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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계곡 물소리...
▲ 해운대 장산... 환한 계곡 물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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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에 등산 갔다가 길을 잃어 헤맸다는 이야기, 아이 실종된 이야기 등 장산에 얽힌 에피소드는 풍문으로 많이 들었지만 직접 그 속살을 만나러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 전에는 인터넷 검색하다가 해운대 장산에서 미확인 생물체(일명 '장산범') 목격담이 인터넷을 후끈하게 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래저래 사연 많고 말도 많은 산인 것 같다.

오늘(6.16)은 그 장산을 만나러 간다. 이번 사전답사 산행에 동참한 사람은 나를 비롯해 다섯 명. 집에서 나와 버스타고 전철을 갈아타고 부산을 떨면서 부산 수정역에서 내려 일행들과 합류했다. 수정역에서 함께 3호선을 타고 수영역에 도착해 지하철 2호선으로 갈아타고 해운대 장산 마지막 역에서 내리는 등 조금 번거롭기도 했지만 지하철을 갈아타고 하면서 지루함은 덜했다.

장산 지하철역에서 들머리인 대천공원까지 가는 길은 꽤 길었다. 대천공원과 폭포사를 거쳐 체육공원까지 천천히 걸었다. 어제 비가 온 뒤로 오늘은 날씨가 후덥지근하고 끈적끈적한 습기로 산을 오르기도 전에 몸이 지치는 것 같았다. 나는 여름 더위도 많이 타고 겨울 추위도 많이 타는 그야말로 저질체력(?)이다. 하지만 꾸역꾸역 끝까지 잘도 다닌다.

체육공원에서 휴식하며...
▲ 해운대 장산... 체육공원에서 휴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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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공원에서 잠시 휴식하며 땀을 식혔다. 산행을 시작도 전에 습기 많은 날씨에 지치니 가져 온 간식도 좀 먹고 힘을 내야 했다. 다시 일어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다가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울창한 숲길은 젖어 있었고 계곡물은 제법 불어나 물소리가 제법 콸콸했다. 계속되는 오르막 경사 길이었지만 계곡을 옆에 끼고 그 환한 물소리 벗 삼아 걸었고 울창한 초록 숲, 6월의 숲은 싱그러웠다. 초행길이라 만나는 사람들한테 길을 묻고 또 물으며 땀 흘리며 올라가는 길이다.

안부, 중봉 방향으로 가는 길. 돌탑과 너덜바위 지대를 지나다가 숲속에 앉아 쉬었다. 산에서 먹는 얼린 홍시감은 어떤 아이스크림보다도 달고 시원했다. 낮 1시경에 장산(634m) 정상에 도착했다. 계속되던 숲길이 해운대 장산 정상에 오자 부산 바다가 조망되고 시원했다. 아쉬운 점은 장산 정상석이 있어야 할 산꼭대기에 군부대시설이 있다는 점이었다. 정상석은 군부대를 표시한 철조망 아래쪽에 세워져 있었다. 기를 쓰고 올라온 장산 정상 그 꼭대기에 군부대가 있어 아쉬웠지만 그 아래 정상석 옆에 나란히 서서 인증샷을 날렸다.

장산....들머리에서...
▲ 부산 해운대 장산....들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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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지만 장산을 찾은 사람들도 많았다. 희미하지만 부산시가지와 먼 바다가 조망되었고 광안대교가 눈앞에 있었다. 부산 해운대에는 볼거리가 많다. 해운대 해수욕장, 달맞이고개, 추리문학관, 부산국제영화제의 야외상영장인 씨네파크, 부산시립미술관, 벡스코 등등. 그리고 해운대 장산도 있다.

부산 해운대 장산은 조선시대 소나무 공급지로 봉산이라 불리었다 한다. 장산은 폭포와 바위, 샘, 진달래, 억새 등 볼거리가 많은 산으로, 장산의 들머리는 반송동, 반여동, 재송동, 우동 등 다양하다는데, 해운대구 송정동, 좌동, 우동, 재송동, 반여동에서 오르는 길과 이 길들과 이어지는 또 다른 길들이 얼기설기 얽혀 복잡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 장산 정상에서 망중한을 즐기다가 하산한다. 올라왔던 길을 두고 반대쪽으로 내려가면서 적당한 장소를 잡고 숲속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펼쳐놓고 점심을 먹었다. 다섯 명은 느긋하게 도시락을 먹고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커피까지 알뜰히 마셨다. 땅은 젖어 있고 나뭇잎들도 어제 온 빗물을 머금고 있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가던 길로 계속 내려갔다. 촛대 바위 앞에서 잠시 길도 묻고 사진도 찍었다.

