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0일 새벽 4시
"모닝콜 없이도 눈이 번쩍 라랄라라~ 너와의 첫 데이트~"(스윗소로우의 <첫 데이트>) 내 알람이 울린다. 평소 깊은 잠을 못 자는데 시차와 이틀 간 못잔 잠을 한꺼번에 자다보니 꿈 한번 꾸지 않고 기절한 것처럼 잘 수 있었다.
"아! 날씨!"벌룬투어를 하려고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건데... 오늘 날씨가 어떨지 궁금하다. 얼른 일어나 하늘을 보니 아직은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구름이 많지 않은 듯하다.
'휴~ 다행이다. 이거 때문에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왔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면 섭하지!'나갈 채비를 하고 두툼한 점퍼를 챙겨 입는다. 5월 중순이지만, 새벽엔 기온이 꽤 낮아 벌룬투어를 하려면 따뜻하게 입어야 한다고 많은 '블로거'들이 알려줬기 때문에 미리 점퍼를 챙겨왔다.
오전 4시 반에 숙소 앞으로 우릴 픽업하러 온 투어차량을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고나니 열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한 차에 모이게 됐다.
빈속이라 배가 무지 고픈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투어 전에 식당에 내려서 간단하게 '빵'을 먹고 출발한단다.
'또 빵... 라면 한 그릇만 먹었으면...'식당에 도착하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엔 한국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가족 단위로도 오고, 모임으로 오신 어르신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은 제공되는 빵을 먹지 않고 따로 챙겨 온 '컵라면'을 드셨다. 정말 어찌나 먹고 싶던지...
새벽부터 빈 속에 빵을 먹은 내 뱃속은 어김없이 요란하게 신고식을 한다. 1주일의 짧은 여행이라 이번엔 '식량'을 따로 챙겨 오지 않았는데 후회막심이다.
'이 촌티 입맛을 어찌할고...'
투어 전 간단하게 서명을 하고 열기구를 타러 드디어 출발한다. 어제 로즈밸리투어를 했던 곳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데 가다보니 바위 뒤편에 거대한 크기의 열기구들이 열심히 불을 때고 있다.
꽤 많은 열기구들이 불을 넣고 있었는데 그 열기가 정말 엄청나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누워있던 벌룬들이 점점 일어나는 모습이 장관이면서도 위압감도 주고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덩달아 부풀어 오르게 만든다.
드디어 벌룬에 탑승! 탑승 후 간단하게 안전규칙을 들은 뒤 떠오를 준비를 한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벌룬속으로 불을 연신 뿜어대자 겁이 별로 없는 나도 바짝 긴장이 되고 살짝 두려움도 생기는게 스릴 만점이다.
'얼마나 올라갈까? 올라가면 괴레메가 다 보이겠지?'이 생각 저 생각 하며 기다렸다.
"와~ 뜬다! 떠! 오오!"안전을 위해 떠오르기 전에 탑승 바구니 속에 쭈구려 앉아 있다가 떠오르면 일어나는데 일어나 보니 땅에서 어느 정도 올라와 있다.
열기구 탑승구조는 중앙 조종석을 뺀 나머지 4칸으로 구분되고 한 칸당 5~6명이 타는데 총 탑승 인원은 20~24명이 된다. 우린 가운데에 자리 잡았는데 올라갈 때 불을 넣는 소리가 너무 커서 중앙에 자리는 좀 좋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마을이 다 보이고 괴레메 특유의 지형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아래로는 독특한 기암괴석이 보이고 위로는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형형색색 열기구가 보였다. 과연 장관 중에 장관이다.
한참을 낮게 협곡 구석구석을 유유자적하다가 본격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불을 넣는데, 얼마나 올라왔는지 귀가 먹먹해진다.
"세븐 헌드레드 미터!(700m)"열기구 파일럿이 큰 소리로 외치니 어느 정도 높이 인지 알겠다. 또 그렇게 한참을 있으니 뒤통수가 뜨겁다. 태양이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예전에 내 첫 해외 여행지였던 캄보디아를 다녀오는 비행기 안에서 뜨는 태양을 보고 '구름 위에서 태양을 보는 일도 있구나' 싶어서 참 신기했는데 벌룬에서 뜨는 태양을 보는 일도 구름위에서 보는 태양 못지않게 벅차고 신비로웠다.
"에잇 헌드레드... 나인... (800m, 900...)"귀가 먹먹했다. '얼마나 더 올라가려고 그러지? 천 미터 올라가려나?' 생각한지 얼마되지 않자...
"싸우전드!(1000)"파일럿이 소리치자 모두들 새해를 맞이한 것처럼 손벽을 치며 환호한다. 결국 한 시간가량을 타고 1100m 까지 찍고선 내려갈 준비를 한다.
내려올때도 지면에 닿을 때쯤이면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두 바구니속에 쭈그려 앉아야 하는데, 밖이 보이지도 않아 얼마나 내려왔는지 궁금할 때 쯤 생각지 못한 꽤 큰 충격을 받으며 착륙했다.
무사히 탑승을 마치니 그 사이 투어 직원들이 준비한 샴페인을 터트리며 축배를 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상황이 약간은 유치하기도 하고 상술(?)의 느낌도 지울 순 없지만, 그래도 현장에선 하늘을 날고 내려와서 그런 기분쯤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 촬영도 하고 각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엽서도 받으니 벌룬투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또 하나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의 '묘한' 기분이었다.
"언젠가 또 올 수 있을까? 벌룬들아 안녕!"이제 아침을 먹고 9시부턴 카파도키아의 마지막 일정인 그린투어를 해야 한다. 전날 했던 로즈밸리투어와 벌룬투어 모두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린투어는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그나저나 아침이 또! 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