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29일 오후 4시 15분]검찰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뿐 아니라 야당 원내대표와 여당 3선 의원에게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따지지 않고 로비를 벌였다는 점에서 '임석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에 두고 있는 혐의는 2008년부터 2010년 사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수 차례에 걸쳐 수억 원의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것. 이 돈 중에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임 회장을 통해 건넨 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돈을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 자금 및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제일저축은행 등이 퇴출될 때 대상에서 제외됐다가 올해 5월 영업정지 당했다.
이 전 의원은 차명계좌를 통해 코오롱 측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국철 SLS 회장 사건 수사과정에서 이 전 의원의 비서 계좌에서 발견된 7억 원의 출처를 캐는 작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게 다음달 3일까지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일단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전 의원측은 소환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검찰에서 충분하고 성실히 소명하겠다. 많은 의혹이 해소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정두언 "임석 알지만, 돈 받은 적 없다"그런데, 검찰조사가 현 정권 실세 중의 실세인 이상득 전 의원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임석 회장은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게도 돈을 줬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이 두 사람도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임 회장이 줬다고 진술한 돈이 단순한 정치자금인지, 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 자금인지는 확실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권 실세뿐 아니라 제1 야당의 원내대표와 집권 여당의 3선 의원이 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에 연루된 정황이 제기된 것.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두언 의원은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수사중인 사안이어서 (혐의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29일 민주통합당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의 정부' 5년 동안 다른 분들이 임석 회장을 만나보자고 했지만 거절하고 만난 적이 없다. 2007년으로 기억하는데 내가 (수감생활 등) 어려움을 겪은 데 대해 목포 후배들이 나를 위로한다고 하면서 저녁을 먹자 해서 그 자리에서 임석 회장을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지낼 때 저축은행연합회 간부들이 찾아와 '낙하산 연합회장은 안 된다'는 얘길 했고, 임석 회장 역시 원내대표실로 혼자 찾아와 잠깐 얘길 나눈 적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임 회장으로부터 돈 한 푼 수수한 게 없었다"며 검찰이 자신의 소환가능성을 비친 데 대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원장, 검찰에 눈엣가시로 박혀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임석이 (돈을 줬다는) 진술을 하긴 한 것 같은데, 언제 왜 줬는지 상세한 얘길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검찰 쪽도 '보도가 너무 나간 것 아니냐'고 당혹해 하는 분위기"라고 금품수수설을 일축했다.
정두언 의원은 임 회장을 알지만,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대선 정국에서 지인의 소개로 임 회장을 알게 됐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뒤 임 회장의 부탁으로 이상득 전 의원을 소개해준 일은 있지만,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정 의원 측은 현재 임 회장으로부터 합법적인 후원금이라도 들어온 게 있는지 후원금 내역을 확인 중이다. 정 의원 측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합법적인 후원금이라도 임 회장으로부터 받은 게 있는지 자료를 뒤져봤지만 없었다"고 밝혔다.
'마당발'로 평가받는 임석 회장은 고려대 박물관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이나 소망교회 금융인 모임(소금회) 등 각종 친목단체 활동을 통해 현 정부 실세 인사들과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지런하고 친교관계에 적극적이어서 정·관계 고위인사들의 경조사에서는 어디서나 임 회장을 볼 수 있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임 회장은 현 정권 실세들뿐 아니라, 호남 출신인 점을 이용해 구 여권인사들과도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임 회장이 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를 위해 여야 정치인에게 공히 돈을 줬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으로 봐선, 무차별 정·관계 로비로 정치권에 핵폭풍을 몰고 온 '박연차 게이트'처럼 전개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