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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 반려견 운동장 기획이 의회에서 예산삭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에 대한 기사를 쓴 이후(관련기사 : 사람 뛰놀 데도 없는데 반려견 운동장이냐고?), 성남시 이재명 시장의 트윗에서는 반려견 운동장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성남시의 반려견 운동장 기획과 추진배경, 향후 계획과 진행상황을 알기 위해 지난 6일 성남시 푸른도시사업소 이영주 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울산시도 건립한 사례있어, 불가능한 일 아니라 생각"

- 동물관련 사업이라 관련 부서에서 진행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공원과였네요. 사업 추진 배경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성남시에 도심공원조성 자문위원이 있는데 그 중 한 교수님의 제안으로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선진국에 가보니 애견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며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자문위원들이 검토해본 결과 모두 통일된 의견으로 반려견운동장설립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알아 보니 울산시에서 3월 25일 3억여 원을 들여 건립한 사례가 있더군요. 우리나라에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반려동물 애호가와 비애호간의 마찰이 있는 게 사실이고, 간혹 민원도 들어옵니다. 사나운 개들을 보고 위협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고요. 사실 현행법상 목줄과 배변봉투만 있으면 공원출입에 제한이 없더군요.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을 그대로 두기보다는 서로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을 만들 필요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알아보니 중앙공원 야외운동장에 애견인들의 회합이 있더군요. 적절하게 부지를 마련해서 공원을 반려동물문화의 상징적 의미로 삼아보자라는 취지였죠. 꼭 동물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서로 의사소통도 하는 공간으로 방향을 잡아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신시내티에 있는 dog park입구에 있는 주의사항 안내문. 배변을 치우고 주인이 잘 핸들링하도록 하는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미국 신시내티에 있는 dog park입구에 있는 주의사항 안내문. 배변을 치우고 주인이 잘 핸들링하도록 하는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 이기우

- 어느 정도 규모로 예상하셨나요?
"일단 중앙공원에 최소한의 시설물을 설치하고 시민들의 호응을 받으면 다른 공원에도 확장해보자 하는 계획이 있었고요."

- 의회에서는 처음부터 반대의견이 팽배했었나요? 설득과정이 있었을 텐데요.
"아닙니다.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었었는데, 예결위에서 부결되었죠. 의원님들이 서민복지 기금도 모자라는 판에 동물을 위한 공간에 9천여만 원을 쓰는 것은 낭비라는 의견을 내셨고, 저희는 설립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려고 자료도 준비해 갔는데 아예 들으시려고 안 하더군요."

- 성남시에서 반려동물인구가 어느 정도 되나요?
"2010년도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대비 17.4% 키운다는 통계를 성남시에 대비해 계산해서 대략 17만 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 성남시 자체 시민의식조사도 필요할 거 같은데요. 혹 여론조사가 있었나요?
"2009년도 7월에 율동공원 이용객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88%가 좋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 중앙공원을 반려견운동장으로 계획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중앙공원이 위치가 좋아요. 평지가 있어 공간을 만들기 좋고요. 공원 옆에 울타리도 만들고 애견인 쉼터도 만들기 좋죠. 무엇보다 아파트와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고요."

 반려견 운동장은 견주와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반려견 운동장은 견주와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 이기우

            
 공원 안에는 큰 개와 작은개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큰 개와 작은개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분리되어 있다. ⓒ 이기우

반려견 운동장, 올바른 반려동물문화 정착 위한 중심점으로 삼아야

- 설치비 예산은 어떻게 잡으신 것인가요?
"언론에 500만 원 해외여행비 예산이라고 나왔었는데 그건 오해고요. 애초에 개들을 운동시키는 시설을 계획한 것은 없습니다. 놀이터(훈련시키는 장비를 놓는 공간을 의미함)는 향후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일단 울타리 정도 치는 예산을 잡았고요. 반려동물의 사회성이 떨어지고 운동성이 부족해지면 공격적 성격이 강해지죠.

