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는 2010년 4월 신세계와 '대전복합유통시설 개발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후, 구봉지구의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양해각서 내용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논란, 공공성 결여, 교통 문제 등 여러가지가 논란이 돼 왔다. 하지만, 대전시는 제기된 문제점들을 뒤로한 채 최근 국토부에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안을 지난 7일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다.
대전시는 구봉지구 개발제한구역을 해제 작업을 마무리한 뒤 신세계가 포함된 외투법인과 실시협약을 체결, 2015년까지 신세계 유니온스퀘어 프리미엄 아울렛, 한국발전교육연구원 등의 건립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추진을 위해서는 구봉지구에 약 30만 평의 그린벨트가 해제된다.
대전시는 외자유치를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으나 신세계 유니온스퀘어 개발계획은 구호만 있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사업의 효과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대전발전연구원은 '대전 구봉지구 도시개발사업' 분석 결과 3조500여억 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파급효과와 2만2000명의 고용파급 효과가 발생돼 지역경제 활성화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전시와 신세계 측은 이런 근거를 토대로 지역상권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사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세계 유니온스퀘어 같은 프리미엄 아울렛은 전 세계의 명품들을 모아 백화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형태를 유지한다. 대전시는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고 하더라도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서민들이 살 수 없어 기존 영세 중소상인들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시, 사업 추진에 따르는 피해부터 살펴야
그렇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프리미엄(명품) 아울렛이 10만 ㎡이고, 나머지 24만 ㎡는 복합문화유통시설으로 대형 아이스링크와 수영장, 암벽 등반, 익스트림 스포츠, 서점, 야외공연장, 음악·영어체험교실, 월드 푸드파크, 캐릭터 테마마을 등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대규모 위락시설단지를 조성하는 것과 다름 없다. 또한, 대전시에 이미 동물원과 엑스포과학공원에 설치돼 운영 중인 시설들과 많이 겹치는 시설들과 중복되면서 소비 계층이 중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한국에는 지난 2007년 6월 ㈜신세계첼시가 조성한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시작으로 2008년 12월에 오픈한 롯데의 김해, 신세계첼시 파주아울렛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은 수도권 남부와 영·호남 등 광역상권을 타겟으로 일본 및 중국 등 대규모 해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주, 경주, 전주에도 프리미엄 아울렛 조성할 계획을 밝히고 있어, 외부 관광객 유입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지역상권 붕괴라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지역의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신세계유니온스퀘어가 지역경제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미 지역 상권붕괴나 교통대란, 난개발 우려 등 여러 부정적 영향들이 지역에서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제기된 여러가지 문제를 제대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신세계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 위주로 홍보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으나 대전시도 같은 입장으로 홍보하는 것은 시민을 위해 행정을 유지해야 하는 지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
대전시는 사업 추진으로 인한 문제점이 없는 지, 대전시민에게 발생할 피해는 없는 지에 대한 검토를 선행해야 한다. 또한 대전시민이 온전한 평가를 토대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전시가 파급효과 여부를 정확히 검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전시가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특정 대기업에 특혜 제공, 공공성 결여, 교통문제 등 종합적으로 지역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역 시민사회의 우려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선언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린벨트 해제를 중단하고 사업 재검토 해야"
그동안 그린벨트가 해제된 사례들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공익적인 목적으로 대규모 주택 공급 등 국책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였다. 이번에 추진되는 사업은 신세계라는 특정 기업이 수익을 목적으로 대규모 사업 시설과 위락 시설을 설치하는 데 그린밸트까지 해제해 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특혜고, 일부 공개된 투자양해각서 내용을 보면 신세계에 독점권을 주는 내용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린벨트 지역은 공적 공간이다. 특정사업을 위해 도시민의 생명벨트이자 적정 도시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선을 합의 없이 푼다는 것은 부적절하다.
우리는 외자유치라는 장밋빛 그림으로 출발한 대전아쿠아월드가 1년만에 문을 닫고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를 경험한 바 있다. 아직까지도 대전아쿠아월드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채 방치되고 있다. 제2의 아쿠아월드 같은 사례를 낳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세계 유니온스퀘어는 시민들과의 소통을 기반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고은아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1년만에 문을 닫고 지역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아쿠아월드 사례를 통해 시민들은 대전시의 무책임한 행정을 기억하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중단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구봉지구는 대전 8경 중 하나로 대전시민들이 즐겨찾는 쉼터이며 중요한 생태축이다. 대전시는 이런 생태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4월 4일 '5대 명산 가꾸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5대 명산에 구봉산을 포함시켰다. 대전시는 구봉산을 명품산으로 가꾸겠다고 밝힌 것이다. 대전시도 구봉산의 가치를 이미 인정한 것이다. 한쪽에서는 개발을 진행하고, 한쪽에서는 명산 가꾸기 사업을 하는 것은 일관성이 없어 보인다.
또한, 예정 부지의 중 40% 이상이 생태적으로 우수한 생태 자연도 2등급 지역이다. 환경부는 생태 자연도 2등급 부지에 대해서는 보전을 권고하고 있다. 특정 사업의 사업성만을 담보로 공공의 구간이 훼손돼서는 안 되는 중요한 녹지 공간이다. 아울러 30년 이상 개발제한구역으로 보전되면서 형성된 녹지를 특정 업체의 이익을 위해 훼손해서는 안 된다. 외자유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요란한 그림에 현혹돼 더 이상 환경이 희생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