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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걸어온 길 람과 무네쉬어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이다. 건너편 산위의 마을은 물론 맨 뒤쪽 산이 춈롱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는 길이다.
▲ 우리가 걸어온 길 람과 무네쉬어 그리고 내가 걸어온 길이다. 건너편 산위의 마을은 물론 맨 뒤쪽 산이 춈롱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는 길이다.
ⓒ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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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며칠 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가는 길목에 타다빠니(Tadapami, 2630미터)에서 아침 산행을 시작했다. 나의 산행은 하산 길이었다. 그러나 히말라야 트레킹의 고행은 하산이나 등산이나 모두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다음으로 나는 간두룩(1940미터)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했다.

타다빠니에서 간두룩 아래까지는 1500미터 정도의 돌로 된 계단을 내려서는 일이다. 걷고 걸어도 끝없이 아득하기만한 돌계단이 야속한 생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돌계단을 오르내리며 일상을 살아가는 네팔인들을 생각하면 나의 고행은 엄살과도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랑탕에서는 티벳빵, 안나푸르나에서는 구릉빵 같은 빵이다. 티벳과 가까운 랑탕에서는 티벳빵, 안나푸르나에서는 구릉빵이라고 불렸다. 구릉빵에 꿀을 발라먹는 맛은 기가막히다. 거기 덤으로 찌아 한 잔도 구미를 당긴다.
▲ 랑탕에서는 티벳빵, 안나푸르나에서는 구릉빵 같은 빵이다. 티벳과 가까운 랑탕에서는 티벳빵, 안나푸르나에서는 구릉빵이라고 불렸다. 구릉빵에 꿀을 발라먹는 맛은 기가막히다. 거기 덤으로 찌아 한 잔도 구미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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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 방면에서 티벳빵이라는 이름으로 입맛을 돋운 음식이 이곳 구릉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에서는 구릉빵이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올라있었다. 쉬는 틈에는 구릉빵에 꿀을 발라 먹었다. 두 세 차례 휴식을 그렇게 보낸 후 이어지는 나의 하산 길은 란두룩 1565미터, 톨까 1700미터, 데우랄리 2100미터, 담푸스 1650미터, 페디 1130미터, 포카라 820미터까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장장 14시간을 걸었다.

나는 그렇게 고행 같은 길을 걸었다. 그 길에서 길 위의 성자처럼 보이는 과일장수 람 타루(Ram Taru, 45세)와 무네쉬어 타루(Muneswer Taru, 46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타루족이 많이 살고 있는 네팔 남부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은 부처님 탄신지인 룸비니와도 가까운 농사짓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같은 고향 한 동네에서 자란 이웃 사람이다.

아름다운 동행, 람과 무네쉬어 과일 장수 람 타루와 무네쉬어 타루가 함께 아름다운 산모롱을 돌고 있다. 그들의 삶도 영혼도 맑은 향기를 내는 듯하다.
▲ 아름다운 동행, 람과 무네쉬어 과일 장수 람 타루와 무네쉬어 타루가 함께 아름다운 산모롱을 돌고 있다. 그들의 삶도 영혼도 맑은 향기를 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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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벌써 20년째 포카라에 살면서 해발 2170미터 춈롱(Chhamlong)에서 포카라까지를 오가며 산 곳곳에 외국인들이 몰려드는 로지를 중심으로 과일을 팔아왔다고 한다. 물론 함께 길을 걷게 된 당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내가 오르막길을 걸을 때 앞서 걷고 있었다. 어깨에 막대기를 걸치고 작은 광주리 같은 것을 그 막대에 걸친 채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산 중턱에 있는 로지에서 그들과 대면할 수 있었다. 허름한 차림과 슬리퍼를 신은 채 험한 산 오름을 걷던 그들의 모습은 대개의 네팔 사람들의 표정처럼 온화하고 맑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나는 10시간을 넘게 함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100미터 산 중의 인터뷰 데우랄리 2100미터 산 중에서 네팔 과일장수 두 사람과 인터뷰를 가졌다. 많은 한국사람들도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소주병은 물병이다.
▲ 2100미터 산 중의 인터뷰 데우랄리 2100미터 산 중에서 네팔 과일장수 두 사람과 인터뷰를 가졌다. 많은 한국사람들도 이 길을 걸었을 것이다. 소주병은 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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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한 로지의 여주인이 아랫동네에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전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둘은 어둑해지는 날씨탓으로 안타까운 거절을 했다.
▲ 고양이를 부탁해? 한 로지의 여주인이 아랫동네에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전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다. 둘은 어둑해지는 날씨탓으로 안타까운 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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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자라면서 많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산중의 가이드 노릇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들이 걷는 길은 수많은 외국인들이 트레킹을 즐기는 산행지다. 그러니 당연히 외국인들과의 마주침도 많다. 나와 함께 걷는 중에도 프랑스, 일본, 독일, 그리고 한국인 등과의 마주침이 있었다. 그들은 능통하지 않지만 서툰 말솜씨로 안내를 해주곤 했다. 물론 같은 네팔 사람들끼리도 정보를 주고 받으며 말이다.

한 번은 한 로지에 여 주인이 새끼 고양이를 아랫동네에 배달을 청했다.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여 주인이 부탁을 했지만 당일은 비가 내릴 분위기라서 조금 돌아가면 될 길인데 어렵겠다고 사양을 했다. 하지만 평소 그들은 윗동네와 아랫동네를 이어주는 소통의 끈이 되어주기도 하는 것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네팔 데우랄리#람 타루와 무네쉬어 타루#히말 산중의 과일장수#김형효#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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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사람의 사막에서" 이후 세권의 시집, 2007년<히말라야,안나푸르나를 걷다>, 네팔어린이동화<무나마단의 하늘>, <길 위의 순례자>출간, 전도서출판 문화발전소대표, 격월간시와혁명발행인, 대자보편집위원 현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홈페이지sisarang.com, nekonews.com운영자, 전우크라이나 예빠토리야한글학교교사, 현재 네팔한국문화센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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