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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자 전문 인터넷 신문 <뉴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탈북자들은 미리 온 미래"라며 "남북한 간 정서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탈북자 전문 인터넷 신문 <뉴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탈북자들은 미리 온 미래"라며 "남북한 간 정서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북한에 대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그동안 너무나 범람했습니다. 그래서 북한 관련 정보라고 하면 '크로스 체킹'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었는데, 우리는 다릅니다. <뉴 포커스>는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정보원들을 통해 확인된 팩트(Fact)만 기사로 다루죠. 저는 기자들에게도 '남보다 빨리 쓰기보다는 더디게 가더라도 기사의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삼으라'고 이야기 합니다."

 

지난해 12월 창간한 북한 전문 인터넷 신문 <뉴 포커스> 장진성(41) 대표의 말이다. 장 대표를 포함한 5명의 기자가 일하는 이 신문은 하루 평균 30만 클릭을 올리고 있으며 이틀에 한 번 꼴로 타 언론사에서 기사를 인용하고 있다.

 

평양음대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장 대표는 지난 2004년 탈북할 때까지 5년 넘게 북한 통일전선부(아래 통전부) 간부로 일했다. 북한의 통전부는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통일부에 해당하는 부서다. 통전부 소속 시인으로 일하면서 그가 <노동신문>에 쓴 시 '영장의 총대 위에 봄이 있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선군시대의 모범 시"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과의 식사 자리에 초대받을 정도로 북한 최고 권력자의 신임을 얻었던 장 대표였지만 북한의 실정을 알게 되면서 번민이 깊어졌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도 만나고 북한에서 엘리트 코스를 달려왔지만, 통전부에서 일하면서 남한 소식을 접하고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알게 되니 허무감이 밀려왔다"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자신이 목격한 북한의 현실을 시로 써서 남몰래 노트에 적었다.

 

그러다 지인들에게 남한 잡지를 돌린 사실이 적발되자 장 대표는 2004년 1월 탈북했다.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널 때 그의 품속에는 몰래 쓴 시가 적힌 두 권의 노트가 들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탈북 한 달 만에 남한 땅에 발을 디딘 장 대표는 지난 2008년 시집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를 출간했다. 딸을 굶겨 죽이지 않으려 시장에서 자신의 딸을 팔고 있던 어느 어머니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을 당시의 충격을 시로 옮긴 것이다.

 

2010년 12월까지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던 장 대표는 지난해 퇴직금을 털어 <뉴포커스>를 창간했다. 장 대표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이 신문을 2만 3000명에 이르는 남한 내 탈북자들의 매체로, 더 나아가 통일 후 북한 주민 2000만을 대변할 매체로 키워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 대표는 오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영국 런던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세계 시 축제 '더 포이트리 파르나소스(The Poetry Parnassus)'에 망명한 북한 시인 자격으로 참석한다. 영국 주요 언론들은 장씨를 "김정일 위원장의 관변 시인"이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장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2중, 3중으로 팩크 체크... 남북한 정서적 간격 좁히기 위해 노력" 

 

 <뉴포커스> 홈페이지 모습. 지난해 12월 창간한 탈북자 전문 인터넷신문 <뉴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남북한 간의 정서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뉴포커스> 홈페이지 모습. 지난해 12월 창간한 탈북자 전문 인터넷신문 <뉴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남북한 간의 정서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뉴포커스 화면 캡처

- 어떤 계기에서 인터넷 신문을 창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우선 북한에서 살다 온 사람으로서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확인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북한과 관련해 부정확한 정보들이 범람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2중, 3중으로 크로스 체킹을 해서 확인된 사실만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둘째로 남한 내 탈북자가 2만 3000명을 넘어섰는데, 아직까지도 이들을 대변하는 신문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신문이 있어야 탈북자들이 권리주장도 할 수 있고, 탈북자 사회가 돌아가는 형편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현재 탈북자 지원 정보들이 개인별, 기관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어 정작 탈북자들이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회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이것을 한 곳에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신문을 창간하게 됐다."

 

- 현황은 어떤지 설명해 달라.

"지난해 12월 사비를 털어 사무실을 얻고 매체를 창간했다. 현재 나를 포함해서 모두 5명의 기자들이 있다. 그 중 2명은 탈북자고 나머지는 남한 출신이다. 하루에 15~20개 가량의 새 기사가 올라온다. 그동안 탈북자 신문은 몇 개 있었지만, 정식으로 신문 등록을 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탈북자를 대변하는 신문이 나오면 관심을 많이 가져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오히려 해외에서는 영국 BBC가 상세하게 취재해서 방송하는 등 관심이 뜨거웠다. 아는 분들이 광고를 좀 주고해서 어렵지만 헤쳐나가고 있다."

 

- 서두에서 이야기했지만 북한 관련 보도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뉴 포커스>는 어떤 식으로 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는가.

"우리는 근거 없는 기사는 절대 내보내지 않는다. 말로만 보내오는 정보들은 2중, 3중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북한 정보를 다루는) 다른 매체처럼 북·중 국경 근처 주민들에게 핸드폰을 주고 정보를 수집하지는 않는다. 돈 때문에 거짓정보를 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보원들은 북한과 중국을 넘나드는 사람들이다. 해킹에 대비해서 이메일도 꼭 구글을 사용한다. 기자들에게도 남보다 빨리 쓰려고 하지 말고 더디 가더라도 신뢰가 최우선이라고 이야기한다. 신뢰가 없으면 매체의 수명이 오래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뉴 포커스> 창간사 중에 '탈북자들은 먼저 온 미래'라고 표현한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한국에서 탈북자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신문을 하면서 다시금 탈북자 사회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성공한 탈북자와 그렇지 못한 탈북자 사이에는 4글자가 있다. 이 4글자가 뭐냐하면 바로 '대인관계'다. 대인관계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남한사회에 잘 정착하더라. 결국 탈북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서적 정착이라고 생각한다.

 

- 탈북자로서, 또 언론인으로서 통일에 대비한 우리 정부의 자세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정부가 통일에 대해 염려하는 것은 경제적 측면에 치우친 것 같아 걱정스럽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 간의 정신적,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다. 눈에 보이는 통일보다는 보이지 않는 통일이 더 중요한데 그것이 바로 정서적 통일이다. <뉴포커스>는 남북한의 정서적 통일을 주요한 사명으로 생각하고 남북한 간의 정서적 간격을 좁혀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진성#뉴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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