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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경주시의원에 당선된 박귀룡 후보. 그는 6월 4일 시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경주시의원에 당선된 박귀룡 후보. 그는 6월 4일 시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 김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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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상위 순번과 하위 순번 임기 절반씩 나눠갖기.'

그동안 무성한 소문으로 나돌던 비례대표 '임기나눠갖기설'이 경주지역에서도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으로 경주시의원에 당선한 박귀룡 시의원이 4일 시의원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경주시의회에 따르면 "박 의원은 6월 31일 자로 시의원직을 사직한다"는 내용의 사직서를 4일 김일헌 시의회 의장에게 제출했다.

박귀룡 의원은 "6·2지방선거 때 전반기 2년 동안 시의원을 하기로 약속했으며, 하위 순번 비례대표에게 승계하기 위해 시의원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사직하면 당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3번 한순희 후보가 시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박 의원의 사직서 제출은 "상위 순번과 하위 순번이 2년씩 임기를 나눠 하기로 했다"는 그동안 무성했던 소문을 사실로 입증한 셈이다. 경주시의회에서 '임기나눠갖기'가 사실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2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시의원 비례대표는 1번 이옥희 후보, 2번 손아무개씨, 3번 한순희, 4번 박귀룡 후보 순이었다. 그러나 손씨가 돌연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4번이었던 박귀룡 후보가 2번으로 상위 순번에 배정됐다. 이 과정에서 2번 박귀룡 후보와 3번 한순희 후보가 전·후반으로 나눠 2년씩 임기를 맡기로 하고, 당시 한나라당 경주시당원협의회 위원장이 보증하는 내용의 공증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배부된 한나라당 경주시의회 비례대표 후보 책자형 선거공보.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배부된 한나라당 경주시의회 비례대표 후보 책자형 선거공보.
ⓒ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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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 경주시의회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한나라당에서 2명, 민주당(현 민주통합당)에서 1명이 당선했었다. 이에 따라 2년이 지난 4일, 박귀룡 의원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한나라당 비례대표 2번 박귀룡 후보와 3번 한순희 후보가 임기를 절반씩 '나눠갖기'로 했다는 정황이 확실하게 드러난 셈이다. 김일헌 시의회 의장이 박 의원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할 경우, 한나라당 비례대표 3번인 한순희 후보가 시의원직을 승계한다.

경주시의회 회의 규칙은 "사직의 허가여부는 회기 중에는 본회의에서 토론없이 표결하며, 폐회 중에는 의장이 이를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런 비례대표 '나눠갖기' 행태에 비판 여론이 일 가능성이 크다. 지방의원직을 마치 상품처럼 거래하는 행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나눠먹기식 임기 공천은 정당이 지방자치를 망치는 전형적인 사례"며 "전문가를 뽑는다는 정신에도 어긋나고, 편법을 통해 민의를 거스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이런 행태 때문에 소수자나 전문직의 원내 진출을 확대한다는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주지역에서 비례대표 '나눠갖기'가 가능한 것은 새누리당 일당 지배구도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에 여기에 줄 서는 사람이 많아 '나눠갖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경주시의회는 새누리당 16명, 무소속 4명, 민주통합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 야당의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임기 나누기 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조건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당사자의 철저한 사실 공개와 선관위 등 관련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초지자체 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2006년 전 5·31지방선거 이후 경북도 내에서는 김천·안동·칠곡·영덕·울진·봉화·의성·청송 등에서 '임기나눠갖기' 행태가 불거져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경주, #시의원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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