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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해야 쇄신할 수 있고, 쇄신해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무슨 정파라고 딱지를 붙이고 배척해서는 안된다. 그런 색깔론식 방법은 진보정당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토론하고 설득하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고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

 

강병기(52) 전 경남도 정무부지사가 통합진보당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강 전 부지사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단적 대결로 치닫고 있는 당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례대표 선거 부정·부실문제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파국적인 위기로까지 치달은 것은 사태를 주도한 이른바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자기주장만이 옳다는 아집에 사로잡혀 통합의 정신을 외면하고 극단적인 치킨게임을 벌였기 때문"이라며 "사태를 올바로 해결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대결로 끌고간 구당권파와 신당권파는 책임지는 자세로 자숙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문제에 대해, 그는 "사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하면서 "그러나 사퇴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 진주 출생인 강 전 부지사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을 지내고, 김두관 경남지사 취임 뒤 1년3개월 동안 경남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언론이 당 사태 키우고,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 측면"

 

다음은 강병기 전 부지사의 당대표 경선 출마설이 나온 뒤 13일 창원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 한 내용에다 15일 출마선언 뒤 전화로 나눈 대화를 추가한 것이다.

 

- 통합진보당 사태가 4·11총선 이후 몇 개월째 이어져 오고 있는데.

"어찌되었건 당원과 국민에게 미안하다. 통합진보당은 총선 뒤 비례대표 부실․부정 경선 논란을 시작으로, 종북논란까지 아직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원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불안하게 여긴다. 그래서 최소한 이번 당대표 선거를 통해, 극심한 혼란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당이 쇄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당 사태와 관련한 언론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말하기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언론은 이번 당 사태를 키우고, 당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당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당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비례대표 경선 부실·부정사건에 대해, 1차 진상조사 결과가 당 안에서 먼저 논의되기 이전에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습할 기회와 방법을 놓쳤다. 언론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여부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종북문제로 흘러갔는데, 이렇게 된 데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언론이 진중하게 사실에 근거해서 보도해 주었으면 한다."

 

- 당대표 선거가 '구당권파'와 '신당권파'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속에서 치러지는 것 같다.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갈등이 봉합될 것이라 보는지?

"당원들은 이번 선거가 극단적인 대결이 해결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당내 일각의 흐름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대립하고 있는 양측은 이번 선거를 제2라운드처럼 보고 있다. 선거전에서 이기는 측이 '비례대표 의원․후보 사퇴 공방'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결에서 승자는 있을 수 없다. 당원은 양측이 벌인 대결 때문에 상처가 깊다. 지금 양측은 당원들에게 어느 한쪽의 편을 들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당에 더 큰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당을 단합시키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 당대표는 경선하지 않고 합의 추대하면 되지 않는지. 그런 노력은?

"안타까운 것은 당을 대표해 온 분들이 이번 사태에서 당사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한편의 입장에 서거나 대결의 한 축을 형성한 분을 합의 추대하는 것은 한 쪽의 손을 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니 당원들이 흔쾌히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이 극심한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는데, 다시 경선을 놓고 충돌하는 방향으로 가면 수습이 아니라 혼란과 분열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래서 당대표를 합의 추대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싶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합의 추대가 어려워 보인다."

 

- 당 지도부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경선으로 갈 경우 일부에서는 '분당사태'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데.

"이대로 가면 분당사태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당은 실제로 분열될 것이다. 해결의 단초는 신당권파와 구당권파가 선거를 통해 승부를 보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사태를 주도한 당사자들은 이번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당의 사태해결과 당의 단합을 위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 통합진보당 당원 투표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지혜를 모아 나가야 한다. '진성당원제'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다. 진성당원은 진보정당의 근간인데 허물어서는 안된다. 근간을 흔드는 문제이기에 졸속으로 할 수 없다. 보완하고 계승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사퇴 불가피하지만, 제명으로 사퇴 강요는 안돼"

 

- 비례대표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 문제는?

"선거 부정·부실문제를 해결하려면 사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저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러나 사퇴는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당사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차 진상조사에 기초하여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억울한 점은 바로 잡겠다. 그리고 당사자들을 설득할 것이다. 제명은 사퇴를 강요하기 위한 잘못된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니 사퇴문제를 해결하면 그것은 자연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 일부에서는 강 전 부지사가 당대표가 되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구명할 것이고, 당 쇄신은 물거품이 되고 경기동부연합이 다시 당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한다고 하던데.

"비례대표 선거 부실·부정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저의 입장이다. 당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먼저이다. 어느 누구를 구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과오가 있다고 해서 자르고, 입장이 다르다고 해서 당에서 내모는 식으로는 쇄신할 수 없다. 당대표가 되면 잘못된 것은 과감히 고치고 억울한 일이 있다면 바로잡을 것이다.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원들이 구당권파와 신당권파가 한 일을 심판하는 것이다. 특히 구당권파가 당 운영을 독단적으로 한 것에 대해 불신과 문제제기가 매우 강하다. 이에 대한 자기반성과 개조가 없다면 새로 들어서는 지도부가 구당권파에게 당권을 나눠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 '혁신비상대책위' 강기갑 위원장이 두 의원을 설득해 봤지만 안 됐는데.

