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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천 토종이장터, 산채 장아찌와 고추장, 된장을 파는 점포 풍경
화천 토종이장터, 산채 장아찌와 고추장, 된장을 파는 점포 풍경 ⓒ 신광태

"내가 장사를 해봤어야 알지, 이걸 얼마를 받아야 하나?"
"에이, 그냥 3천 원만 받으세요."

6월 23일, 산골 할머님이 자신이 농사를 지은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좌판에 펼쳐놓고 얼마를 받아야 할지 오히려 고객에게 물어보는 재미있는 풍경이다.

토종이 장터란 이런 곳

 백잣, 화천은 70년대 산림녹화 정책으로 많은 잣나무를 식재했다. 이것이  지역주민들의 소득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백잣, 화천은 70년대 산림녹화 정책으로 많은 잣나무를 식재했다. 이것이 지역주민들의 소득원으로 자리매김 했다. ⓒ 신광태

토종이 장터란 화천읍내에 매주 토요일에 여는 장터다. 의미를 굳이 해석하자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물건을 취급하는 신토불이 장터, 또는 매주 토요일 온종일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벼룩시장. 중고 책이나 옷가지 등 내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지만, 이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물물교환 또는 저렴한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는 공간이다. 또 농산물 장터는 시골에서 재배하는 순수 지역 농산물만 취급하는 코너다. 따라서 산채나 꽃차, 발효음식, 장류를 비롯해 풋옥수수, 오이, 애호박, 완두콩 등 계절별 지역 농산물 전시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문화마당은 각급 마을에서 자체 운영중인 난타, 민요, 장구 동아리 회원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 고유의 문화를 알리며 고객들의 흥을 돋우는 문화와 장터가 한데 어우러지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먹 거리 장터. 산골 아낙이 밤새 만들어 내온 올챙이국수, 비지 부침개, 순두부. 모두부, 산채 빈대떡, 촌떡 등의 고유 음식물은 장터를 찾은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토종이 장터, 지역주민들의 토론의 장도 될 수 있는 곳

 막걸리 코너 앞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한 즉석 토론도 이루어진다.
막걸리 코너 앞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한 즉석 토론도 이루어진다. ⓒ 신광태

"먹 거리를 이용한 연계 상품이 있어야 해요."

장터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신다는 아저씨는 전남 장흥장터를 예로 설명에 열을 올린다.

"그곳보다 여기 화천이 수도권 사람들의 유치에 훨씬 수월한 편입니다. 거기(장흥)는 사람보다 소가 많다는 것과 지역 특산품인 표고와 키조개를 이용해 삼합이란 브랜드를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여기도 자시라포크라는 돼지고기 브랜드 있잖아요. 거기에 산에서 계절별로 나는 산나물과 송이 등 버섯과 어울린 음식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3일과 8일에 서는 5일 장터와의 차별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5일 장터 보세요. 전국에서 뜨내기 장사꾼들이 와서 돈벌어 외지로 가지고 나가기 바쁘지 우리지역에 뭐 하나 도움이 되는 게 있나요.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재래시장만 타격을 입는 거 아니냐구요."

화천 전통시장에서 10년째 장사를 해 오고 계신다는 할머니는 토종이장터 한 귀퉁이에서 파는 막걸리 한잔의 힘을 빌어 불만을 토로한다.

"우리가 5일장과 다른 점은 문화가 있고 인심이 있다는 것을 알려 나가고, 순수한 우리지역 청정 농.특산물과 녹지않은 인정을 보여줄 때 우리 토종이장터는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역시 4선 지역의원님 다운 발상이다.

토종이 장터, 전국적 명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과제

 정선태 토종이장터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토종이장터는 인심이 살아있는 공간일때 대형매장과의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선태 토종이장터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토종이장터는 인심이 살아있는 공간일때 대형매장과의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 신광태

"특히 농산물에 대해서는 생산자에게 명찰을 부착하게 한다던지 해서 품질 인증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렇게 함으로 화천 농산물의 우수성과 청정함을 알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토종이 장터 운영 첫날, 토종이장터 추진위원회 사무국장 정선태씨에게 세부 내용에 대해 물었다.

- 토종이장터라는게 어떤 건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토종이장터는 우리 화천군민이면 누구나 판매자로 참여를 할 수 있음을 뜻한다. 또한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민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농촌 체험활동, 화천에서 생산되는 지역산물, 지역문화가 만나는 장소로 보면 된다."

- 참여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참여를 원하는 지역주민들은 추진위원회를 통한 신청으로 이뤄지며 직접 재배한 농산물, 시골 고유의 음식, 목공예 수제품 등 무엇이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기계로 제작한 공산품은 제외된다. 이유는 장터 설립의 목적이 우리 화천 고유의 농·특산물을 비롯해 순수한 인정을 알려 나가기 위함 때문이다."

- 그렇다면 한꺼번에 많은 분들의 신청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는데...
"농산물 분야에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산골마을 텃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지고 나오시는 할머니들께서 점차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코너를 할당해 시간제 운영으로 해 볼 계획이다."

 아로마향 비누 만들기 체험 코너, 토종이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고객들의 체험을 유도한다.
아로마향 비누 만들기 체험 코너, 토종이장터는 물건을 사고파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고객들의 체험을 유도한다. ⓒ 신광태

- 오늘(6월 23일)은 첫날이어서 그런지 다소 한산한 느낌이다.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화천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군부대 3개 사단이 인접해 있다. 따라서 군 장병 면회객만 년간 수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분들의 불만은 지역 특산품을 살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장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고, 최근 화천을 찾는 동남아 관광객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 또한 대도시내 백화점 쇼핑보다 그 지역 특유의 산물을 선호한다. 아울러 수도권에서 춘천까지 전철,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크게 개선됐다. 이들을 타깃으로 집중 홍보해 나갈 계획이다."

 토종이장터에 등장한 햇감자, 토종이장터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신선함과 저렴한 가격이 생명이다.
토종이장터에 등장한 햇감자, 토종이장터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신선함과 저렴한 가격이 생명이다. ⓒ 신광태

- 일부에서 실리만 추구하다 보면 당초 운영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말들도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 그것이다. 이곳 토종이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인심이 살아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도시화,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우리 고유의 사람 사는 정마저 매 말라 버렸다. 이곳 장터 운영목적은 인정회복 의미도 있다고 보면 된다."


#화천토종이장터#화천#정선태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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