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는 지난 31일(목) 오후 6시 30분 전북 군산시 시립도서관 '새만금홀'에서 열린 강연(주제: 핵발전소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에서 "국내외에 설치된 그 어떤 방폐장도, 원전도, 방사능도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사용하는 핵 관련 용어도 정정할 것을 주문했다. 유용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속해서 일어나는 핵분열 발생을 제어하는 장치 '원자로'의 정확한 이름은 '핵반응로'이고, 핵에너지로 발전하는 '원자력 발전소' 역시 '핵발전소'라고 해야 맞는다는 것이다.
탈핵에너지 교수 모임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김 교수는 "한국의 모든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은 방사능이 100% 샌다, 샐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다"며 "인류의 재앙인 방사능 피해를 해결하는 방법은 '탈핵'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원전도 후쿠시마와 다를 게 없어··"
김 교수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의 열 배가 넘는 규모로 일본은 전 국토의 70%가 방사능으로 오염되었고, 대부분 일본인이 300년 동안은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100만 명 단위로 암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약 2만 명이 죽었습니다. 시체를 치워야 하는데 방사능 오염 때문에 구조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다가 9월 말부터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2만 명의 시체가 여름 내내 썩은 것이지요. 이러한 지옥은 인류 역사에 없었습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비참한 사건으로 재앙이었습니다. 고농도 위험지구(후쿠시마 반경 300km) 안에 있는 일본 어린이들은 코피를 흘리고 설사를 하고 어지럽다고 호소합니다. 원자폭탄이 투하됐을 때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많아요. 증상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훗날 암 발생확률이 높다는 게 슬픔입니다. 원자폭탄은 사람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지만, 방사능 오염은 다양한 질병을 일으켜 서서히 죽이지요. 후쿠시마 사건으로 비옥한 농토였던 부근은 방사능에 오염되었고, 국민은 방사능에 오염된 농산물을 먹게 되었습니다. 안 먹을 수도 없지요. 이러한 현상은 300년~1000년 동안 지속될 것입니다. 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국민은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천천히 깨닫게 될 것입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 사정도 후쿠시마와 별로 다를 게 없으며 핵발전소 사고 확률은 27%라고 주장했다. '후쿠시마는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다는 것. 경주에 살면서 원자력본부장이라는 사람에게 한국의 원전사고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는 얘기를 수차례 들었고, 요즘은 정부도 따라 하고 있는데, 모두 거짓말이라고. 확률로 따져 80개 중 하나가 터졌다고 해야 맞는다는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세계에서 가동되는 핵발전소는 442개로, 미국 104개, 프랑스 58개, 일본 54개, 러시아 32개, 한국 23개 순이었다. 그중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등에서 대형사고가 터졌다. 세 사고의 공통점은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라는 것. 핵을 수출하는 한국도 핵사고 발생조건이 완비(?)됐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사고 원인은 다양한데 스리마일은 단순 노무자의 실수, 체르노빌은 과학자들의 실수, 후쿠시마는 자연재해라는 것. 김 교수는 핵발전소 사고 원인을 원전 선진국으로 핵발전소 숫자와 나이(노후) 등을 꼽았다. 일본에서 30년 넘은 발전소만 터졌다는 것. 그래서 다음 핵사고는 정책변화가 없고 숫자도 많은 미국, 캐나다, 한국, 프랑스 중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핵폭탄보다 무서운 핵발전소, '탈핵'해야
김 교수는 1984년과 1988년 월성 1호기 냉각수 유출 사고에서 2012년 2월 고리 1호기의 전원 상실로 원자로 온도가 올라갔으나 1달간 은폐해온 사실 등 한국 정부가 핵 관련 정보를 은폐하거나 숨겨온 사실을 지적한 뒤 영광, 울진, 고리, 월성원전 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내 핵발전소 안전 점검 결과는 책임자들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핵발전소는 지진이 일어나도 자동으로 정지되지 않고, 월성 1호기에 수소 제거 시설이 없으며 나머지 19개 핵발전소 수소 제거기들도 전기가 끊기면 작동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또한, 울진 1, 2호기와 월성 1,2,3,4호기에는 수소 농도 측정기가 없으며 고리 1,2,3,4호기는 해수면보다 6m 높게 나타났다.
주변 주민 역학조사 결과 역시 놀라웠다. 남자에게서 위암과 간암이 30%와 40% 더 발생하였고, 여성에게서는 유방암(50%), 갑상선암(150%)이 발생했다. 그러나 원자력 안전위원회는 검증단을 꾸리기로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으며 자료를 요청해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원전 지역에서 열기로 했던 설명회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내 전기의 31%를 생산하며 그중 24%가 난방용으로 사용되는 핵발전소가 꼭 필요한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저렴한 것으로만 알았던 핵발전 원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유럽 대부분 국가가 탈핵을 선언하거나 행동으로 옮기고 있어서였다. 특히 1980년 30KW에서 2008년 6000KW로 200배 증가한 독일의 풍력발전은 부러울 정도였다.
태양광 발전(發電) 성장세와 단가의 변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꾸준히 성장하다 2007년에 두 배 이상, 2008년 여섯 배, 2009년 여덟 배, 2010년에는 열여덟 배의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핵발전(nuclear)과 태양광 발전(solarpv) 단가도 2010년을 교차점으로 고비용에서 저비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 교수는 원자폭탄과 후쿠시마 사고의 다른 점에 대해 "나가사키는 1945년 8월 원자폭탄 투하로 20만~30만 명이 희생되었으며 사람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에는 50년 후에도 사람이 생활할 수 없다."며 "핵폭탄보다 무서운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고 '탈핵'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비용이 저렴한 태양광 발전소, 풍력발전소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후쿠시마 핵 참사 이후 외국의 정책 변화를 소개했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벨기에, 대만 등은 탈핵을 결정했고, 중국은 원전 가동 잠정 중단, 영국은 신규원전 설치 중단, 러시아는 수명 연장 대신 신규원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미국, 프랑스, 캐나다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정당들의 반응도 공개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핵발전소 설치를 적극 찬성하고 있으며 민주통합당은 원점 재검토, 녹색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은 반대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우리가 방사능 피해에서 벗어나려면 총선 때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하고, 탈핵을 찬성하고 실천하는 대통령이 나와야 가능하다"며 강의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강연회 주최단체 : 전교조군산지회 / 전교조초등지회 / 군산생태환경시민연대회의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 민주노총군산시지부 /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 군산교육희망네트워크 / 통합진보당군산시위원회 / 진보신당군산시당원협의회 / 주민지원협의회 / 하천사랑 / 군산시농민회 / 군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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