엔 '현자노조해복투'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현자노조에서 공식 해고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된 일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저더러 어떻게 들어 왔느냐고 의아해했습니다.

사실, 저번부터 최병승씨를 한 번 만나려고 노력했습니다. 몇 차례 현자노조 사무실에 들어가 보려고 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출입 허가를 받기 위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매번 빠지곤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현자노조 김 수석을 인터뷰하면서 최병승씨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최병승씨가 지내는 곳은, 작은 골방 같았습니다. 최병승씨는 현재 경찰의 수배를 받고 있어 공장 안에서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식사하러 갈 때는 현자노조 간부와 모여서 같이 가야 하고 현자노조 내에서만 지내야 해서 갑갑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불법파견 정규직화'에 대한 희망 때문인지 생활하는 모습은 다소 밝아 보였습니다.

"제가 요즘 좀 바빠서요. 30분 정도 시간 낼 수 있겠네요."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하나 주면서 최병승씨를 인터뷰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그 안에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일 처리를 하느라 바쁘게 보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수시로 찾아와 상담을 하고, 교육 자료도 준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송 자료도 준비해 주면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30분이나마 시간을 내어 주는 게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공장안에서 현수막 선전전 하는 노동자들.
 공장안에서 현수막 선전전 하는 노동자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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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시작한 거 결론은 봐야...힘들게 8년 버텨"

"저는 2002년 3월 8일 현대자동차 1공장에 들어와 일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2004년 경 노동부에서 현대차 101개 업체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판정 내렸잖아요. 그 후 비정규직 투쟁 위원회가 만들어지고요. 그때부터 비정규직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러다 2005년 1월 투쟁 후 바로 해고됐지요. 저뿐 아니라 수백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징계를 받고 해고됐어요.

불법파견 투쟁에 가담한 노동자는 대부분 징계를 받았으니까요. 우린 부산 지노위에 바로 구제신청을 했어요. 90명이 중노위까지 갔는데 돈이 없어서 행정소송은 15명만 하게 되었지요. 다시 15명이 고법까지 갔으나 모두 패소 했어요. 소송비용이 문제였어요. 당시 비정규직 노조는 이런저런 불법파견 투쟁으로 벌금을 엄청 많이 맞고 있는 상태여서 소송을 이어 갈 비용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대표소송이라도 해서 끝까지 가보자, 이왕 시작한 거 결론은 봐야 할 것 아니냐며 의견을 모으고 힘들게 8년을 버텨왔어요."

기자인 저도 비투위 시절부터 노조에 가입하고 같이 불법파견 정규직화 활동에 가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있던 공장엔 노조원이 저뿐이어서 집단 행동을 할 수 없었고, 해고까지 가진 않았습니다. 물론, 하청업체 간부와 원청 간부로부터 여러 압력에 시달리기는 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고된 최병승씨 여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2005년 중노위부터 시작된 부당해고 구제신청은 계속 패소를 거듭했어요. 게다가 검찰 쪽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무혐의' 처분을 내려 버렸어요. 앞이 보이지 않더라고요. 우리에게 희망이 있기나 한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우린 대표소송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거죠. 1대 위원장을 지낸 안기호 동지와 제가 대표소송으로 대법원까지 가게 된 겁니다."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맞고 최병승은 현대차 직원'이라고 판결 내렸습니다. 대법원에서 이런 판결문이 나온것은 파견법 6조 3항을 들어서 입니다. 파견법 6조 3항에는 고용의제가 적용되어 '2년이 경과한 후엔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원청 소속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그 법률을 적용하여 '최병승은 이미 현대차가 고용한 노동자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문을 내놓게 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뿔싸, 기자인 저는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희망 반, 절망 반 이었습니다. 저는 2000년 7월 3일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를 통해 들어가 10여년간이나 다녔습니다. 그러다 2010년 3월 중순경, 그러니까 대법판결 3개월 좀 넘게 남겨두고 하청업체로부터 권고사직을 받게 되었던 것 입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나던지요. 불법파견인줄 뻔히 알면서도 마음이 나약했던 저는 하청업체가 내미는 권고사직서에 군말없이 서명하고 말았던 것 입니다.

최병승씨는 "변창기씨의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문 요지를 적용해 보면 이미 현대차 직원으로 간주되고 있으므로 하청업체에 낸 사직서는 무효에 해당 됩니다"라고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났지만 아직 다 끝난 게 아닙니다. 우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대법원 판결문은 이런 거죠. '최병승은 현대차 종업원으로 해고된 상태다.' 단, 정당한 해고인지 부당한 해고인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판결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문제를 다시 중노위(중앙노동위원회)가 다루게 된 것이고요. 중노위는, 현대차 정규직인데 하청업체에서 해고 했으므로 해고 절차가 무시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5월 2일 판결했어요."

웃던 최병승씨는 잠시 시무룩해졌습니다.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라 판결하고 현대차에게 상당액의 체불금액을 지급하라고 했다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중노위는 행정기관입니다. 그래서 행정지침을 내린 처분에 불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은 법률에 의한 판결문입니다. 현대차에서 사법기관 판결외엔 인정 못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대차는 지금 다시 행정소송 절차 밟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노위 결정문이 오지 않았어요. 중노위 결정문이 오고 15일 내 이행치 않으면 과태료 물면 그만이에요.

1년에 두 번 무는데 2천 만 원 이하입니다. 2년 간 8천 만 원 만 내면 중노위 판정 이행 안해도 무방해요. 현대차는 재벌이니 어디 8천 만 원이 돈이겠어요. 현대차는 8천 만 원 내는 한이 있더라도 저를 정규직 시키지 않으려고 하겠죠. 그렇게 되면 저는 또다시 소송을 준비해야 해요."

