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노무현은 모든 것을 버렸다. 그래서 대통령이 됐다. 모든 걸 버리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도 못 당하더라. 기존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뭔가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한 지인에게 털어놨다는 말이다. 짤막한 3줄짜리 문장에 불과하지만, 여기엔 안 원장의 깊은 고민이 뚝뚝 묻어난다. 대선출마 문제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안철수 원장. 그는 과연 인생의 발길을 정치로 돌릴 것인가.

 

올 연말 대선을 앞둔 여야는 본격적인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내달 20일, 민주통합당은 9월 23일 각각 전당대회를 치르고 18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각각 결정하기로 했다. 이변이 없는 한 양당의 대선후보는 오는 12월 19일 국민 앞에서 격돌한다. 이 틈바구니에 안철수 원장이 있다. 그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펴내는 인물시리즈 사람도서관 두 번째 책 <안철수를 읽다> 편에는 안 원장이 과연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석한 글이 두 편 실렸다. 과연 안 원장에게 권력의지가 있는지, 민주진보 진영과는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연립정부 문제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이 책의 필자로 나선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여론조사 전문가 김헌태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소위 '정치인 안철수의 길'에 대해 담담하게 정리했다. 

 

오연호 "안철수, 강력한 권력의지 있다"

 

우선 오연호 기자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쓴 이 글을 통해 "안 원장에게는 강력한 권력의지가 있다"고 못 박았다. 국민들 눈에는 안 원장이 좌고우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꽤 강력한 권력 의지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안 원장이 정치를 선택한다면 최소한 10년간 이 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최근 오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오 기자는 무엇보다 안 원장이 평소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안 원장은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고 했다"며 당시 "오세훈 시장이 하고 있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안 원장이 처음 정치에 뜻을 품었던 것도 지난해 지방선거 때가 아니라 이보다 훨씬 거슬러 올라간 2006년 때부터임도 밝혔다. 오 대표는 "끊임없이 정치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던 안 원장은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며 "만일 당시에 민주당이 제안했다면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안 원장이 후보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오세훈 전 시장을 선택했고, 당연히 세밀하게 오 시장의 시정을 면밀하게 살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 즈음 안 원장이 지인에게 "오세훈 시장이 하고 있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했을 정도라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안철수의 진화, 대선 겨냥한 채 발전해"

 

오 기자는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안 원장은 내부적으로 서울시장 출마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만일 그때 안 원장이 출마했다면 오세훈-안철수 대결이 이뤄졌을 뻔했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한명숙 전 총리를 후보로 내세웠고 안 원장은 준비했던 것을 접었다고 전했다. 왜 안 원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을까. 안 원장은 "노무현 대통령쪽 사람과 경쟁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로 출마하지 않았다는 지인의 말을 빌어 당시 상황을 전달했다.


지난해 박원순-안철수 단일화 때도 안 원장은 출마의 뜻을 밝혔지만 접었다. 당시 배경은 이미 다 보도된 바다. 이에 대해 오 대표기자는 "2006년 한나라당으로부터 출마제의를 받았던 안철수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했던 안철수는 꽤 차이가 있다"며 "5년 만에 그의 권력의지는 서울시장이라는 자리를 놓고 이렇게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달려온 안 원장이 끝내 대선 포기선언을 하지 않고 있는 점도 오 기자는 '안철수식 권력의지'로 해석한다. 오 기자는 "안철수의 권력의지 진화는 2012년 대선을 겨냥한 채로 발전하고 있다"며 "그 결정적 단서는 온갖 견제에도 아직까지 그가 대선포기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오 기자는 "안철수 원장은 최종 결심을 하지 못했고 계속 장고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 핵심은 '내가 과연 대통령 업무를 잘 재미있게 할 수 있나'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철수의 약점은 두 가지

 

'잠재적 대통령 후보' 안철수의 약점에 대해서도 설파했다. 오 기자는 "안 원장이 공부로 보완할 수 없는 약점이 크게 두 가지"라며 "그것은 정치적 경험과 정치적 조직"이라고 지적했다. 486세대 한 중소기업인의 말을 빌려 분석한 바다.

 

"안철수는 정치적 경험이 너무 없다. 다시 말해 아직 그릇이 작다. 그는 어떤 정치적 큰 문제에 부딪혀 해결해본 적이 없다. 죽을 고비 숱하게 넘긴 김대중은 삶과 정치를 동일시하던 사람이다. 노무현도 마찬가지다. 박근혜도 보수의 입장에서는 자기 시대를 대변하는 경험을 해왔다. 그러나 안철수는? 아직 없다. 그런 정치적 경험이 왜 중요하나? 그런 경험이 있어야 자기를 역사 앞에 내던질 각오가 생기는 것이다. (중략) 안철수에겐 결기가 없다."

