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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이 1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이 1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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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바로 정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국내·외 경제신문과 한 공동인터뷰에서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는데 정치권에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라는 질문을 받고 대뜸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나 검찰 발표 내용을 훑어만 봐도 이 대통령의 아들이 공시지가만으로도 6~8억원의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된 걸 알 수 있다. 관련자들을 기소처분하지 않은데 대해 국민들이 "검찰이 언제부터 관련자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냐"며 비아냥대고 있지만, 이 대통령은 '정치권은 진실과는 상관없이 상대방을 폄하하고 물어뜯는 곳'이라는 지론을 설파했다.

이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불신'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공한 기업가 출신인 이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 발 담그기를 꺼려왔다. 

이 대통령 당선 뒤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18대 총선 공천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왕 위의 상왕이 될 수 있으니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말아달라'는 당 내 일각의 요청에도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런 이 대통령의 인식이 작용했다.

"이 대통령 여의도 정치 상당 부분 형에게 맡겨"

'나는 일만 열심히 할 테니, 여의도 정치는 형님이 관리해 달라'는 역할분담이 있었다는 게 친이명박계 정치인들의 중론이다. 이명박 후보 진영 핵심 조직이었던 안국포럼 출신의 한 정치인은 "이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의 상당부분을 이상득 전 의원에게 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이 국회와 직접 소통했더라면 지금의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고 평가했다.

대통령과 형님의 역할분담은 성공하는 듯했다. 이 대통령은 최대한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 구축을 시도했다. '형님'은 친이계 의원들의 대오를 일사불란하게 관리하면서 종편 출범을 위한 언론관련법안, 4대강사업 관련 법안과 예산안 등 굵직굵직한 입법 과제들을 밀어붙이고, 연속해 친이명박계 당 대표를 세우는 데에 막후 역할을 하며 '동생'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형님'의 막후 역할이 계속되면서 '공기업 인사를 주무른다' '장관 인선도 형님의 뜻에 달렸다'는 등 뒷말이 무성했고, 부패에 대한 연루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이 SLS그룹으로부터 로비성격으로 수억 원을 받은 게 빙산의 일각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포스텍의 부산저축은행 퇴출 방지용 500억원 유상증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고,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을 받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뿐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인사 청탁,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관련성 등 숱한 의혹이 대통령의 형님 꽁무니에 덕지덕지 붙어있다.

형님뿐 아니다. 이명박 캠프 원로그룹 '6인회' 중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 돈봉투를 돌렸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로 건설업자로부터 8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이 대통령 핵심 측근들은 비리혐의 등으로 징역을 살거나 기소돼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의 사람들'로 분류되던 사람들이 정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있는 건 '일만 잘하면 됐지 작은 도덕적 흠결은 문제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기준이 빚어낸 참극으로 봐야 한다. 대통령 부인의 사촌들이 국회의원 공천을 주겠다며 30억 원을 받고, 저축은행 퇴출을 막아주겠다며 4억 원씩이나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대목에선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도 허술했음을 보여준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최종 책임자는 이명박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실장 주재 36차 확대비서관회의에 예고없이 방문해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11년 9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실장 주재 36차 확대비서관회의에 예고없이 방문해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언급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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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우 전 홍보수석 등의 비리가 터진 뒤인 지난해 9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말한 것은 세간의 비웃음을 샀고, 측근 비리가 터질 때마다 조롱거리가 됐다.

이 대통령이 말한 '완벽한 도덕성'은 '정권창출 과정에서 과거처럼 불법 대선자금을 모으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는 의미였다. 이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없이 대선에서 이겼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전 정권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미래저축은행과 솔로몬저축은행으로부터 수 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척될 수록 이 대통령이 이 마지막 자부심마저 포기해야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불법 자금이 전달되는 중간에 이명박 캠프 핵심관계자들의 소개가 있었고, 돈을 건넨 쪽도 자금의 성격을 대선과 연관 짓고 있다. 또 건네진 돈이 대선 캠프에서 사용된 정황이 있다는 점에서 저축은행 회장들이 준 돈이 이명박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의 일부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측근과 친인척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고 형님마저 구속되는 사태는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 모든 책임은 정치를 불신해서 형님에 정치를 맡기고, 도덕성은 상관없이 '일만 잘하면 된다'는 태도로 측근들을 기용해온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태그:#이상득, #이명박,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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