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등 당권파 인사들이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만나 제명 절차 돌입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강 위원장이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뜨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등 당권파 인사들이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만나 제명 절차 돌입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강 위원장이 손사래를 치며 자리를 뜨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까지 지난 '5·14 중앙위 의결'로 결정된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에 대한 매듭을 짓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21일까지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고 했지만, 느닷없는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일정이 나흘 늦어지게 된 것입니다.

옛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지난 4월 총선 당내에서 실시된 경쟁명부 비례대표 선거에서 "총체적 부정부실이 발생했다"는 당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면서 진상이 정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비례대표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를 포함 경쟁명부 비례대표 후보 안에 포함됐던 조윤숙 황선 두 후보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4명을 포함한 옛 민노당 당권파는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통합진보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죄 없는 비례후보의 출당 압박을 중단하라"고 비판했지요. 이날 기자들에게도 '죄 없는 비례후보 출당압박에 반대하는 시도당 및 지역위원장 일동' 명의로 기자회견문이 배달됐습니다. 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들은 "오늘(25일) 오후 2시로 예정된 회의에서 이석기 김재연 두 국회의원 당선자를 포함해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비례후보에 대해 당기위에 제소장을 제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처사"면서 "안건을 철회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당권파 당원들이 비대위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제명 절차 돌입에 항의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당권파 당원들이 비대위회의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제명 절차 돌입에 항의하는 피케팅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어 이들은 "모든 힘을 다 모아 공안 탄압에 맞서 투쟁해야할 시점에 죄 없는 비례후보들에 대해 출당압박을 시도하는 것은 단합을 깨는 행위"라며 "정치검찰의 무분별한 마녀사냥식 공안탄압을 이롭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3가지 요구안을 냈습니다. 첫째, 죄 없는 비례후보들에 대해 출당압박을 중단하라. 둘째, 진상조사특위를 서둘러 가동시키고 진실을 규명하라. 셋째, 정치검찰의 공안탄압에 맞서 단결해 투쟁하라. 세 가지 안을 냈지만 핵심은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에 대한 제명조치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입니다.

"위원장님 왜 오늘 꼭 출당조치를 하려는 겁니까?"

이날 오전엔 기자회견을 했던 민노당 당권파 관계자들이 오후에는 혁신 비대위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청 2층 당 의정지원단으로 왔습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경 당권파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이상규 서울 관악을 당선자, 김미희 경기 성남을 당선자, 윤민호 광주시당 공동위원장, 윤병태 경북도당 위원장 등이 하나둘씩 의정지원단에 모습을 드러냈지요.

이들은 제각각 신문을 보거나 인사를 건넨 뒤, 오후 2시로 예정된 회의를 15분 앞두고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대기 중인 사무실로 들어왔습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일찌감치 도착한 강 위원장은 의정지원단 대변인실에서 신문을 정독 중이었는데, 예상치못한 손님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지요.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김재연 당선자가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 비공개 비대위회의에 들어가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김재연 당선자가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직접 만나 설득하기 위해 비공개 비대위회의에 들어가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통합진보당 대변인실 관계자는 "사전에 약속되지 않은 만남이었다"면서 "회의를 못하도록 방해해서 결국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에 대한 제명조치를 막으려는 시도 아니겠느냐"고 분석했습니다. 강 위원장과 마주앉은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이 낮은 목소리로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안동섭 :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당기위에 제소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적 사형대에 오르는 것입니다. 그 정치적 사형대에 오르기 전에 좀더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인지 위원장님과 의견을 나누고자 찾아왔습니다. 당이 그 네 명을 당기위에 회부하는 것은 정치적 숙청입니다."

강기갑 : "혁신비대위는 당 중앙위가 의결한 내용을 실행하는 것이 진보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앞에서 이걸 안 하고 계속 가면, 검찰과 보수언론의 색깔공세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연말까지 대선 프레임을 짜서 계속 압박할 텐데, 이번에 털고 가야합니다. 우리가 이걸 빨리 마무리해야 색깔론도 더는 제기되지 않을 것입니다."

