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이 제주해군기지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찾아 위로했다. 특히 법륜 스님이 "제가 강정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나서서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약속하자 주민들은 감사의 인사로 화답했다.
'즉문즉설 제주도' 행사를 위해 제주도를 방문한 법륜 스님은 9일 오후 3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강정마을에 머물며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위로했다. 간담회에는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를 비롯 주민 약 70여 명이 참석했다.
"해군기지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문을 연 법륜 스님은 "탐라국의 패망과 몽고군의 침입, 4.3사건 등 비극적 아픔을 겪은 제주도민들에게 이제는 '해군기지'라는 또 다른 아픔이 찾아왔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법륜 스님은 "다수의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국가가 필요하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강제적으로 집행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국가를 경영하고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할 정부 당국자들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해군기지 공사를 밀어붙인 정부를 비판했다.
마을 주민들이 "정당한 항의를 하는 주민들을 정부는 빨갱이라고 몰아세우고 공권력으로 강압하고 있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자 법륜 스님은 "이제라도 더 이상의 큰 불상사 없이 강정마을 주민과 제주도와 대한민국이 서로 합당한 길을 찾아 나가는 길에 저도 함께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 동북아 구심체 될 수 있어... 해군기지 합당한가 따져봐야"
법륜 스님은 또 제주해군기지는 ▲ 국가안보 ▲ 제주도민의 이익 ▲ 강정마을 주민들의 실향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안보 문제와 관련 법륜 스님은 "중국의 팽창에 따른 우리의 해상로 보호 등 국가적인 측면에서의 필요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이것이 한국이 가장 앞장서서 중국의 타겟이 될수 있는 위험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어느 쪽이 국가안보에 더 이익인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충분한 검토와 국가적 안보상 해군기지가 제주도에 정말 필요한가 하는 원론적인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제주도민의 이익과 관련해서 법륜 스님은 "해군기지가 국가적 이익에는 부합할 수가 있다 하더라도 제주도민의 이익에는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제주도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북아의 구심체가 될 수 있는데 여기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게 국가의 이익에 합당한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륜 스님은 특히 "제주도는 관광을 중심으로 하는 섬"이라며 "중국인 관광객을 고려하더라도 제주도의 이익에 해군기지가 과연 합당한가를 충분히 논의하고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륜 스님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향을 잃어버리는 문제는 돈으로 계산하기가 굉장히 곤란한 문제"라며 "국가의 이익을 위해 그 아픔을 감수할 수도 있지만, 강정마을은 납득할 만한 이유도 설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아픔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마을 주민회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
법륜 스님은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며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 국가권력은 마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고통을 주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방식의 권력집행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햇수로 6년째 해군기지 문제로 아픔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법륜 스님은 "화가 나서 지치게 되면 포기하게 된다, 그래도 옛날 4.3사건 때보다는 덜 억울하지 않냐"며 "그러고도 우리가 살았듯이 조금만 마음을 진정해가면서, 주위의 지지세력을 더 많이 확보하면서 가자"고 위무했다.
예정에 없던 법륜 스님의 위로방문을 받은 강정마을 주민회는 "가슴에 쌓였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라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주민들을 위로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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