이것을 막기 위한 산책로가 필요하니까 울타리 공간 내 산책로를 만드는 예산을 조금 책정했습니다. 그리고 의자 5개와 진입로도 만들고요. 부지정리, 배수로에 습기 제거, 잔디 보식정도에 9천만 원 정도 예상했습니다. 추가로 설계비가 480만 원 정도 들어가는데요. 이것이 언론에 오해가 되어 해외연수비로 보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해외연수비는 전혀 없습니다."

 반려견 운동장에는 잠금장치가 필수이다. 뛰어다니던 개가 밖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 운동장에는 잠금장치가 필수이다. 뛰어다니던 개가 밖으로 탈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이기우

- 생각보다 소박한 거 아닌가요?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시설물을 만들기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죠. 추가적인 시설이 필요하다면 이후 시민들과 합의해서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올바른 반려동물문화공간으로 활용하실 계획이라고 했는데, 공원을 만든 이후 운영계획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까 반려동물키우는 분들의 회합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들과 어느 정도 협력관계도 필요한 것 같고요.
"훈련사 같은 분들에게 재능기부를 받아서 배변훈련 같은 반려동물문화교육 에티켓을 가르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고요. 아직 그분들과 접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다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도 해야 할 것 같고요.

추후 그분들과 함께 모임을 결성하게 되면 공원 청소를 자율적으로 하거나, 광견병 예방주사를 맞았는지 여부를 확인해서 출입하게 하는 등 무언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문화를 형성해야죠. 반려동물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모든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개. 활동성이 많은 개는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개. 활동성이 많은 개는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 이기우

- 향후 추진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트윗에 찬반 논쟁이 많았는데요.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저희는 계속 추진해 9월에 추경위에 상정할 것입니다. 만약 이번에도 부결되면 내년에 다시 추진해봐야죠."

어린이 놀이터가 적다는 주장은 오해에 불과

- 반려견 운동장 기사가 여론화되면서 가장 많은 비난이 '어린이 공원이 부족한데...' 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성남시의 공원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네요.
"사실 성남시는 다른 시에 비해 공원조성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어린이 공원내 놀이터가 151개 있고요. 근린공원수는 50여 개 있습니다. 근린공원 내 어린이 놀이터도 27개가 있죠. 물론 각 아파트안에 별도로 있는 것은 제외하고 계산한 것입니다. 어린이놀이터가 적다는 것은 오해죠."

- 다른 시의 현황에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용인시의 경우 어린이 놀이터가 총 138, 부천시는 128, 안양시는 98개가 있습니다. 성남시는 178개이니까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 것이죠."

- 사실 우리는 유럽이나 서구와는 다르게 반려동물문화에서 차이가 납니다. 일단 서구의 개들은 산책도 많이 다니고요. 기차도 같이 타고 야외카페에 주인과 함께 앉아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해요. 항상 사람들과 어울려 사니까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죠. 서구와의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우리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래서 저희도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되 우리만의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과 시설을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주택이 많아 산책을 많이 다니기 힘든 환경이 있죠. 그래서 사회성이 떨어지고요. 개들이 사회성을 익혀 사람들과 친근한 이미지로 바꾸고 가족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존재로 만들고요. 집에 가둬두고 키우는 상태에서는 요원하죠."

- 울산공원에 가보니 배변 안 치워놓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좋은 반려동물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참 어려운 과정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들에게 일일이 찾아다니며 올바른 에티켓을 설명할 수는 없죠. 운동장을 통해 좋은 반려동물문화를 설명할 수 있는 중심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원에 비치된 배변봉투.
공원에 비치된 배변봉투. ⓒ 이기우

성숙한 문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핵심은 논쟁을 통해 시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나가는 것이다. 반려동물 사육 가구수가 증가하는 반면, 유기동물은 한 해 10마리 정도가 거리로 쏟아진다. 반려동물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 논쟁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사람이 중심인 사회에서 동물을 위한 예산은 모두 사치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과 관련된 동물은 모두 고려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관계를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성남시에는 향후 중요한 과제가 남았다. 첫째, 의회를 어떻게 설득해 예산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전제될 것은 시민간의 논의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이다. 반려견운동장이 생긴다 해도 향후 관리가 더 큰 과제일 수 있다.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 보다 많은 연구를 해야 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이다.


#반려견 운동장#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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