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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이 재미있다면 그래서 노동자들이 파업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파업이 불편한 정부와 회사에는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다."

MBC 노동조합 부위원장 김민식 PD의 말이다. 그는 예능PD로 입문해 <뉴논스톱>, 드라마 PD로 전향하여 <내조의 여왕><글로리아>를 만든 스타 PD가 '파업의 예능화'를 선도하고 있다. 또, <MBC프리덤>을 만들어 파업 뮤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MBC 김재철 사장의 J씨와의 은밀한 거래를 꼬집는 퍼포먼스를 위해 직접 국악인 J씨로 여장 코스프레를 선보이기도 했고, 특유의 입담으로 팟캐스트 <서늘한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유쾌한 파업을 만들고 있다.

그 덕분에 지난 3월에는 3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고, 5월에는 구속영장 신청이 날아오기도 한데 이어 지난 1일 밤에는 해고의 전 단계라는 대기발령 조치를 받는 등 탄압의 타깃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명동역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열린 MBC노동조합 부위원장 김민식 피디의 강연
 지난 2일, 명동역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열린 MBC노동조합 부위원장 김민식 피디의 강연
ⓒ 청년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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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감 넘치는 파업'의 아이콘

"어떻게 하면 '불순'한 걸 즐기면서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재미있고 즐겁게 싸우려고 하는 이유가 있어요. 힘들게만 싸우면 길게 가기가 어렵거든요."

지난 2일, 명동역 인근 강연장에서 언론동아리 <청년저널리스트>가 주최한 ''웃기는 파업'의 아이콘 김민식PD의 방송이야기' 강연에서도 '예능감 넘치는 파업'의 선봉장답게 청중을 시종일관 웃겨주었다.

"제가 연애 잘 하는 비법 하나 알려드릴게요. 저같이 생긴 사람이 연애를 할 수 있어서 비법인거에요.(웃음) 들이대세요. 외대 대학원 다닐때 베트남에서 온 교환학생같이 생긴 제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면서 지금의 아내가 된 사람한테 막 들이대니까 엄청 신기해하더라구요."

김민식 PD는 MBC에 1996년에 입사한 17년 차 PD인 만큼, 자신이 MBC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힘주어 말했다.

"MBC란 조직은 되게 건강해요. 구성원이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이야기하면 NO를 잘 안 해요. 하게 해줘요. 피디수첩에서 황우석 보도를 했을 때 우리는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저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국가적 영웅을 죽이는 거고, 거짓이라면 국가적 영웅을 모함한 거라서 이렇든 저렇든 우리는 망했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옳았다고 판결이 났지만, 아직도 그 때의 기억 때문에 MBC를 싫어하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대한민국에서 이런 보도를 할 수 있는 곳은 MBC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왜 그러냐면 다른 곳에서는 회사의 논리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MBC에서는 개인에게 맡겨둡니다. '네가 하고 싶어? 그러면 해'라고 하는 것이 MBC입니다. 그렇게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자율성이 보장된 거죠. 그리고 그런 자율성이 가능한 이유는 노동조합이 강해서입니다."

<해품달>이 결방된 까닭은?

그러면서, 그는 왜 자신이 파업하는지 이유에 대해 전했다.

"MBC 드라마PD는요, 시청률 30%가 넘는 <최고의 사랑> PD나 5%도 안 나오는 쪽박 난 PD나 월급이 똑같아요. 그리고 <최고의 사랑>을 연출하는 PD나 <최고의 사랑>에서 더빙을 하는 엔지니어나 월급은 똑같죠. 사람들은 이걸 이해를 못 합니다. MBC가 무슨 공산주의 집단이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내가 시청률이 30%가 넘었을 때 월급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은 내가 시청률이 5%가 안 됐을 때 월급을 깎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PD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했을 때 보상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야지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거지요. '얘 이번에 망했어? 그럼 계약 끝!'이라고 하면 누가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로 강연장을 찾아왔다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로 강연장을 찾아왔다
ⓒ 청년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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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기간에 드라마 <해품달>이 결방되었는데, 왜 결방되었는지 아세요? 드라마가 파업 기간에 결방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저는 2010년 미디어법 파업 때 파업에 동참할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드라마 <내조의 여왕>을 찍고 있었거든요. 파업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런 상황은 우리가 예외적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에요.

그런데 <해품달>은 왜 결방했느냐면, 회사에서 경영진이 드라마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가니까 드라마PD들을 달랜다고 당근을 준다고 한 게 뭐냐면 드라마PD들을 계약직화시켜주겠다고 합니다. 계약직이 왜 당근이냐면요, 지금까지는 시청률 30% 피디나 5% 피디나 월급이 똑같았는데, 이제부터는 '잘 나가는 애들 월급 더 줄게. 그리고 딸리는 애들 30% 자를게'라고 하는 거지요.

