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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대선 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국회의원(부산 사상)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했다. 지율 스님은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판물에 대한 사실보도 요청,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지율 스님은 문재인 의원이 낸 책 <운명>을 문제 삼았다. 지율 스님은 소장에서 '책 내용 정정', '사과문 게재'와 함께, 2000만1000원의 보상을 요구했다.

천성산 내원사 '산감'이었던 지율 스님은 2002년 대통령선거가 있기 전부터 대구~부산 고속철도 천성산터널 공사에 반대하고,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등을 요구하며 삼보일배와 여러차례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환경단체들도 천성산·금정산 터널공사에 반대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12월 4일 '불교정책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부산고속철도 노선 천성산·금정산 관통사업을 백지화하고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노선재검토위'를 구성하기도 했다.

지율 스님은 "공교롭게 대선 국면과 맞닿아 있다. <운명>에 실린 내용을 보게 된 게 지난 3월이었고, 그동안 두 차례 편지를 보냈다"면서 "지인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국민들은 사실 관계를 제대로 알아야 하기에 소송을 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 "대선 공약 '천성산 관통 백지화' 분명"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문재인 의원이 펴낸 책 <운명>에 잘못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사진은 책 <운명>의 한 부분.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문재인 의원이 펴낸 책 <운명>에 잘못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사진은 책 <운명>의 한 부분.
ⓒ 지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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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은 <운명>의 어떤 내용을 문제 삼았을까. 책에서는 "천성산 터널 문제는 대통령이 대선 과정 중에 노선재검토를 공약했던 사안이다. 그 공약에 따라 노선재검토위를 구성했다"고 해놓았다.

또 책에서는 "찬·반 양쪽에서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기존 노선의 재검토와 대안노선을 검토했다. … 천성산터널은 재검토위원회가 어렵게 결론을 내렸으나 반대쪽이 승복하지 않았다. … 기존 노선보다 환경피해를 줄일 대안을 찾을 수 없었다. 이미 해당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 공사가 많이 진행돼, 선택의 여지도 많지 않았다"고 설명해 놓았다.

이에 대해 지율 스님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부산고속철도노선 천성산 관통사업을 백지화하고 대안노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당시 대통령 후보 시절 '불교 10대 공약' 내용이 실린 책자를 조계종 총무원과 내원사, 통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지율 스님은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주장했던 '천성산대책위'를 논의 대상에서 배제시킨 뒤, 부산환경연합을 중심으로 '노선재검토위'를 구성했다"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닌, 당시 정치적으로 동지관계였던 시민단체와 꾸린 협의체에 대해 그 결과를 승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웃집 김씨와 이씨가 합의했는데 집주인이 집을 비우지 않는다고 하는 주장과 다름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문재인 의원은 책에서 "불교계에 협조를 구했다. 불교계에서 환경운동 하는 분들도 현실적으로 노선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수긍했다.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인 법장 스님과 불교환경운동연합 수경 스님 등과 여러 차례 논의 끝에, 대통령이 조계종 법전 종정스님을 정식으로 찾아 뵙고 협조를 부탁드리기로 했다. … 천성산터널은 정부 출범 때부터 단식을 하며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지율 스님이 종정 스님의 지시나 종단 방침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 나는 단식 때마다 찾아가 만류하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책에 썼다.

이에 대해, 지율 스님은 소장에서 "천성산 문제는 단지 불교계만의 사안이 아니었다. 10여개 단체가 '천성산대책위'를 꾸렸다.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바라보고 불교계 사안으로 만든 것은 참여정부였다"며 "종단의 어른 스님께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협조를 요청한 사건은 갈등을 조정한 것이 아니라 갈등을 조장한 사건과 다름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시간이 7년이나 경과한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원고의 법명을 거론하며 '지율 스님이 종정스님의 지시나 종단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어, 그 진위와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내용과 관련해 원고는 종정스님의 지시를 받은 바는 결코 없으며, 종단의 방침이나 지시를 받은 일 역시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율 스님은 "당시 총무원장이셨던 법장 스님은 취임 전 부산 단식장을 방문하셔서 천성산 수호를 피력하신 바 있고, 취임 직후와 취임 직후 2005년 '100일 단식장'을 직접 방문하시고, 종단의 방침과 입장을 전달하신 바 있다"며 "저의 출가 본사인 내원사·통도사에서는 수십억의 보상과 도서관 건립 보상 등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문재인 의원이 펴낸 책 <운명>에 잘못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사진은 2002년 12월 4일 대통령 선거 직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낸 '불교정책 10대 공약' 내용이다.
 '천성산 지킴이' 지율 스님이 문재인 의원이 펴낸 책 <운명>에 잘못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사진은 2002년 12월 4일 대통령 선거 직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낸 '불교정책 10대 공약' 내용이다.
ⓒ 지율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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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은 "정부가 정책에 확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반대의견이 있으면 귀 기울이고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피고(문재인)가 현장에 다녀가고 나면 원고가 피눈물로 쌓은 탑들은 무너져 버렸고, 원고의 천성산 운동은 그 무너짐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반복되던 끊임없는 노력이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에 정정보도를 신청해 승소했던 지율 스님은 "종교인 신분으로 거리에 서고, 법정에 서고, 시비를 가리는 언론중재위에 서고 모래바람 날리는 강가를 배회하는 시간들을 돌아보면 아득하고 허망하고 가없는 길"이라며 "피고의 정치적 행보 속에 왜곡된 채 숨 죽여 있는 원고의 기록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의원의 답변 "명예에 해가 되는 내용 없는데..."

문재인 의원은 지난 5월 지율 스님 앞으로 답변을 보내 책 <운명>의 내용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고속철도 '노선재검토·기존노선 백지화' 논란에 대해, 문 의원은 "저는 노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바에 따라 '노선 재검토'를 공약한 것이었다고 주장했고 참여정부의 입장도 같았다"면서 "스님께서 '기존노선 백지화'를 공약한 것이었다고 믿으시더라도 제게 강요할 일이 아니다"고 답변했다.

또 문 의원은 "재검토위의 구성에 스님의 단식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공약이 있었기 때문에 재검토를 하게 된 것이므로, '그 공약에 따라 노선재검토위를 구성했다'는 기술이 사실과 다른 기술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부산환경연합은 당시 기존 노선 백지화와 원전 재검토를 주장하며 반대측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 경우 반대운동을 하는 환경단체와 협의해서 재검토위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라며 "그것이 스님의 뜻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불교계와 관련해, 문재인 의원은 "책에서는 종정스님이 종단에 지시했다고 기술했을 뿐 스님께 지시했다고 기술하지 않았다. 스님이 종정스님의 (종단에 대한) 지시나 종단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기술했을 뿐, 스님이 종정스님이나 종단의 어른 스님들로부터 지시를 받고도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기술한 것은 아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의원은 "사회적 갈등 관리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객관적 상황을 간략하게 기술한 것일뿐, 스님의 명예에 해가 되는 내용은 없다"며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스님과 입장이 달랐지만 스님이 주장하는 가치의 소중함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태그:#지율 스님, #문재인 의원,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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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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