현자노조는 건물 2층에 있다. 왼쪽 작은문은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
 현자노조는 건물 2층에 있다. 왼쪽 작은문은 비정규직 노조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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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잡혀 들어가면 세번째 구속...더 많은 날 감옥에서 지내야"

그나마 현자노조에서 조합원으로 받아 들인게 다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자노조에서 조합원으로 받아 들이지 않았더라면 최병승씨는 대법원과 중노위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서도 낙동강 오리알 같은 처지가 될 뻔 했던거 같습니다.

"2006년 8월에 불법파견 투쟁으로 첫 구속을 했어요. 그 이후 2009년 두번째 구속으로 10개월 살다 나왔고요. 2010년 12월 8일 1공장 시티에스 점거 문제로 다시 수배령이 내려졌어요. 그때 저는 거기 없었는데도 수배령을 내리더라고요(어이없다는 듯이 웃어 보였습니다). 이번에 잡혀 들어가면 세번째 구속되는 겁니다. 형사사건이라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요. 게다가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어서 덤으로 더 긴 날을 감옥에서 지내야 겠지요."

최병승씨는 감옥 갈 각오가 되어 있다는듯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현대차는 세계 3대 메이커에 진입한 대기업 입니다. 이런 세계적인 대기업에서 이정도까지 왔으면 문제 해결을 위해 자기 태도가 있어야잖아요. 그런데 지금 끝까지 해보자는 식이잖아요. 대법원에서조차 불법이라고 판결한 마당에 자기반성이나 개선노력은 없이 노조활동을 이유로 끊임없기 탄압하고 있으니, 참 답답해요."

최병승씨는 정부기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국가도 자기태도가 불분명 합니다. 이미 확인된 불법 경영이잖아요. 벌써 10년 넘게 위반 사실이 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처벌도 않고 있잖아요. 이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식 이하의 현실이 안타깝고 그래요."

그리고 덧붙혔습니다.

"국가와 사법기관을 믿고 있다간 세월만 무정하게 흘러갑니다. 현실적으로 노동자가 나서서 투쟁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하면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현대자동차 대표에게 할 말이 많을거 같아서 들어 보았습니다.

"불법경영을 더이상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내 하청이 온통 불법파견으로 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현대차는 세계에서 세번째 가는 큰 회사 입니다. 그럴 정도면 사회적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법으로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더이상 불법으로 노동자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불법을 지시한 사람, 주장한 사람, 추진한 사람들을 경영인으로 두는 것은 문제입니다.모두 퇴출시켜야 합니다. 그런 문제가 해결될 때 현대차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에 일하는 노동자에게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하늘이 준 기회 입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지금 울산만 해도 8천여 명의 비정규직이 있습니다. 그런데 1000여 명만 조합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7000명도 모두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함께 불법파견 문제 풀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법원 판결은 절대적 기준 있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정치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게 법률입니다.

사회분위기가 달라지고 하면 여론도 바뀌게 됩니다. 법원 판결은 부수적이므로 노동자가 힘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판례도 변경됩니다. 그 기준이 바뀌기 전에 여론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때 우리 힘으로 빠르게 정리해야 합니다. 금년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 비정규직 노조로 뭉쳐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일어 서려는데 골방같은 작은 공간에 같혀 지낼 그를 생각하니 안스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저는 주머니에서 버스카드 채워 넣으려고 가지고 있던 1만 원을 그에게 주었습니다. 그는 받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사정을 잘 아는데 어떻게 받겠냐고 했습니다. 생각 같아선 더 많이 후원금으로 내놓고 싶었지만 가진 게 없었습니다.

그는 지금 저보다 더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골방같은 작은 사무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그는 아무도 없는 작은 사무실에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주장을 위해,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를 풀기 위해 참기 어려운 여러 가지 일들을 참아내며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경비실을 통과해 나오는 저의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졌습니다.

지난 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 집회
 지난 봄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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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승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소송 내역[최병승 자료제공]
- 원 고 : 최병승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 피고보조참가인 : 현대자동차(주), 예성기업
- 구제신청(부산지노위) 제기일 : 2005. 3. 17./ 2005부해84 / 최병승 외 89명
- 구제신청(부산지노위) 결정일 : 2005. 7. 19./ 현대자동차 각하, 예성기업 기각
- 재심신청(중노위) 제기일 : 2005. 8. 19. / 2005부해704
- 재심신청(중노위) 결정일 : 2006. 7. 12.
- 1심(행정법원) 제기일 : 2006. 8. 3. / 2006구합28055 / 최병승 외 14명
- 1심(행정법원) 종결일 : 2007. 7. 10. / 원고 패
- 2심(서울고등법원) 제기일 : 2007. 8. 9. / 2007누20418 / 최병승 외 14명
- 2심(서울고등법원) 종결일 : 2008. 2. 12. 항소기각 
- 3심(대법원) 제기일 : 2008. 3. 10. / 2008두4367 / 최병승 외 1명
- 3심(대법원) 종결일 : 2010. 7. 22. / 파기환송(일부)
-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제기일 : 2010. 8. 3. / 2010누23752
-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종결일 : 2011. 2. 10.
- 재상고심(대법원) 제기일 : 2011. 3. 16. / 2011두7076
- 재상고심(대법원) 종결일 : 2012. 2. 23.
- 재심신청(중노위) 재처분 제기일 : 2012. 3. 5. / 2012재부해12
- 재심신청(종노위) 결정일 : 2012. 5. 2. 

주내용 및 결과
- 최병승은 2004. 3. 13.부터 현대자동차 주식회사의 근로자이다. 최병승에 대한 현대자동차(주) 노무수령 거부는 부당해고이다.

*위 내용은 최병승 씨가 건네준 자료중 일부 입니다.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울산공장, #최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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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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