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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 공식선언을 앞두고 해남 우수영을 찾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의 뒤로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우수영 울돌목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장소다.
 8일 땅끝마을에서 대선 출마 공식선언을 앞두고 해남 우수영을 찾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 그의 뒤로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남긴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라는 글귀가 선명하다. 우수영 울돌목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군을 물리친 '명량대첩'의 장소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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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청와대까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남해에서 도라산까지!"

8일 오후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 전국에서 모인 1만 명(주최 측 추산)에 가까운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지지자들은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참아내며 그렇게 외쳤다. 그들이 외친 구호에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김 전 지사의 과제가 녹아있다. 김 전 지사는 가로놓인 과제를 극복하고 '이장 대통령'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땅끝에서 청와대까지'... 호남은 그를 전략적으로 선택할 것인가

김 전 지사는 대선출마 공식선언 장소로 땅끝마을을 선택했다. 그의 설명처럼 "땅끝은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희망의 출발지"이지만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육지의 끝이기도 하다. 경남도지사 직까지 내던지고 대선에 '올인'하는 절박하고 비장한 김 전 지사의 심정을 담아내기에 그만한 상징성이 있는 장소도 드물다.

그러나 호남의 민심은 아직 김 전 지사에게 '올인'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광주일보>가 지난 6월15∼16일 이틀 동안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의원이 광주(33.4%)와 전남(31.8%)에서 모두 선두를 달렸다. 손학규 고문은 광주(19.8%)와 전남(18.4%)에서 모두 2위를 달렸다. 김 전 지사는 전남(11.4%)에서 3위를 달렸다. 광주의 3위는 정동영 고문(12.4%)이었다.

그나마 광주전남을 비롯한 호남지역 민주통합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선 손학규 고문(28.6%)에 뒤를 이어 24.3%의 지지율로 김 전 지사가 2위를 했다는 것이 '희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의 지지율은 19.3%이었다.(6월 13일 <프레시안>과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3일 민주당 전국 대의원 3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민주통합당 경선을 치러야 하는 김 전 지사로선 땅끝에서의 대선 출마 선언은 '호남에 대한 올인 선언'과 같은 의미다. 김 전 지사가 8일 기자간담회에서 "호남의 지지는 수도권에서의 지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호남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체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예비경선과 본선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호남의 민심을 얻는 게 절반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아직 수도권에서 낯선 이름 '김두관'

8일 오후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무릅쓰고 전국에서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김두관 전 지사의 대선 출마선언에 함께 하기 위해 땅끝마을을 찾았다.
 8일 오후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무릅쓰고 전국에서 1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김두관 전 지사의 대선 출마선언에 함께 하기 위해 땅끝마을을 찾았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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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지사의 지지자들 구호처럼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고른 지지를 받아야 '대권'을 쥘 수 있다. 그러나 고른 지지를 얻기엔 아직 김 전 지사가 가야할 길이 멀다.

<한겨레>가 7월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그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민주당 후보로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문재인 43.1%, 손학규 17.5%, 정동영 8.3%, 김두관 5.4%라는 응답이 나왔다. 김 전 지사가 문재인 의원은 물론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은 정동영 상임고문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그에겐 아픈 대목이다. 국민에게 아직 '김두관'은 그만큼 낯선 존재다.

앞서 인용한 민주통합당 전국 대의원 여론조사 중 특히 수도권의 여론조사 결과 역시 김 전 지사를 심각하게 만든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민주당 대의원들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이는 손 고문(26.1%)이었다. 그 뒤를 문 의원(20.7%), 김 전 지사(16.0%), 정동영 고문(11.7%), 정세균 전 대표(7.9%)가 이었다.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의 파괴력이 높지 않은 것은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부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 전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김두관'이란 인물은 아직 상륙하기 전인 '촌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오늘부터 보름동안 진행할 '서민과 통하는 희망대장정'을 통해 '촌놈'으로만 알았던 김두관이 얼마나 능력 있고 매력 있는 후보인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가장 많은 유권자가 거주하는 수도권. 하지만 아직 수도권에서 '김두관'은 낯선 이름이다. 희망대장정이 김 전 지사가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경남도지사 직을 버리고 대선에 '올인'한 그에게 수도권 공략이란 큰 과제가 남아있다.

'남해에서 도라산까지'... 이장 대통령의 꿈은 이뤄질까

김 전 지사의 가장 큰 장점은 '이야기'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장, 군수, 장관, 민선 도지사 등의 다양한 이력을 두루 섭렵하며 성장해 온 그의 '성장 이야기'는 경쟁상대들도 인정하는 그의 자산임이 틀림없다. 관건은 '이장에서 대통령까지'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해'로 상징되는 영남의 지역 기반을 그는 갖췄다. 하지만 이 지역 기반은 문재인 의원과도 겹친다. 앞서 인용한 민주통합당 대의원 여론조사에서 문 의원과 전 김 지사는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에서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문 의원은 부산경남에서 36.1%의 지지율로 김 전 지사(34.5%)를 약간 앞질렀다. 대구경북에선 두 사람 모두 각각 똑같은 지지율(30.6%)을 보였다.

'도라산'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대통령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를 통해 당내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명박 정부가 '죽 쒀놓은' 남북관계를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는 김대중-노무현의 햇볕(포용)정책을 계승하는 민주통합당에선 어떤 후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들과 다른 대선 정책과 공약을 내놓는 일 역시 녹록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핵심 의제가 된 이른바 '경제민주화'는 여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핵심 정책으로 먼저 언급하고 있을 정도다. 김 전 지사가 땅끝 출마선언을 통해 "죄를 짓고도 실형을 산 재벌이 없다"고 강하게 재벌을 비판했지만 당내 경쟁자인 문 의원과 손 고문, 정 고문 역시 하루가 멀다 하지 않고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상황이다.

김 전 지사가 호남의 지지를 기반으로 수도권의 민심을 얻고, 이장에서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대통령의 꿈을 이루는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그의 이후 도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태그:#김두관, #대선, #민주통합당,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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