 

이같은 지적에 안 원장은 어떻게 답했을까. 안 원장의 지인이 전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은 모든 것을 버렸다, 그래서 대통령이 됐다, 모든 것을 버리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도 못 당하더라"며 "기존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뭔가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오 기자는 "안 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적어도 그가 큰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라며 "그것을 정치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약점에도 안 원장은 과연 정치로 발걸음을 옮길 것인가.

 

오연호 기자는 "안철수 원장이 2012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정치인 안철수로의 변신의 최종 선택은 늦어도 7월 중에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안 원장의 최대 약점인 정치적 경험과 정치적 조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다. 이 점에 대해 오 기자는 "안 원장의 정치적 경험과 정치적 조직 문제는 5개월간 자신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극복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따라서 기존의 다른 세력과 연대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기자는 한 정치분석가의 말을 빌려 '2013 정치혁신을 위한 시민정부 추진위원회' 같은 게 필요하다는 주장도 담았다. 그는 "이곳에서 안철수 원장이 포함된 범야권 연대의 틀을 만들고 박근혜 새누리당의원과 맞붙을 야권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규칙을 만들어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에 조국 서울대 교수가 <진보집권플랜>에서 말한 2013년 정부 예비내각 드림팀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헌태 "안철수는 민주진보와 어떻게 만나야 할까"

 

정치컨설턴트로서 여러 선거캠페인을 주도해온 김헌태 전 KSOI 소장은 '안철수 원장이 민주진보진영과 왜,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썼다.

 

김 전 소장은 "안 원장이 내건 구체제 종료와 미래가치의 실현은 민주진보 진영이 역사적 책임을 완수하는 것과 동일한 방향"이라며 "바로 오늘까지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민주진보진영은 이제 대중의 희망의 상징이 된 안철수 원장에게 손을 내밀고, 또 안 원장 역시 그들과 손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제 극복의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단 1%만 있다면 거기서 시작하는 게 맞다"며 "안철수와 민주진보 진영의 만남 그 한가운데는 국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소장은 "일부 대선주자들이 서둘러 안 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주장했는데 이것은 문제"라며 "성찰과 반성에 앞서 집권을 먼저 얘기하고 권력배분을 말하는 것은 또 다른 태만이며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1997년 DJP연합, 2002년 노-정 단일화 등 과거의 단일화 방식은 근본적으로 국민이 빠져 있다"며 "이것은 원칙적으로도 잘못된 것이고 현실적으로도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보간 단일화가 이뤄져도 유권자 또는 지지층 간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권자간 정체성의 불일치로 결국 집권을 하더라도 고스란히 국정운영의 부담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김 전 소장은 "민주진보 진영이 지금 구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기를 진정 원한다면 연합이든, 공동정부든 먼저 국민과 유권자로부터 이것을 승인받는 모멘텀 및 협의 구조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새로운 형태의 연합정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김 전 소장은 '새로운 형태의 연합정치'를 주장했다. 그는 "대선주자간 약속이나 권력배분 얘기가 아니라 시민의 참여가 바탕이 된 시민연합이 돼야 한다"며 "연합이 지향하는 가치가 제시돼 토론과 합의를 통한 선전적 차원의 약속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국민과의 새로운 약속' 혹은 '국민과의 새로운 책임'이라고 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연합은 선거연합에서 출발하지만 정책연합, 나아가 정부연합 단계로 나가도록 해야 한다"며 "(가)연합정부준비위원회(이하 연준)를 띄우고 안철수 원장과 민주진보세력은 국민을 보고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둔 연준은 첫째로 각 정파와 정당간 노선과 정책을 중심으로 국민과의 새로운 약속을 만들어낼 비전준비위원회를 만들어야 하고, 둘째로 본선에 출마할 대선주자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준비위원회를 구성하며, 셋째로 특정후보나 정파에 경도되지 않는 국정 드림팀을 구성하기 위한 내각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안철수도, 민주통합당도, 통합진보당도 모두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오로지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주체,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다는 의미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소장은 "이런 연준은 결국 연합군 성격을 갖는다"며 "인물 대 인물에서 못 이긴다면 인물 대 드림팀의 구도로 가보자는 것이며 이때 누구도 이긴다는 보장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이대로 질 수는 없다"며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승리의 과정을 수 있으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연준 자체가 결국 이번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하나의 도구나 일회성 체제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소장은 "대선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지만 지금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누가 출마할지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될지 18대 대통령으로 민주진보진영의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지 확신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토로했다.


"시민정부, 지금부터 만들어져야"

 

이어 그는 "대선의 승패만큼 중요한 게 있는데, 그것은 제2기 민주진보 정부의 대통령이 나온다해도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이제 국민에게 희망을 줄 새로운 지도자는 모든 것을 운명에 맡기는 사람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철저하게 준비된 지도자가 구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결국 패배할 수 있다"면서도 "대선의 승패와 관계없이 시민정부가 지금부터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소장은 "시민정부를 통해 새로운 지도자가 준비돼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연합을 통해 승리할지라도 연합정부가 실패의 길로 들어선다면 시민정부가 이를 바로잡고 다시 한번의 승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안철수, #시민정부론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