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보진영의 상황에는 이기적인 것이 많다. 개인의 이익, 조직의 이익을 앞세운다. 말썽을 부리는 사람들은 바로 성과주의․소영웅주의 때문이다."진보정치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임방규(80) 통일광장 대표가 회초리를 들었다. 임 대표는 20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연 "우리가 바라는 진보는? 진보하는 우리는?"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임 대표는 "진보란 민중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며 "외세를 척결해야 민중들이 잘 살 수 있으며, 이것이 진보다"고 밝혔다.
'사람'에 무게를 두었다. 임 대표는 "사람에 대한 올바른 판단 기준은 단결에 도움이 되는가 이다"며 "지도부는 대중의 의견을 반드시 경청해야 하고,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치 일꾼들은 도량이 넓어야 한다. 비판은 하되, 사람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면서 "시간을 아껴야 하고, 공부하고 학습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 정면으로 돌파하면 성숙해진다"고 강조했다.
임방규 대표는 "최근 들어 동북아에서 제국주의 세력이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향후 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변될 것이다. 앞으로 7~10년 안에 미군은 떠날 것"이라며 "해방은 반드시 온다. 준비하라"고 말했다.
전북 부안 출신인 임방규 대표는 6․25 때 빨치산 활동을 했고,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사형을 언도받은 뒤 30년간 수형생활하다 1972년 석방되었다. 그는 1977년 보안감호소에 재수감됐다가 1989년 석방되어 '민중탕제원'을 열었으며, 통일운동을 해오고 있다.
박훈 변호사, 주재석 부지부장, 석영철 의원 토론
강의에 이어 토론이 열렸다. 박훈 변호사는 "그동안 진보정치운동은 상층 명망가들의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해방 이후 진보정치운동은 민주노동당이 민주노총과 농미, 빈민 조직들이 전폭적으로 결합하여 당 운동을 전개하기까지는 기층 대중들과 동떨어진 채 이루어져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나라 대중은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이고, 심지어 민주당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을 정도"라며 "도대체 정책으로 드러나는 것에 대해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 무슨 차별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실․부정 논란에 대해, 박훈 변호사는 "대중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대중과 함께하고자 하는 정치를 한다면 마땅히 자진사퇴로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합진보당이 대중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재석 금속노조 경남지부 부지부장은 "진보에 대해 여러 사람한테 물어 보았는데, 진보는 시대적․역사적 과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사회․기대를 나아가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사람의 진보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가 바라는 진보는 모든 사람의 이해와 동의가 충족되는 것이고, 좋은 쪽으로 가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석영철 경남도의원(창원4)은 "더디더라도 대한민국 진보의 핵심가치를 중심으로 원칙과 합의를 이루어내야 하고, 노동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치세력화로 중심축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면서 "노동운동, 노동조합운동 내의 정파 차이를 넘는 정치세력화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북이 대치된 분단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진보적 활동가로 산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더 확고한 운동성을 지녀야 할 것 같다"면서 "스스로 규율 있는 생활과 운동을 해야 하고, 대중 속에 뿌리박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석 의원은 "생각이 다르더라도 공식 의결 기구와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틀에서 정면 승부를 해야 하고, 쓸데없는 불씨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른바 진보정치 안에서 '사이드 정치' '패권정치' '담합정치'를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