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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이면 준공이라던 4대강 사업이 잠잠하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개장행사를 열며 "사실상 마무리"라고 하더니 8개월 후, 준공 예정 시기를 넘긴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막대한 홍보예산을 사용하며 선전에 열을 올렸던 정부가 어찌된 일일까? 이유는 준공이 연기됐거나 준공을 했다고 해도 여전히 '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준공검사서 통보일이 실제 준공일?

지난해 10월, 정부는 4대강 사업 준공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다. 경기도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해 "안전하고 행복한 강을 국민에게 돌려 드렸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8개월이 넘게 지난 현재. 4대강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4대강 사업 준공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개최했다. 경기도 여주 이포보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해 "안전하고 행복한 강을 국민에게 돌려 드렸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8개월이 넘게 지난 현재. 4대강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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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 경남본부는 4대강 사업 낙동강 구간의 17, 18공구의 준공을 발표했다. 17공구는 낙동강 사업의 가장 하류 부근으로 나루터와 체육시설 등이 들어선 3.54㎢ 넓이의 친수공간이고, 18공구는 창녕함안보를 포함한 4.04㎢의 친수공간이다.

반면 같은 경남지역의 19공구와 20공구는 준공이 연기됐다. 19공구는 의령군과 창녕군이 친수구역에 추가적으로 편의 시설을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합천창녕보가 위치한 20공구의 경우 보의 관리동 공간이 협소해 추가공사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19공구는 한 달여 연기돼 7월 30일이 준공 예정일이고, 20공구는 두 달 밀린 8월 29일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수공은 낙동강 경상북도 구간의 달성보 현장은 농로 설치를 요구하는 민원으로 인해 공사가 중지돼 공기를 연장했다. 강정고령보의 경우 낙동강 구간 대표 문화관 설립으로 당초부터 9월30일 준공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수공이 발주한 남한강의 6공구는 현재 준공검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수공이 발주한 4대강 사업 7개 공구 건설사 가운데 단 2곳만이 준공 일자를 지켰다.

문제는 '준공됐다'는 구간에서도 여전히 공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수공이 준공을 발표한 날에도 낙동강 18공구 창녕함안보에서는 여전히 공사가 한창이었다. 돌망태를 물속에 집어넣는 작업과 현장인력들이 보구조물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 환경단체 카메라에 포착됐다. 창녕함안보는 침식작용으로 보 하류 부근에 깊이 21미터의 웅덩이가 생겨 안전성 문제가 지적됐던 곳이다. (관련기사 : "창녕 함안보, 세굴 현상으로 붕괴 위험")

지난달 30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준공됐다고 밝힌 경남 창녕함안보에서 바닥보호공으로 쓰이는 돌망태를 배에 옮겨 싣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수자원공사가 준공됐다고 밝힌 경남 창녕함안보에서 바닥보호공으로 쓰이는 돌망태를 배에 옮겨 싣고 있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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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은 '준공'이 '공사 완료'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애매한 기준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는 '준공'의 의미는 '완료'가 아닌 단순히 '건설사가 준공 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 이후로 준공검사가 1~2개월 진행되고 나서야 실질적인 준공이 이뤄지고 그 사이에 얼마든지 보강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6월 말 현재 '준공됐다'는 공구는 준공검사를 마친 후 7월 말이나 돼서야 공사가 끝난다. 현재 준공일이 7~9월로 연기된 구간은 8월~10월이 돼야 공사가 끝나고, 아직 준공일이 결정 안 된 공구는 올 연말까지 공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공 관계자는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준공은 공사가 끝났다는 게 아니라 건설사가 준공신고서를 냈다는 말"이라며 "그 후에도 준공검사를 해야 하고 그 사이에 얼마든지 보강 공사가 있을 수 있다. 준공검사서를 통보하는 날이 실질적인 준공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준공검사 통보일까지는 보강공사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준공 시기가 계속 연기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본공사는 대부분 끝났지만 민원과 지자체의 요구로 일부가 연기됐다"며 "현재 '준공전사용허가'가 나온 상황이기 때문에 시설 이용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친수공간은 지자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고, 토지보상 문제들도 아직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미루고 미루는 준공, 변명이 구차하다"

정부가 애초에 내세운 4대강 사업 준공 시기는 2011년 상반로, 이후 그해 연말로 미뤄졌고 또 다시 해를 넘겨 지난 4월로 연기됐다. 그러다 총선이 끝나고 6월로 말이 바뀌더니 이제는 8월, 9월을 넘어 올 연말까지 준공 나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공사가 연기될 수는 있지만 국가적 역량이 총 동원된 공사가 4번이나 미뤄지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수공 외 국토해양부와 지방국토청이 발주한 나머지 구간은 아예 준공여부를 파악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4대강 사업추진본부에 관련 사항을 문의했지만 홍보실에서는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관계부서에서는 "홍보실을 통해 문의하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동안 국토부와 4대강 사업 추진본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공식적인 준공발표는 찾을 수 없었다.

여기에서 정부가 또 다시 홍수기를 앞두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피해가려 '꼼수'를 부린다는 환경단체들의 지적이 제기된다.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준공 시기가 또 다시 미뤄진 게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아직 완공 전'이라고 대응하는 것이 정부의 주된 레퍼토리였기 때문이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통상 준공이라고 하면 공사가 완료됐다는 의미인데 미루고 미루는 수공 측의 변명이 너무 구차하다"며 "준공검사라는 것도 공사가 다 완료된 상태에서 제대로 됐는지를 파악하는 일인데,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함안보에서 진행 중인 공사는 세굴에 대비해 바닥보호공을 보강하는 작업"이라며 "세굴 문제가 지적된 게 올해 초이고 그 현상은 지난해 여름부터 있었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곧 보강공사를 마칠 것처럼 말하더니 아직까지도 그 작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팀장은 "여태까지 공사를 한다는 건 4대강 공사 자체가 문제가 있었거나 보강 공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곧 장마철이 다가오는데, 또 다시 시설물이 파손되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여전히 공사 중이라고만 핑계를 댈 것인가"라며 "장마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또 보강공사를 하고 또 보강공사를 하고... 절대 끝나지 않는 공사다"라고 말했다.


태그:#4대강, #4대강 사업, #준공, #함안보, #세굴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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