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토요일과 10일 일요일, 교토시 동쪽에 있는 에이칸도 절에 다녀왔습니다. 에이칸도 절은 원래 이름은 '센린지(禪林寺)'입니다. 그렇지만 에이칸도 절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절은 처음 835년 구카이(空海, 弘法大師, 774-835 ) 스님의 제자 신쇼(真紹, 797-837) 스님이 후지와라 노세기오(藤原 関雄) 집터 자리에 지은 절입니다.
1072년 요우칸(1033-1111) 스님이 이 절에 들어와 약왕원을 짓고 병인 구제와 자선 사업에 몰두하셨습니다. 이 일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요우칸 스님이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절 이름이 에이칸도(永觀堂)로 더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에이칸도(永觀堂)에는 나무로 된 아미타여래 입상이 있습니다. 불상 높이는 77센티미터이고, 나무로 불상을 깎아서 만든 다음 옻칠을 하고 금박을 입혔습니다. 이 아미타여래 입상은 고개가 왼쪽으로 90도 돌아가 있습니다.
절에 전해오는 내력으로는 요우칸 스님이 1082 년 2월 15일 새벽 염불을 외며 본당을 걷는 수행을 하고 있는데 본존 아미타여래가 나타나 함께 걸었다고 합니다.
요우칸 스님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걸음을 멈추자 아미타여래는 고개를 돌려서 뒤돌아보며 "요우칸, 늦었구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본 요우칸 스님은 나중에 그 모습을 불상으로 만들어서 전했다고 합니다. 뒤에 이 절은 여러 전란에 불에 타기도 하지만 다시 건물을 짓고 복원하였습니다.
아미타여래는 모든 중생을 구제하여 극락정토로 이끄는 부처입니다. 무한한 진리의 빛을 상징하여 무량광불로 불렸으며 도교의 불로장생 신앙과 결합되어 무량수불로도 불렸습니다. 아미타여래는 중생의 신앙심이나 성품의 깊이에 따라서 9등급으로 나누어 교화하여 구제한다는 뜻으로 아미타 구품인이라는 손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이 절이 지어질 때 후지와라 노세기오(藤原 関雄) 집터 자리에 지은 절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지 않고 오래 살기를 기원하고, 죽어도 다시 극락 정토에서 영생하기를 꿈꾸어왔습니다. 특히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아온 귀족이나 부자들은 현세의 안정된 생활이 다음 생에서도 이어지기를 희망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자나 왕족의 별장이었다가 절이 된 곳은 부자의 희망에 따라서인지 몰라도 아미타여래를 모신 곳이 많습니다. 교토에 있는 긴카쿠지(金閣寺) 절, 뵤도인(平等院) 절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유명한 스님과 관련해서 절이 유명해지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불상 때문인지 이 절은 인기가 있습니다. 거의 모든 불상이 앞만 쳐다보고 있는데 유독 이 불상만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요우칸 스님에게 "늦었구나"라고 나무라는 아미타여래의 말씀은 세상사 인간사에도 통용되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에이칸도 절 불상이 다른 불상과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석을 낳기도 합니다. 왜, 이 불상은 고개를 돌리고 있을까요? 혹시 탐욕에 찌든 인간의 악취 때문은 아닌지요? 아니면 세상사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꼴찌에게 부처의 자비심으로 격려와 사랑의 눈길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모두 해석은 자유입니다.
* 참고 사이트> 에이칸도 절 누리집,
http://www.eikando.or.jp/eikando.htm, 2012.5.14
* 가는 법> JR교토역이나 교토 시내에서 5번 버스를 타고 난젠지・에이칸도 미치(南禅寺・永観堂道)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다음 동쪽 산 쪽으로 200미터쯤 걸어가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朴炫國)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