드라마PD
100명이 있다면  그중에서 30명 자르고 그 월급을 70명에게 몰아 줄거라고 했어요. 회사에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분열을 야기하려고 한 거죠. 그런 얘기를 듣고 조합원들이 모여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다니', '파업의 강도를 높여', '<해품달> 세워' 이렇게 된 거에요. <해품달> 김도훈PD는 <해품달> 끝나면 연수도 보내주고 회사에서 어떻게라도 잘해주려고 할 거란 말이죠. 그런데도 이 친구는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파업에 나선 거죠."


"우리 사회가 100명이 사는 인디언 마을이고, 그 마을 사람들은 버펄로를 잡아먹고 사는 마을이라면 100명이 함께 사냥을 나가요. 어떤 사람은 뒤에서 소리를 질러주는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길목을 막는 일도 하고 그런 식으로 100명이 사냥에 참여하는 거죠. 여러 개의 창을 던져도 버펄로를 맞추는 창은 세 개정도 된다고 합시다.

어느 날 한 명의 인디언이 이렇게 말하죠. '가만보니까 버펄로를 맞힌 건 보통 난데, 왜 내가 너희와 나눠 먹어야 해? 이제부터 창에 이름 적어. 그래서 버펄로를 맞힌 창을 가진 사람만 버펄로를 먹어.' 이렇게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 번도 창을 맞히지 못해 굶는 사람이 생기고 굶어 죽기도 합니다. 이렇게 돼서 100명이 살던 마을은 70명이 되고 나중에 50명이 됩니다.

예전에는 100명이 사냥을 나가 뛰어다니면서 여러 창을 던져도 맞출 확률이 세 개 정도였는데, 이제는 사람이 적어 버펄로를 구석으로 몰기도 힘들고, 창 던지는 사람도 적으니 한두 개 맞는다고 버펄로가 죽지 않으니 잡기 힘들어집니다. 결국은 사람들이 모두 굶게 되는거죠."

사회를 뜯어고쳐야 연애도 잘 할 수 있다

"경쟁이 사회를 발전시키는 것처럼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아요. 경쟁보다 더 중요한 건 복지입니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연애를 못하는 것은 '내탓이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아요. 대한민국 사회에서 결혼하는 나이가 점점 늦어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나라탓입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겁니다. 연인을 선택할 때, 직업도 있어야 하고 또 그 직업이 안정적이어야하고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경제력도 있어야하고 봐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거에요.

만약 복지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정부에서 나를 굶어 죽지 않게 해준다는 확신이 든다면 사람 볼 때 그 사람 매력 하나만 보고 결혼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가 너무 불안하고 복지가 안 되어 있으니까 다들 연애를 할 때 고려할게 너무 많아지는 거죠. 내탓이라고 하면 안되요. 사회를 뜯어 고쳐야 연애를 할 수 있습니다."

'웃기는 파업'의 아이콘 김민식 피디의 방송이야기,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파업을 재밌게 이어가는 상황을 듣노라면 '웃프다'는 설명이 딱 맞을듯하다
 '웃기는 파업'의 아이콘 김민식 피디의 방송이야기, 사측의 탄압 속에서도 파업을 재밌게 이어가는 상황을 듣노라면 '웃프다'는 설명이 딱 맞을듯하다
ⓒ 청년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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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내가 연출하고 싶은 드라마를 만들 수 있고 취재하고 싶은 내용을 기사화할 수 있는 곳이에요. 그것을 언젠가부터 흔들어놓고 '이 안에서 경쟁해야해. 경쟁하다가 안 되는 놈은 짤라야해.' 라고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열 받은 거에요. 망한 작품이라고 해서 경쟁에 도태된다고 사람을 자르려하면 창작열이 없어집니다. MBC는 그동안 창의적인 콘텐츠를 자랑하며 잘 해 왔는데 어느 날부터 줄 세워 경쟁시키는 것에 분노해서 거리로 나온 거에요."

김민식PD는 다시 강조했다.

"사람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MBC가 저에게는 이상향입니다. 이걸 지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전 사회적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경쟁에서 도태된다고 낙오시키는 사회는 잘못된 것입니다."

한편, <레알 언론인 특강>이란 제목으로 파업하는 언론인을 초청하여 언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비롯해 시민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시리즈로 마련 중인 언론동아리 <청년저널리스트>는 이번 김민식PD를 시작으로 파업이 이어지는 기간 내내 강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태그:#김민식, #MBC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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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혁'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노래 만들고 글을 쓰고 지구를 살리는 중 입니다. 통영에서 나고 서울에서 허둥지둥하다가 얼마 전부터 제주도에서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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