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월 8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승용차 생산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현대자동차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될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564명의 계약이 해지된다. 이들은 초단기 계약직·인턴 사원으로 전환되거나 해고될 전망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현대차의 정규직 전환 의무를 덜어주는 법안을 냈다. 현대차와 새누리당이 대법원 판결 뒤집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크다.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씨가 낸 부당해고구제 소송을 다루면서 지난 2010년 7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2년 이상 일한 최씨는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관련 기사 : 현대차 불법파견에 '철퇴'... '소송 태풍' 분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아 오는 8월 2일 시행예정인 개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도 원청업체의 불법 파견 노동자 직접 고용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개정 파견법은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8000여 명이 현대차의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를 피하기 위해 계약 해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새누리당도 현대차의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무력화시키는 내용이 담긴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 제정안을 내놓았다.

현대차, 사내하청 계약해지 계획... "정규직화 해야" 반발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린 가운데,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하늘로 풍선을 날리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고, 파견 노동자가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인정한다고 최종판결을 내린 가운데,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와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회장의 구속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하늘로 풍선을 날리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12일 심상정(통합진보당)·은수미(민주통합당) 의원이 입수해 공개한 현대차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는 한시계약 사내하청 노동자 1564명에 대한 계약 해지 계획을 세웠다. 11일 계약 해지 공문을 보내고, 7월 12일까지 전환 절차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한시계약 사내하청 노동자는 노동조합 활동, 산업재해 등으로 일할 수 없는 정규직 노동자를 일시적으로 대체하거나 단기 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사내하청기업과 계약을 맺고 현대차에서 일해 왔다.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 파견이라고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감안하면, 이들은 개정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의 정규직 직원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들 중 일용직이거나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는 노동자 1351명에 대해서는 사내하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직접 채용할 예정이다. 그 형태는 1개월 등 초단기 계약직이나 인턴사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정규직 전환 기회는 사라진다.

박현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은 지난 8일 호소문에서 "사내하청 동지들은 불법파견 노동자들이며, 정규직 전환 대상자"라며 "현대차는 8월 2일 전에 2년 미만 사내하청 동지들을 직고용 인턴(알바)으로 바꿔 불법 파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내하청업체와 무기계약을 맺고 있는 213명에 대해서는 해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는 문건에서 이들에 대해 '(사내하청) 업체 노사협의 후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심상정 의원실 관계자는 "해고가 아니면 이들을 정리할 수 없기 때문에, 해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는 12일 낸 성명에서 "현대차 사측이 지금 할 일은 계약직 알바 전환이 아니라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실질 사용자가 현대차임을 인정하고 과거의 잘못을 전체 사회 구성원 앞에 사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정 파견법에 따른 근속 2년 이하의 비정규직에 대한 법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한시계약 비정규직들을 현대차 소속의 계약 근로자로 직접 채용함으로써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비정규직에 대한 근로조건 개선에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상당수 한시계약 근로자들은 이와 같은 고용 형태 변화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민생 1호 법안은 '정몽구 보호법', '불법파견 은폐법'"

8일 오후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연찬회에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8일 오후 충남 천안 지식경제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19대 국회의원 연찬회에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현대차의 한시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일부일 뿐이다. 현대차는 2년 이상 근무한 수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미 2010년 사내하청 노동자 1800여 명이 자신이 현대차 정규직 직원임을 확인해달라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새누리당이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민생 1호 법안인 사내하도급법 제정안은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봉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내하도급법은 사내하청 제도를 사내하도급이라는 이름으로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 파견 개념을 없앰으로써, 불법 파견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규정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무시하고 개정 파견법을 무력화시키는 셈이다. 이 법안의 제안 이유는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사내하도급근로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 6조(고용 및 근로조건의 유지)를 보면 법안의 허점이 보인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수급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기업들은 '특별한 사유'를 계약해지 근거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심상정 의원은 "비정규직 인생을 다시 살게끔 강요하는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불법고용을 일삼아왔던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에게 면죄부를 주는 '정몽구 보호법'이자 '불법파견 은폐법'"이라고 지적했다.


태그:#현대차, #새누리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