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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여행 중에 가장 기대했던 지역은 역시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소개되는 '페스(Fes)'였다. 도시 전체가 1981년에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모로코의 페스는 필자 뿐만 아니라 사진에 관심있는 누구에게나 관심가는 여행 지역일 것이다.

처음 밟아보는 아프리카 대륙이라 들떠 있었고, 피부 미용에 효과적인 아르간 오일 100%를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기를 고대했고, 그 유명한 무두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고전적인 방식을 고수하여 가죽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확인하고 싶었고 현지인들이 만들었을 가죽제품도 꼭 구매하고자 했다.

지도가 있어도 소용없다는 미로같은 시장 골목을 지나 무두장으로 향한다. 골목길은 수많은 관광객들과 상인들, 그리고 무두질을 위한 가죽을 잔뜩 짊어진 나귀들의 행렬들로 복잡했다. 나귀주인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좁은 골목을 가로막은 행인들에게 비키라 한다. 옆으로 비켜서서 돌아본 나귀들의 모습은 잠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입이 막히고 좁은 골목길에 집중하도록 시야를 가린 자유라고는 볼 수 없는 모습, 죽을 때까지 미로 속의 무두장을 반복하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나귀들.

그런 감성으로 미로 끝의 가죽공방에 들어섰다. 공방에 들어서면 점원들이 향긋한 허브잎들을 나눠준다. 코에서 떼지 못한 그 허브잎 덕분이기도 했지만, 한 여름이 아니여서 그나마 무두장의 비릿함은 참을 만 했다.

무두장
▲ 페스 무두장
ⓒ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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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여서 무두질을 해대는 장인들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햇빛에 널어 놓은 염색 작업중인 양가죽들이 눈에 띄었다. 비둘기와 소의 배설물에 여러번 담그고 가죽을 늘리고 염색하는 공정은 대략 한 달 정도가 걸린다.

각종 천연 염료로 염색하는 가죽 중에 샤프란으로 염색하는 노란색 공정이 제일 어렵다. 샤프란 자체가 비쌀 뿐더러, 공정도 여러 번 해야 한다고. 그에 비해 가장 쉬운 공정은 갈색 염색 과정인데, 갈색 가죽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무두장
▲ 페스 무두장
ⓒ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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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끝낸 가죽은 대략 1000원 미만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그 가죽들은 가방, 신발, 지갑, 쇼파 등 많은 가죽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된다. 공방에서 판매 중인 제품 중에 맘에 드는 제품을 골랐다.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소지품을 담을 수 있는 작은 가방을 선택했는데,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불러 당황했지만, 점원과의 작은 실랑이 끝에 적정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여행을 가면 항상 현지의 상인들도 생각하고 나에게도 꼭 쓸모있는 기념품을 사고자 한다. 특히 페스에서 산 이 가죽가방은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그런 명품과는 현저하게 떨어지는 완성도를 가졌지만, 그 곳의 삶과 오래된 문화, 친절한 모로코인들, 나귀들의 운명... 여행 중의 생생한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하는 손꼽히는 기념품이 아닐까.

공방에서 구매한 가죽가방
▲ 페스 공방에서 구매한 가죽가방
ⓒ 한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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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로코, #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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