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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은 지난 5일 농성 돌입 이후 대상 측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자 지난 13일 새벽 포클레인 2대를 동원해 대상 물류창고 출입문 앞을 전격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은 지난 5일 농성 돌입 이후 대상 측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자 지난 13일 새벽 포클레인 2대를 동원해 대상 물류창고 출입문 앞을 전격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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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료 재벌'로 잘 알려진 대상그룹 자회사인 대상베스트코(주)가 최근 수원에서 식자재 유통업 진출에 나서자 시장 잠식을 우려한 중소유통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상인들은 지난달 말 '수원지역유통연합회'를 조직한 뒤 지난 5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상인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수원시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앞에서 대상 측의 영업장 철수를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 측은 "상인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수원 상인들 "우리가 미원 팔아줬더니..."

현재 대상베스트코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 저지 투쟁에 합류하고 있는 상인들은 2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수원 권선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식자재 도소매 및 납품업을 생업으로 삼아온 상인들이다.

이들은 최근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대상 측이 식자재 유통업에 진출하면 영세 상인들의 생업 터전인 수원지역 식자재 유통시장은 초토화된다"고 우려했다.

상인들은 이어 "우리가 미원, 고추장 등 제품을 팔아준 탓에 대기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던 대상은 배은망덕하게 중소상인들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며 "대상이 우만동에서 철수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인들의 대응도 점차 강경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상인들은 지난 5일 농성 돌입 이후 대상 측이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자 지난 13일 새벽 포클레인을 동원해 대상 물류창고 출입문 앞을 전격 봉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상인들의 농성현장을 확인한 결과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물류창고 앞에는 대형 포클레인 2대가 출입문을 막고 있는 상태였다. 또한 인도 위에 설치된 천막과 주변 가로수에는 비난 구호 등이 적힌 팻말과 플래카드가 즐비하게 내걸렸다.

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이 지난 5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상인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수원시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앞에서 대상 측의 영업장 철수를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이 지난 5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상인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수원시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앞에서 대상 측의 영업장 철수를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 수원경실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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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이 지난 5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상인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수원시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앞에서 대상 측의 영업장 철수를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상인 농성장.
 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이 지난 5일 ‘생존권 사수를 위한 상인결의대회’를 열고 이날부터 수원시 우만동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앞에서 대상 측의 영업장 철수를 요구하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상인 농성장.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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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상인들도 격앙된 모습이었다. 상인 김아무개씨는 "대기업이 식품이나 열심히 개발해 판매할 것이지, 중소상인들의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며 "이는 수원지역 중소유통상인들을 다 죽이는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대 수원유통연합회 사무국장은 "대상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파탄 내는 식자재 유통업을 포기하고 철수하라는 게 우리의 요구사항"이라며 "대상 측은 상인들에게 식자재를 값싸게 공급하겠다고 회유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장악을 위한 꼼수"라고 일축했다.

대상 측 "상인들과 협의해 상생으로 나아갈 것"

이에 대해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 박인학 운영실장은 "우리는 중소상인들이 영업하기 어려운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체 등을 상대로 영업할 방침이기 때문에 시장 잠식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인들의 영업장 철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그러나 상인들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면서 "이미 강원도 원주와 경남 진주에서 상인들과 대화로 상생합의를 이뤄낸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원유통연합회 측은 "대상베스트코는 현재 인천·부산·울산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식자재 유통업 진출로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며 "원주와 진주는 중소상인들과 상생협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버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대상 측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 저지 투쟁에는 중소상인들뿐만 아니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재벌기업들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진출 저지 운동을 벌여왔던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수원지역 일부 여야 정치인들도 연대하고 있다. 따라서 대상 측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 문제는 앞으로 지역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완기 수원경실련 사무처장은 "재벌기업들이 자금과 조직력을 앞세워 영세 상인들의 영역인 식자재 도소매업에까지 뛰어들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이번 대상베스트코의 수원지역 식자재 유통업 진출을 저지하는데 상인단체들과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대상베스트코, #수원중소상인, #식자재 유통업, #시장 잠식, #철야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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