"태도 문제라고 본다. 불신을 가지고 대하니 진심이 통할 수 없고 다른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고 방어적인 자세로 나오는 것이다. 구당권파를 당에서 배척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당기위 제소같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하니 더 꼬인 것이다. 물론 구당권파가 당을 위해 허심하게 자신이 먼저 희생하겠다는 자세를 취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그러나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면 갈등만 깊어진다. 이성적인 해법을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출발점은 상호 신뢰회복이고 구체적인 방법은 기층당원들의 의사에 입각해서 정해야 한다. 선거과정을 통해 당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 이번 당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경기동부연합'과 출마를 사전 합의 조율했는지?

"그런 적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구당권파와 신당권파 양측에서 사태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 이번 선거에 나오는 것은 당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로 볼 때도 적절치 않다는 뜻을 피력하기는 하였다. 저는 대립하고 있는 어느 한쪽의 주장을 대변하기 위해 나선 것은 아니다. 제가 대변하려는 것은 극단적인 대결을 중단하고 단결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이다."

 

 

- 당대표가 되려면 어쨌든 부산·울산·경남지역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고 구당권파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보는데?

"저의 주장에 동의하는 당원들은 이른바 '당권파' 속에서도 있을 수 있고 '비당권파' 속에 있을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서 그런 사람들이 많다 하여 제가 그 지역과 손을 잡았다고 하는 것은 결과만을 보고 하는 억지 추측일 뿐이다. 어느 지역에 있는 당원이 저를 지지하는 것은  그 지역과의 관계 때문이거나 '당권파'나 '비당권파' 어느 한 쪽 편을 들기 때문이 아니라 세력 간 대결을 중단하고 단결해야 한다는 저의 뜻에 동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대위원장이 대표경선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 강기갑 위원장의 당대표 경선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데.

"혁신비상대책위는 당을 정상화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는데 대결의 한 당사자가 되어버렸다. 대립이 혁신이고, 잘라내는 것만이 쇄신인양 몰아침으로써 사태를 더 극단적으로 몰고 갔다. 대결을 격화시켰다. 당원들은 '해결하라고 했지 대결하라 했느냐'고 혁신비대위를 질책하고 있다. 강기갑 위원장은 훌륭한 분이고 저와 깊은 관계가 있는 분이지만 지금 당대표로 나서게 되면 갈등과 대립을 격화시키게 된다. 또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비대위원회 위원장이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다. 이런 말씀도 여러 번 드렸다."

 

- '종북'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종북 논쟁이야말로 대표적인 마녀사냥과 비슷하다. 실제로 어떤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이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 대답을 강요하는 식이다. 일방적으로 종북주의자들이 있다고 매도 당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북측에서도, 새누리당에 대해 '너희들은 종북 언행이 없었느냐'고 할 정도다. 우리 당 안에는 명백하게 당헌당규가 있다. 그 선에서 모든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우리는 민주공화국과 의회민주주의를 지향한다. 북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해서 향후 통일 대상이다. 서로 체제나 자신의 견해가 다르더라도 상대를 인정하는 데 기초해야 한다. 남북은 공존·대화·협력을 통해 통일로 나가야 한다."

 

-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 새누리당이 여러 주장을 했는데.

"우리 당은 국민 앞에 반성하고 거듭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하는 걸 보면 이해가 안된다. 자기들은 비례대표 후보를 특정인이나 중앙에서 높은 분들이 순번을 정해서 일방적으로 한다. 우리도 경선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비례대표 선출권을 당 지도부가 갖지 않고 당원들에게 주었다. 거기에 부실이 있었다고 해서 새누리당이 뭐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거기다 지금은 '종북'이라고 덧칠하고 있다. 우리는 박근혜 의원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기에 대선 후보 자격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몰아가지 않았다. 다른 당에 대해서는 기본 예의가 있어야 한다."

 

- 새누리당이 통합진보당에 여러 지적을 하는 것은 야권연대를 깨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는데.

"당 사태에 대해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거기에 검찰까지 나섰다. 야권연대를 깨거나 흠집 내려한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당 사태가 하루 빨리 수습되어 정상적으로 가야 하고,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복원해 정권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민주통합당 일부에서 야권여대가 물 건너 간 거 아니냐고 하는 것은 자칫 보수진영의 논리에 빠져서 춤을 추는 것과 같다. 자제해야 한다. 당 문제는 당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밖에서 떠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기다려 달라."

 

-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한때 같이 경남도정을 맡아 일했던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나.

"경남도 정무부지사로 있을 때도 단독으로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김 지사는 대선 도전을 처음부터 그런 마음을 갖고 계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남도정을 맡자마자 처음부터 여러 어려움 속에 정신없이 흘러갔다. 4․11총선 뒤 김두관 지사를 뵙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서만 지켜보고 있다."


태그:#통합진보당, #강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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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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