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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차례 가고 오기를 반복 하여 쓰레기 줍기에 열정을 다한 쓰레기여왕
이참복(여,56)씨 기쁨의 브이를 하고 있다.
여러차례 가고 오기를 반복 하여 쓰레기 줍기에 열정을 다한 쓰레기여왕 이참복(여,56)씨 기쁨의 브이를 하고 있다. ⓒ 조정숙

사진가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인천시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 1-17'에 위치한 '소래습지생태공원'공원. 광활한 벌판에 풍차를 설치해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기에, 구름이 좋은 날이나 새벽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는 날이면 많은 사진가들이 모인다. 요즘처럼 밤낮 기온차가 많이 나는 날에는 물안개가 피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더더욱 새벽이면 사진가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평소에도 이곳은 인천시에서 관리를 하기에 늘 공원이 깔끔하여 불쾌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생태공원을 감상하며 달리는 자전거 마니아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아오는데, 아이들의 갯벌 체험과 소금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있기 때문에 생태공원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정리정돈이 잘 되어 공원으로서의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아침이면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일출을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가들이 모인다.
아침이면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일출을 담기 위해 수많은 사진가들이 모인다. ⓒ 조정숙

대부분 잠들어 있을 이른 새벽 수없이 이곳을 찾아갔고 원하던 풍경을 담지 못하고 매번 발길을 돌려야 했던 곳이지만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틈만 나면 자주 가는 곳이다. 이곳을 평소와 달리 구름이 비친 염전의 반영을 담아 볼까 하여 지난 주말(9일) 오후에 찾아갔다. 그런데 이곳에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자연보호라는 어깨띠를 두른 수십 명의 사진동호회 회원들이 공원의 구석구석 샅샅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주5일근무제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다 보니, 취미생활을 하는 사진가들도 많이 늘었어요. 풍경이 좋은 곳 어디를 가나 작품을 담는 사진가들 만날 수가 있으니. 좋은 작품을 담는 일도 중요 하지만 본의 아니게 작품에만 열중하다보니 자연을 훼손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죠. 저 역시 일행에 한사람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죠.

기다리는 시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피고 남은 담배꽁초를 담을 수 있는 휴대용 재떨이를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어요. 내친김에 자주 하지는 못해도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쓰레기 줍는 행사를 추진하게 되었고, 이번이 2회째인데 지난 1회 때는 사진가들이 많이 찾아가는 장소 중 자연의 보고인 순천만 용산전망대 일대와 임실에 있는 옥정호에 있는 붕어섬을 담기 위해 올라가는 국사봉 전망대 주위를 청소하였고 이번이 2회째로 소래습지생태공원으로 정하게 되었답니다."

 좌측에 있는 네모난 통이 휴대용 재털이입니다.
좌측에 있는 네모난 통이 휴대용 재털이입니다. ⓒ 조정숙

 쓰레기를 줍고 있는 출사코리아 동호회 회원들
쓰레기를 줍고 있는 출사코리아 동호회 회원들 ⓒ 조정숙

 쓰레기 수거에 열정적인 회원들
쓰레기 수거에 열정적인 회원들 ⓒ 조정숙

 한 시간 동안 쓰레기를 수거하여 집결지로 모이는 회원들
한 시간 동안 쓰레기를 수거하여 집결지로 모이는 회원들 ⓒ 조정숙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해오다 '출사코리아'가 모범을 보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행사를 추진하게 되었다며 전국에 있는 출사코리아 회원 중 이번 행사에 80여 명이 쓰레기 수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보기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마음이 뿌듯하다며, 이런 행사를 지역별로 차츰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출사코리아 대표 손상철(58)씨는 말한다.

공원이 항상 깔끔하여 쓰레기가 없을 거라는 생각을 뒤집고 한 시간 동안 주운 쓰레기 수북이 쌓여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풀숲 사이사이까지 샅샅이 뒤져 청소를 하고 돌아오는 회원들의 손이 묵직하다.

 쓰레기 줍고 부상으로 상품까지 챙기는 쓰레기 수거왕들이다.
쓰레기 줍고 부상으로 상품까지 챙기는 쓰레기 수거왕들이다. ⓒ 조정숙

"상품에 연연하진 않았지만 촬영용 장갑 상품으로 받으니 기분 좋아요"

역시 아줌마는 용감했다. 질펀한 갯벌에 들어가 온몸에 갯벌투성이가 되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투혼을 불사른 일산에서 온 이참복(여, 56)씨가 쓰레기여왕으로 등극을 했다.

"상품에 연연한건 아니고요. 자주 참여 할 수 없어 고심하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한다고 해서 참석하게 되었어요. 자연보호행사에 동참해서 마음도 뿌듯하고 덤으로 장갑까지 상품으로 받아 기쁩니다."

 버린 플라스틱 욕조를 끙끙대며 들고 오는 회원, 박수를 받았다.
버린 플라스틱 욕조를 끙끙대며 들고 오는 회원, 박수를 받았다. ⓒ 조정숙

 주워온 쓰레기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 쓰레기 집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주워온 쓰레기를 쓰레기 봉투에 담아 쓰레기 집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 조정숙

뒤늦게 멀리서 끙끙대며 버려진 욕조모양의 플라스틱 통을 둘이서 들고 걸어오는 회원을 보고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 이런 보물을 찾았느냐며 박수를 보내자, 김판권씨가 쑥스러워 하며 웃는다. 이곳에서는 쓰레기도 보물로 사랑받는다. 상품이 걸려 있기도 하지만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기쁨도 있다. 물론 장갑과 주전자를 부상으로 받을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제주도, 거제도, 강원도,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 평소 누군가는 치우겠지 하며 지나쳤을 쓰레기를 오늘만큼은 서로 치우겠다며 솔선수범하여 수거하는 모습을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행사가 한시적으로 행하여지기보다는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조정숙 기자는 '출사코리아' 회원입니다.



#소래습지생태공원#출사코리아#쓰레기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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