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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월 15일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군 육해공 합동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3월 15일 전했다. ⓒ 연합뉴스

북한의 참담한 인권 현실과 남한의 이념 대결이 교차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대안적인 접근은 무엇일까? 필자는 앞선 글을 통해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인권위원회'를 구성해 합리적인 공론화와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의 핵심 기조는 '포괄적 관계 개선을 통한 접근'과 '한반도 문제의 포괄적 해결'이다. 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에 앞서 북한 인권은 대단히 풀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과도 같은 문제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 인권문제 악화원인, 이것이다

우선 북한 인권문제의 악화 원인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집단주의'와 '유일체제'를 고수해온 북한 정권에게 있다. 동시에 한반도 정전체제와 대북 제재가 한반도의 평화권과 발전권을 심각하게 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부적 요인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결국 북한 인권 악화의 내부적 원인과 외부적 원인 사이의 악순환을 인권 개선을 위한 선순환 구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인권의 보편성'과 '한반도의 특수성'이 충돌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인권은 보편적 권리라는 점에서 외부에서의 문제제기를 "내정 간섭"이라는 틀에 가둬둘 수는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 발전의 기본적인 토대가 상호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통한 신뢰 구축에 있다는 현실도 외면할 수는 없다. 이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뢰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의 헌법·국가보안법과 국제법적으로 북한도 엄연한 주권국가라는 극단적인 불일치의 문제도 있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남북 기본합의서에서는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점을 인정"키로 했다. 그러나 남북 기본합의서 및 이를 재확인·발전시킨 6·15와 10·4 선언은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남한이 선의와 진정성을 갖춘 북한 인권문제 개입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이들 합의를 발전적으로 되살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째, 북한 정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도 대단히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이다. 북한 정권은 분명 인권 탄압의 주체이자 이에 따른 비판의 대상이다. 그런데 외부의 비판과 압력에 의해서든 자각에 의해서든, 북한 정권은 인권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주체라는 이중성도 갖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 역시 비판과 압력을 통해 끊임없이 교정을 시도하되, 그것이 신뢰에 기반을 둔 접근일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정권을 교체나 타도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 화해와 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론은 다섯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현실적으로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둘째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제재와 압박이 강해질수록 1차적인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 되는 반면에 김정은 체제가 붕괴할 것인지는 극히 불확실한 상황으로 남을 수밖에 없으며, 셋째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넷째 설사 김정은 정권을 축출한다고 해서 '대체 정권'이 김정은 정권보다 평화․인권문제에서 더 우월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평화협정과 제재 해제도 중요한 인권이다

위와 같이 '딜레마 투성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선 대전제는 북한 인권 문제와 한반도 평화 사이의 민감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대북강경책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결코 인권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인권 보호와 증진의 기본적인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평화를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접근법은 상보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동시적 위기를 초래할 뿐이다.

반대로 '선(先) 평화, 후(後) 인권'의 관점은 인권 자체가 유보될 수 없는 신성한 가치라는 점을 간과하는 측면을 안고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대북적대정책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권의 정치'가 초래하고 있는 평화와 인권의 동시적 위기를 정확히 진단하고, 둘 사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면서 평화와 인권의 선순환적·동시적 증진을 가능케 하는 이론과 정책을 생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의 일부이자 기본적인 토대인 '평화권'과 '발전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쟁은 '인권의 침해' 정도가 아니라 '인권의 말살'을 가져오기 십상이다. 평화권은 1984년 11월 12일에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인민의 평화권에 대한 선언'(Declaration on the Right of Peoples to Peace)을 통해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선언을 통해 유엔 총회는 "전쟁없는 삶이 물질적 복지와 국가의 발전 및 진보, 인권과 자유를 실현케 하는 최우선적인 조건"임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평화권을 한반도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

