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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A초등학교가 학교장과 학부모회장 명의로 지난 5월 7일 발송한 'DMZ 평화안보 지역 견학 희망조사' 가정통신문.
 인천 A초등학교가 학교장과 학부모회장 명의로 지난 5월 7일 발송한 'DMZ 평화안보 지역 견학 희망조사' 가정통신문.
ⓒ 제보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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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실시된 '비무장지대(DMZ) 평화안보 지역 견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초등학교 학부모회가 주최한 견학 일정에 전기매트·건강보조식품 매장과 사슴농장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의 말에 따르면 판매장에서 물건을 강매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 초등학교와 학부모회는 "사전에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우리도 당황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부평신문>에 제보된 내용을 정리하면, 인천 부평구에 있는 A초등학교는 지난 5월 7일 학교장과 학부모회장 명의로 전체 학부모들에게 '학부모 DMZ 평화안보지역 견학 희망조사'라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했다.

이 가정통신문에는 '호국보훈의 참 의미와 안보 관련 의식 강화를 목적으로 전방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선) 지역 견학 기회를 제공하고자 학부모에게 희망서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견학은 5월 26일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7시까지 진행되며, 견학 코스는 개성출입국 기념홍보관과 통일촌, 제3땅굴, 개성전망대, 남북영화관, 공동경비구역, 아라뱃길 유람선 등이었다. 경비는 평화안보기금과 참가비를 포함해 1인당 1만7000원이다.

안보 견학의 첫 일정이 전기매트 판매장이라니

하지만 견학 당일 참가 학부모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견학에는 30명 정도가 참가했는데, 버스가 처음 도착한 곳이 전기매트와 건강보조식품을 파는 매장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견학 안내자에게 항의했다. 참가 학부모의 말에 따르면 안내자는 "원래 50~60대 어른들이 와야 하는데, 왜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왔는지 나도 당황스럽다"며 "버스비와 점심값이 공짜인 줄 아나? 물건을 판매하는 곳에서 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견학도 가정통신문 안내와는 다른 코스로 진행됐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사슴농장에 데려가 녹용 등 건강식품을 강매해 몇몇 학부모들은 30만 원가량의 물건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 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6일 <부평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학교에 소문이 나 모르는 학부모가 없을 정도"라며 "'사기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견학을 처음 홍보할 때는 교육청에서 지원한 행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어떻게 학교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물건을 강매하는 곳을 안내하고 보낼 수 있는지...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장·학부모회, "우리도 잘 몰랐다" 해명

이에 대해 이 학교 교장은 "(어떤 단체인지 모르는 곳에서) 공문이 와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학부모회가 진행할 수 있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교육청이 지원하거나 학교가 주최한 것이 아니다"라며 "가정통신문을 보낸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견학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참가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있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이 학교 학부모회장은 "학부모회가 주최한 행사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학교로 공문이 와서 학부모회 대의원들과 참가하려다 인원이 부족해 전체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 홍보했던 것이고, 이런 견학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학부모회장은 "우리도 이용당했다"며 "참가 학부모들과 문제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학교와 학부모회가 어떤 곳으로부터 해당 공문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는 데다 부평지역 몇몇 학교에 이 공문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져, 추가 피해 학교 파악과 재발 방지 등을 위해 교육청 차원의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가정통신문, #안보 견학, #인천, #초등학교, #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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