정상에서 바라 본 광안대교...
▲ 해운대 장산... 정상에서 바라 본 광안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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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634m)에서...
▲ 부산 해운대 장산(634m)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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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엔 길도 많고 많기도 하다. 위에서 갈래갈래 쭈욱 뻗어 내려가는 길이 아니라 그물망처럼 얼기설기 설켜 있어 조금만 방심해도 길을 잃기 십상이다. 길게 내리뻗다가 다시 가로 길이 나고, 그 길에서 갈래갈래 여러 길로 나눠져서 함께 동행 하던 사람도 조금만 딴청 하다간 동료를 잃어버릴 것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예전에 장산에서 길을 잃어 헤맸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리 높지도 않은 산에서 길까지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엄살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비로소 이해가 갔다. 사전답사이길 천만 다행이다.

촛대바위 앞에서 얘기하고 사진 찍고 하다가 일행 중 세 명이 먼저 내려갔다. 사진을 찍고 급히 그들을 따라 내려갔는데 일행 중 한명은 아직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뒤따라오겠지 생각하며 앞서 간 사람들을 따랐다. 그런데 한참을 가도 오지 않았다. 가다 서고 가다 서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크게 소리쳐 불렀다. 대답은 없고 한참을 기다리고 서 있어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길로 간 게 틀림없었다.

촛대 바위 앞에서...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끝이 보인다...
▲ 해운대 장산... 촛대 바위 앞에서...고개를 꺾어 올려다봐야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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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만난 사람에게 전하는 전도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 해운대 장산... 하산길에 만난 사람에게 전하는 전도지...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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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어쩐다.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았다. 얼마쯤 내려가다가 휴대전화를 해 보았다. 겨우 연결되었지만 끊어졌고 조금 더 가다가 다시 시도해보았다. 겨우 통화가 되었다. 그는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촛대바위 앞에서 바로 내려갔다고 했다. 알고 보니 촛대바위 앞에서도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그는 촛대바위에서 곧장 바로 내려갔고 우리가 옆에 난 길을 따라 온 것이었다. 간격은 점점 벌어졌고 멀어졌다. 내려가면서 전화로 어디쯤 가고 있는지 묻고 다시 걸었다. 정확히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산으로 올라오고 있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어찌 어찌해서 한참 뒤에 성불사 내려가는 방향으로 가는 도중에 합류했다. 그 짧은 시간동안 서로 길이 엇갈린 채로 가다가 만나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는 먼저 와서 느긋하게 서 있었다. 이산가족 상봉의 감격까지는 아니어도,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식이나 형제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하산길...
▲ 해운대 장산... 하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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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바위 앞에서 헤어졌던 일행...^^
먼저 와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 해운대 장산 촛대바위 앞에서 헤어졌던 일행...^^ 먼저 와서 느긋하게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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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물었던 사람이 해 준 말에 의하면 장산엔 길이 서른여덟 개나 있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크고 작은 길이 얼키설키 얽혀있어서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장산이 초행길이라면 길을 미리 잘 살펴보고 가야 할 것 같았다. 몇 번 가봤다 할지라도 길을 잘 아는 사람들한테 묻고 물어서 가는 것이 좋을 듯 하고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일행 한 사람과 뜻하지 않게 서로 다른 길로 갔다가 다시 만났고 아무 일 없이 다시 만나서 고맙고 다행스러웠다.

사전답사 산행이란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는 산행이 아니던가. 아직 시간도 있겠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감격과 반가움을 만끽하며 소나무 그늘 아래 둘러 앉아 얼마 동안 쉬었다.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난 우리는 성불사를 경유해 시립미술관 맞은 편 삼호가든 쪽으로 하산했다. 다시 지하철을 탔고 또 갈아타면서 돌아왔다. 무더운 하루였다.

하산 길...
▲ 해운대 장산... 하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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