유엔은 또한 1986년 총회 결의를 통해 발전권을 독립적인 인권주제로 다뤄왔다. 유엔은 발전권이 실현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가 국제평화와 안전이며, 군축을 통해 그 자원들이 모든 인민들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과 행복을 위해 이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발전권은 국가간 협력이 있어야 하며 국제사회는 평화와 안전을 확립하고 완전한 군축을 실행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한 나라의 발전권 실현을 위해서 국제사회의 협력은 중대한 역할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한-미-일 주도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고, 이는 북한의 발전권에 심대한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대북 경제제재의 해제는 그 자체로도 인권 증진 효과가 있고, 그 확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력한 분야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결단과 실천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포괄적인 한반도 문제 해결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북한 인권문제에 평화권과 발전권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적용하면, 인권문제로 인한 갈등은 줄이고 협력의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두 권리가 공유하고 있는 핵심적인 과제가 바로 국가간의 관계 개선과 군사주의 극복 및 군축이다. 그런데 남북한이 안고 있는 인권문제의 상당 부분은 적대 관계 및 과도한 군사주의의 추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국가안보지상주의, 예산과 인력의 군사화 및 소모적인 군비경쟁 등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현실 속에서 개개인의 삶을 돌보고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남한의 인권 문제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국가보안법, 사병 복지 등 군사·안보와 관련된 인권 문제들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북한 인권문제를 체제 중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상대방의 체제에 대한 부정을 밑바탕으로 깔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해결보다는 악화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이보다는 분단과 전쟁, 그리고 적대적 관계의 지속이라는 공통된 환경 속에서 잉태된 군사주의와 교차 승인의 비대칭성(남한은 중국, 러시아와 수교한 반면에 북한은 미국, 일본과 수교를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의 극복을 통해 인권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가 요구된다. 이는 어느 일방의 요구나 비난이 아닌 공동의 노력을 통해 인권문제에 접근하는 것임으로 인권문제의 해결 과정이 남북관계나 평화정착을 저해하지 않는, 오히려 평화와 인권간의 선순환적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

관계 개선을 통한 접근이 실효적인 이유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북 대학생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게 욕설과 함께 "변절자"라고 발언해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임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을 규탄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탈북 대학생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에게 욕설과 함께 "변절자"라고 발언해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탈북자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임 의원의 탈북자 비하 발언을 규탄하며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결론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 노력은 관계 개선과 병행되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환경 마련은 남북, 북미, 북일 관계 등 탈냉전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적대적 대립관계의 완화 및 종식에 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관계 개선과 인권 개선 요구를 병행하는 것이 더 실효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우선 관계 개선은 북한이 외부와의 접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의 권리 의식은 증대되고 북한 정권이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할 대내외의 압력도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관계 개선을 통한 접근은 북한 정권이 인권문제 자체를 부인해온 가장 큰 구실, 즉 한-미-일의 적대정책이 해소된다는 점에서 북한 정권이 인권문제를 회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아울러 '고립된 북한'보다 '국제사회에 편입된 북한'을 상대로 인권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북한에게는 국제 기준을 이해하고 도입할 동기가 될 것이고 국제사회에게는 보다 효과적인 국제협력을 제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한다. 바로 대북 인도적 지원과 한국의 인권문제이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한미 양국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식량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한 언론은 "네티즌의 입을 막는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을 거론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한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대북 식량 지원이 사실상 중단되고 한국의 인권 상황마저 후퇴한 것만은 분명하다. 북한 인권을 위해 법을 만들자는 새누리당은 대북 식량 지원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항을 넣고, 반민주·반인권적 색깔론을 펴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한국이 선의와 진정성, 그리고 권위를 갖춘 북한 인권문제 개입 주체가 될 수 없다. 북한 주민의 배고픔을 외면하지 않고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향상에 기여하는, 그러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자격과 실력을 갖춘 보수를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정욱식 기자는 평화네트워크(www.peacekorea.org) 대표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 쓴 책으로 <핵의 세계사>(아카이브, 2012)가 있습니다.



#북한 인권#북한인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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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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