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현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에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특히 그동안 비교적 소홀했던 북한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진하여 국제사회가 이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 국가인권위가 국민의 인권을 대변, 보호하는 본인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연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청와대가 11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인선 배경이다. "중립적이고 균형된 시각에서 국민의 인권을 적극 보호하는 기관으로 운영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을 보면서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현 위원장은 지난 2009년 7월 임명되었다. 내정 당시부터 인권과는 무관하다는 이유로 인권시민단체와 언론에게 부적절한 인사라고 비판을 받았다. 내정 당시 그는 한양사이버대 학장이었다. 자신도 이를 알았는지 내정 소식에 "멍했다"면서 "보수든 진보든 시민단체에 관여한 적이 없고, 학문단체에만 있었기에 차라리 모르는 게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는 황당한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이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현병철 인권위, '국가인권위'가 아니라 '정권이권위'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현 위원장 체제 국가인권위는 '정권이권위'라는 비아냥을 들을 때가 많았다.

이명박 정권 들어 인권침해 대표적 사례인 '용산철거민참사 사건', 시민들의 말하는 자유를 빼앗은 '미네르바 사건', 국가가 명예훼손을 제기한 '박원순 변호사 사건',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MBC <PD수첩> 사건' 따위에서 현병철 체제 인권위는 '국가인권위'가 아닌 '정권이권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키는 사안은 다루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논리였다.

지금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발표를 앞두고 있다(13일 예정). 검찰이 두 번이나 수사했지만 결과는 정권 핵심을 겨누지 못했다. 그런데 인권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12월 27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인 김종익씨가 낸 진정 사건을 반 년 동안 시간을 질질 끌다가 사건이 '1년 이상 경과'했다는 황당한 이유를 앞세워 조사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보수위원들이 낸 각하 의견은 "인권위법상 1년 이상 지난 사건과 수사기관이 수사를 벌일 때는 사건을 각하할 수 있다"였다. 현행 인권위법 제4장 제32조에는 '진정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1년 이상 경과해 진정한 경우' 또는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종결된 경우' 해당 진정을 각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11월 유남영, 문경란 상임위원와 비상임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가  "인권위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임기 만료 전인 10일 자로 위원직을 사임한다"며 인권위를 떠났다. 이후 인권위가 위촉한 전문·자문·상담위원 등 61명도 집단 사퇴했다.

이들이 인권위를 떠난 이유는 간단했다. "현 위원장이 임명된 이후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정부에 부담이 될 것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는 의견 표명을 하지 않거나 기각하는 등 반인권적인 결정을 반복했다"며 "더 이상 무인권 정책으로 일관하는 현 체제에 기대할 것이 없다"였다.

"깜둥이와 같이 산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 미국이었다면

국가인권위 설립목적. 국가를 위한 존재가 아니라 국민과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을 분명히하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국가인권위 설립목적. 국가를 위한 존재가 아니라 국민과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임을 분명히하고 하고 있다. 하지만 현병철 위원장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 국가인권위

관련사진보기


특히 현 위원장은 발언도 문제였다. 2009년 8월 10일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했다.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였다지만 검찰총장이나 경찰청장이 아니라 인권위 수장이라면 국가보안법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폐지가 맞다고 해야 한다. 인권위는 인간존엄성을 위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0년 7월에는 사법연수생들과 한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도 이제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 깜둥이도 같이 산다"고 했다. '깜둥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고위공무원이 '깜둥이'라고 했다면 바로 퇴진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꿋꿋했다. 상임위원 동반사퇴 등 거센 비판이 일었던 지난 2010년 11월 9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 위원장은 야당 의원들 퇴진 압박에 "최선을 다하겠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 이상으로 지지하는 사람이 많다", "떳떳하다. 개인 메일을 보내 격려하는 국민들도 있고 국제사회에서 한국 인권에 대한 평가도 높다"며 '퇴진불가'를 외쳤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그를 연임시켰다.

오죽하면 고등학생에게 사퇴하라는 말까지 들었겠는가. 지난 2010년 인권위가 주최한 청소년 대상 인권 에세이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자로 뽑힌 김은총 학생(당시 영복여자고 3)이 성명서를 통해 "현병철 위원장은 인권에 대한 개념이 박힌 사람이라면 할 수 없을 말들을 서슴없이 한다"며 "이런 사람이 과연 나에게 상을 줄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수상 거부를 했다.

김은총 학생은 성명서에서 "인권위원장으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며 "내가 에세이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인권'을 지금 현병철이라는 사람이 인권위에서 끝도 없이 밑바닥으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김은총 학생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들에서 이야기하는 인권의 '반도 못 따라가고 있는' 인권위의 모습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한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현병철 위원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이명박 정권 인권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비판하면서 현 위원장에게 부끄러움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인권 에세이 대상 수상 학생 "현병철 인권위 부끄럽다" 수상거부

고등학생에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충고를 들은 현 위원장이나 그를 연임시킨 이 대통령 둘 다 인권의식은 빵점이다. 청와대는 현 위원장 연임 배경을 "'국민의 인권'을 대변·보호하는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정권의 이권'을 대변·보호하는 본연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정착시켰"기 때문에 연임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

현 위원장과 이 대통령이 국가인권위회법 제1조를 안다면, 현 위원장이 스스로 연임을 고사하거나, 철회해야 한다. 그게 인권위 추락을 막는 마지막 길이다.

이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립하여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태그:#현병철, #이명박, #국가인권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