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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치자 꽃. 치자는 원래 진노란물이 듭는다. 그런데 꽃이 흰빛깔입니다
 흰 치자 꽃. 치자는 원래 진노란물이 듭는다. 그런데 꽃이 흰빛깔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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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향이에요."
"천리향? 천리향이 이렇게 생겼어요?"
"냄새가 천리향 냄새 아녜요?"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천리향이라고?"


꽃이름 중 장미와 개나리, 진달래, 철쭉, 국화, 코스모스 정도만 구별할 줄 알지 거의 모르는 '꽃이름치'입니다. 이런 사람이 요즘 꽃을 찾아나섰습니다. 집 밖에만 나가면 꽃이 많습니다. 전임 시장이 워낙 꽃을 사랑해 시내 곳곳에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거의 꽃동네이지요.

화요일 아내와 함께 집 앞 작은 공원에 들렀는데 멀리서부터 꽃향기가 코를 자극했습니다. 꽃을 보지도 않고 천리향이라고 할 정도로 강했습니다. 하지만 천리향이 아니라 '치자꽃'이었습니다. 치자는 노란빛깔을 내는데 꽃은 흰빛깔이었습니다. 치자꽃 향기가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냄새가 강해요."
"치자로 물을 들이면 노란빛깔인데 꽃은 흰색이네요. 치자를 이제부터 새롭게 봐야겠어요."

"치자는 진한 노란빛깔이죠. 옛날에는 전을 부쳐 먹을 때 치자를 넣었던 기억이 나요."
"치자로 염색을 해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그 때 장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장미가 7월인데 붉는 빛깔로 자랑하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장미는 원래 6월말이면 대부분 지는데 이 녀석은 생명을 생생하게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7월에 왠 장미. 아직 장미 붉은빛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7월에 왠 장미. 아직 장미 붉은빛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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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는 6월 말이면 다 지는 것 아니에요?"
"사람도 빨리 자라는 사람, 늦게 자라는 사람이 있듯이 장미도 늦게 필 수 있지요."

"그래도 7월에 이렇게 붉은 빛깔을 내는 장미는 처음봐요. 옆에 있는 장미는 벌써 말랐잖아요."
"아마 맨 마지막에 피어서 자신의 존재를 자랑하기 위한 것 아니겠어요."
"강렬하기는 강렬해요. 옆에 있는 꽃들이 기가 죽을 정도로 저 붉은 빛깔 보세요."
"하지만 이미 시들기 시작했네요."
"화려할 수록 시들면 추한데 이 녀석도 붉은 빛깔을 멈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네요. 참 안 됐어요."
"이 녀석 보세요."
"꼭 민들레 같네. 민들레가 다 피어 날아갈 것처럼."
"그렇죠. 민들레 홑씨 같죠."
"장미와 비교하면 얼마나 달라요. 장미는 시들면 추한데 이 녀석은 고운 자태가 아직 남아 있잖아요."


자세히 보니 꽃이 핀 것인지, 꽃이 진 것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 모를 꽃은 참 예쁩니다. 핀 꽃이든, 진 꽃이든 그 자체로 아름다웠습니다.

민들레가 만개했나요? 아니면 들국화? 의외로 아름답습니다.
 민들레가 만개했나요? 아니면 들국화? 의외로 아름답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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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지 않았지만 비비추라는 꽃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사람 눈을 참 편안하게 했습니다. 붉은장미는 오랫동안 보고 있으면 눈을 자극하지만 비비추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장미는 고개를 들지만 비비추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수줍은 모습이 마음을 감동시켰습니다. 자신을 자랑하거나 더 높이지만 않는 비비추를 보면서 교만한 제 마음을 조금 부끄러워 했습니다. 꽃은 사람 마음을 이렇게 감동시킵니다. 자주 꽃들을 만나러 나가야겠습니다.

비비추 꽃입니다.
 비비추 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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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치자꽃, #장미, #비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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