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이른바 '불온서적' 지정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던 출판사와 저자들이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재판장 이우재 부장판사)는 31일 2008년 10월 실천문학 등 21개 출판사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비롯한 저자 11명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헌법상 언론,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방부 장관이 법령에 근거해 불온서적 지정을 한 것이라면 원고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며 "국방부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조치이기에 악의적이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국방부 장관의 이 사건 조치 당시의 제반 상황과 경위 등에 비춰봤을 때 군사상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거나 적법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출판사와 저자들은 소장을 통해 "국방부 장관이 '불온서적 목록'을 작성해 '금서 조치'를 내린 행위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을 하는 행위이며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원고들은 "국방부 장관은 북한찬양, 반자본주의 등을 불온도서 지정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극히 추상적인 개념"이라며 "금서 조치로 저자들의 사상적 성향을 용공이나 반사회적인 것으로 낙인찍어 군 장병에게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소송에 참여한 출판사는 실천문학과 보리, 후마니타스, 한겨레출판, 615출판사, 철수와영희, 이후, 녹색평론사, 돌베개, 당대, 두리미디어 등이다.
지난 2008년 7월말 국방부는 북한 찬양과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불온서적' 23종을 선정하고 이 도서들의 부대 내 반입과 유통을 금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