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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저축은행에게 수억 원대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국민의 눈은 청와대로 쏠리고 있다. 국민이 봤을 때 대통령의 형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다가 돈을 받고 특정인의 뜻대로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한 일은 당연히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다.

 

한편 이 전 의원이 '상왕' 소리를 들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묵인과 형님을 '여의도 정치'에 활용하려 했던 대통령의 뜻이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 소환되고 구속된 현재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가능성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에 소환될 때 하고, 영장 발부할 때 하고, 구속될 때 하고…. 뭐 할 때마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말에 "그러면 대법원 판결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느냐" "나중에 논현동(사저)에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등 기자들의 농담 섞인 푸념이 뒤따랐다.

 

MB의 대국민 사과, 자세히 보면 '나는 결백'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뒤 4년 반 동안 국민에게 사과한 건 모두 3번이다.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데 대해, 올해 1월 신년연설에서 친인척·측근비리에 대해, 2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측근비리와 내곡동 사저 부정매입 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해당 연설과 기자회견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는데, 속 시원하게 사과한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1월 신년연설 때 이 대통령은 전후 설명은 없이 "저는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이 대통령이 '주변'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당시 드러난 친인척 비리를 뜻하는 것이라고 짐작할 뿐, 뭘 어떻게 잘못했고, 어떻게 고치겠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지난 2월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부정매입 의혹과 측근비리 문제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만난 노점 할머니 얘길 꺼낸 이 대통령은 "살기 저렇게 힘든 사람들도 열심히 살아가는데 살만한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그런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 제 심정이 이런데 국민들의 마음은 어떻겠습니까"라며 "저는 국민 여러분들께 이에 관해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있고,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저는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며 "화가 날 때도 있다. 가슴을 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할 말이 없다"는 기자회견 직후 이 대통령의 말을 "사과로 볼 것인가, 말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 말이 경상도 지역에선 "아주 미안해서 변명도 못 하겠다"는 뜻으로 통용된다는 사실 때문에 결국 사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할 말이 없다"는 말에서 이 대통령이 측근 비리에 대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전달됐지만, 무엇이 어떻게 잘못돼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인식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국민들로선 뭐가 어떻게 개선 되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질 수도 없었다. 이어 줄줄이 터져 나온 이 대통령 측근비리와 형님비리는 대통령의 사과를 무색하게 했다.

 

이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부당매입 의혹에 대해 "앞으로 살아갈 집인데도 불구하고 사실 좀 소홀히 했다. 제가 챙기지 못한 것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건 전적으로 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 탓이오'로 마무리했지만 "퇴임 뒤 살 집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못했다"고 강조하면서 부당매입 의혹에서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촛불시위 땐 사과 뒤 바로 보복... 이번엔? 

 

이 대통령의 사과 발언 중에 그나마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얘기를 한 게 2008년 6월 특별기자회견이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부른 <아침이슬> 노래를 청와대 뒷산에서 들었다"는 도입부로 유명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기자회견이었다.

 

이 대통령은 "성장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한미FTA가 절실했고, 미국 쇠고기 수입 거부는 이에 걸림돌이었다"고 판단 경위를 밝히며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한 대국민 사과이자, 사과의 요건과 내용을 제대로 갖춘 유일한 사과였다. 그러나 곧 하나마나한 사과임이 드러났다. 이후 정국이 안정되자 정부는 촛불시위 주동자에 대한 체포와 가담자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국민 보복'에 나섰다.

 

사과 뒤 국무총리실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조직이 만들어져 광범위한 사찰을 벌였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사례가 보고됐을 때, 정부의 약속과 달리 즉각 수입중단 조치가 없었던 것도 이 사과가 얼마나 '헛 것'인지 보여준다. 

 

이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발언 내용 상 제대로 사과를 했다고 보기가 애매하다. 제대로 사과했더라도 이후 정부 운영이 사과 내용과는 완전히 반대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된 상황, 과연 이 대통령은 어떤 사과를 할까? 이 대통령이 이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 아무도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태그:#이명박, #이상득, #대국민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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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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