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시(시장 정종득)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기념관(이하 노벨평화상 기념관)'에 전시될 진품 사료를 단 41점밖에 확보하지 못해 '허울뿐인 기념사업'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목포시가 노벨평화상기념관 공사를 착공한 것은 지난 2011년 9월. 목포시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 50억 5천여만 원을 들여 용역을 발주했고, 이를 토대로 예산 190억 원을 들여 기념관을 건립하고 있다.
내년 3월 개관예정인 노벨평화상기념관은 전체면적 4,677㎡에 지상 2층 규모로 올해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기념관엔 모두 3개의 전시실과 영상실, 기획전시실, 뮤지엄샵, 카페테리아, 사무실 등 전시동과 자료열람실 및 교육회의실이 입주할 컨벤션동이 들어선다.
노벨평화상기념관은 말 그대로 고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기념하는 곳으로 목포시는 김대중도서관, 김대중 평화센터, 대통령기록관, 시민소장 사료 등으로 전시물품을 채우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목포시가 기념관 건립 의사를 밝힐 때부터 목포문화연대를 비롯한 지역시민사회는 기념관 건립장소, 전시물품 확보방안 마련 등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해 왔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삼학도를 되살리겠다며 거액의 보상금까지 주며 기존에 있던 옛 호남제분 등 건물을 이전 철거시키면서 그곳에 또 다른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정 대표는 "당시 시민사회진영은 기념관을 짓지 마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이 찾기 쉽고 고 김 전 대통령과 연관이 있는 목포역 앞 구 신민당사 건물을 매입하고 필요하면 그 옆 건물까지 매입해서라도 그곳에 기념관을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며 "그런데 목포시는 '건물이 오래되어 낡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특히 목포지역 시민사회는 "목포시가 그동안 확보했다고 밝힌 사료수집 수량에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며 목포시에 치밀한 대책을 계속 요구해왔다. 이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목포시는 지난 2011년 9월 2일 "노벨평화상기념관에 전시할 전시품 총 4830점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5월 23일엔 "고 김 전 대통령 관련 사료 사진류, 박물류, 양상류, 문서류 등을 총망라하여 기증, 대여, 매입 등의 방식으로 전시품 총 1300여 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늘어나도 시원찮을 전시품이 약 8개월 후에 3530점이나 줄어드는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목포문화연대가 확인한 자료에 의하면 2012년 5월 현재 목포시가 확보한 기념관 사료는 모두 1595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목포시가 확보한 전시품 중 진품은 41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를 백분율로 계산하면 현재까지 목포시가 확보한 전시품 중 진품 비율은 겨우 2.5%다.
목포시가 확보한 진품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의류 10점(양말 2족·손수건·양복 상·하의 등), 생활용품류 28점 (녹차 잔 세트, 식사그릇 손목시계 등), 선물류 3점(사저 안방에 둔 선물 등) 등이다. 이는 모두 '김대중평화센터'가 기증한 것이다.
이를 빼고는 모두 복제품으로 사진 885점(55.4%), 대통령 재임기간 관련서류 183건(11.4%), 옥중편지 등 관련사료 46점(2.8%), 노벨평화상 메달 8개와 기증 서적 432권(27%), 서예 1점 등이다.
이에 대해 목포시는 "사진 디지털파일, 국가기록원 자료인 시청각기록물 사진/필름, 노벨초상화와 상장 등의 사진 자료(모두 885점) 등은 일반적으로 원본으로 분류한다"고 해명하고 있다.
목포시의 이 같은 분류에 목포문화연대는 "이는 기념관 및 박물관의 사료 분류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개탄할 일"이라며 "인물기념관은 진품(실물자료)을 1/2이상 소장하고 있어야 기념관으로서 생명력을 갖는다"고 반박했다.
정태관 목포문화연대 대표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서는 건물 건립비용에 앞서 충분한 사료수집 비용을 확보하여 진품 사료 수집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며 "그런데 목포시는 그동안단 한 푼의 사료 수집 예산도 확보하지 않은 채 관련기관 중심·복제품 수집 중심 등 가장 손쉬운 방법을 선택하여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경매가 약 1천만 원 상당의 고 김 전 대통령 관련 사료가 경매품으로 나왔는데 목포시가 책정된 예산이 없어 아예 매입에 나서지도 못했다는 사례를 들었다.
목포문화연대 등 지역시민사회는 "목포시가 지금까지 수집한 사료 현황을 살펴 볼 때 결국 노벨평화상기념관은 건물만 화려한 복원·모형 자료 전시관이 될 게 뻔하다"며 "허울뿐인 기념관 건립을 즉각 중단하고 사료 확보 등 기념관 콘텐츠 확보를 먼저 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남북화해를 위해 평생을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다 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한 지자체의 부실한 기념사업이 자칫 그가 남긴 유산을 훼절시키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