안동섭 : "여기서 4명을 당기위에 제소한다고 해서 검찰이 우리를 탄압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세요? 그게 국민의 눈높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강기갑 : "국민의 관심사는 경쟁부문 비례대표 후보사퇴와 당대표단 사퇴입니다. 정당이라면, 정치인이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지금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 이 사태를 어떻게 쇄신하나 어떻게 성찰하고 있나 다 보고 있어요."

안동섭 : "그건 위원장의 주관적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건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가 아니라 당권을 둘러싼 파쟁 정당으로 가는 이미지가 크기 때문이에요. 검찰탄압 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계속 나뉘어 싸우면 안 되죠. 단결해서 싸워야 하는데 꼭 출당조치를 해야 합니까."

김미희 : "중앙위 결정사항에는 제명 조치하라는 말이 없습니다. 만일 혁신비대위가 오늘 제명조치를 한다면 여기에 반발할 당원들이 많습니다."

강기갑 : "우리 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의 결정입니다. 당기위 제소를 하게 되면, 그 다음엔 당기위에서 출당을 하든 무엇을 하든 징계절차를 밟겠지요. 그건 당기위 권한으로 진행되는 것이지 비대위 권한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동섭 : "혁신비대위는 후보들에게 스스로 사퇴하라고 권고했습니다. 그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냥 그걸로 끝내야지 왜 꼭 이렇게 제명이나 출당조치로 결론을 내야 합니까. 비대위가 검찰이에요? 왜 당에서 비대위가 검찰 같은 역할을 합니까. 이대로 가면 검찰탄압에 맞서 당원이 단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국민이 보기엔 파쟁뿐입니다."

강기갑 : "제가 다른 시도당 의견도 들어보고 있습니다. 비대위 혼자 이런 문제들을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 의견을 들어보고 있어요. 여러분은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제가 다양하게 취합하고 있습니다."

안동섭 : "위원장님은 왜 이 목소리는 받지 않는 겁니까. 혁신비대위는 모든 의사결정을 합의로 해야 합니다. 지금 그게 안 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희생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왜 꼭 오늘 그 출당조치를 하려고 합니까. 오늘 안 되면 다음에 또 날을 잡으면 되지. 오늘로 못 박지 말고, 시간을 좀 가지면서 생각을 해보시지요."

"비대위가 검찰이에요?"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등 당권파 인사들이 비대위회의를 참관하겠다고 나서 회의가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퇴 거부자에 대한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 발표를 앞두고 25일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등 당권파 인사들이 비대위회의를 참관하겠다고 나서 회의가 정회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더 이상 얘기를 듣고 있다가는 회의를 못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강 위원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떻게 하면 화합과 대혁신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찾은 길"이라며 이 길에 따라줄 것으로 당부했습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혁신비대위 회의는 예정된 시간에 시작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1시간 동안이나 공전됐습니다. 이유는 당권파 관계자들이 회의장에 들어와 참관을 요구하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강 위원장이 타협안을 냈습니다. 참관하는 가운데 회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혁신비대위의 비공개회의였지만, 일부 당권파에게는 참관이 허락된 회의였던 것이지요. 이날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김재연 당선자는 억울하다고 주장했고, 이석기 당선자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혁신 비대위는 이들의 입장을 다 듣고 난 뒤에 애초 방침대로 처리했습니다. 당 중앙위가 결정한 내용을 끝내 따르지 않겠다는 두 국회의원 당선자를 포함 4명의 경쟁명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해 당기위원회 제소 절차를 밟기로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는 이달 30일 국회가 개원하면 통합진보당 의원으로 본회의장에 서게 됩니다. 물론 향후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요. 당기위 결정으로 제명조치가 내려진다면 그들은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남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 5월 2일부터 시작된 통합진보당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걸까요? 한 달째 이어진 통합진보당 사태는 국민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진보정당 선거 과정에서 부정부실이 존재했다는 점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보다 사후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더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게 사실입니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떠나 공개적인 회의 자리에서 보여준 폭력과 무질서는 "도대체 진보정치가 저게 뭐야?" 하는 냉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혁신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검찰의 부당한 수사에 맞서 싸워야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당내 화합보다는 혁신이 먼저입니다.

얼마나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통합진보당의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숙제를 잘 해야 더 많은 사람들이 진보당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대충 '짜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통합진보당'이 아닌 '통합절망당'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통합진보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