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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를 진행 중인 노종면 기자
 <뉴스타파>를 진행 중인 노종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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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뉴스타파> 앵커 노종면입니다. 3년 5개월 만에 스튜디오 아닌 스튜디오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봅니다."

'해직기자' 노종면의 <뉴스타파> 1회 오프닝 멘트다. 지난 4년 동안 그가 걸은 길은 아는 사람에게 이 멘트는 결코 가볍지 않다.

2008년 5월, YTN 노조위원장으로 '낙하산 사장' 구본홍 반대 투쟁을 이끌던 그는 그해 10월 동료기자 5명과 함께 해직됐다. 2012년 1월, 그가 다시 마이크를 잡은 곳은 YTN이 아니었다. 언론노조와 해직언론인이 만드는 인터넷 방송 <뉴스타파>였다. 시청자들은 선관위 디도스 공격, 민간인 불법 사찰 등 기존 언론이 외면하는 내용을 심층 취재하는 <뉴스타파>에 큰 호응을 보냈다.

그러나 노종면 기자는 지난 6월 30일 <뉴스타파> 21회 방송을 끝으로 <뉴스타파>를 하차했다. YTN 노조 산하 'YTN 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특위(이하 대책특위)' 위원장으로 돌아왔다. 9일 발족한 대책특위는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이뤄진 YTN 불법사찰과 언론장악 진실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인적 청산 없이는 제도 개선도 없다"

11일 오후 YTN 노조사무실에서 노종면 기자를 만났다. <뉴스타파>가 보여준 성과와 부족했던 점, YTN 노조가 지난 4년간 벌인 투쟁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뉴스타파>가 기존 매체와 다른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허접할 정도로 방송 보도의 질이 떨어졌는데, <뉴스타파>가 언론인들에게 '대안이 가능하니 정신 차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기본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일인데, 그 기본을 못 하고 있다"며 "거기서 오는 갈증이 <뉴스타파>에 대한 호응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가 이슈를 만드는 역할은 미약했다는 지적에는 수긍하면서도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라며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YTN 투쟁의 가장 큰 성과는 4년간 버틴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언론사라도 쉽게 제압당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우리 언론사에 남겼다"는 것이다. 그는 대책특위 활동에 대해서 "YTN 불법 사찰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합당한 조처가 뒤따라야 한다"며 "그것을 우리 힘으로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해직, 구속, 소송 등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선 투쟁 과정에서 겪은 고초에 대해 그는 "그게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결속시켰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그는 "낙하산 사장이 올 수 없게 제도를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제도보다 중요한 게 제도를 운용하는 자들의 의지"라고 지적했다.

"제도를 운용할 사람부터 바꿔놓고 제도를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세력을 청산하고, 그들의 책임과 과오를 분명히 규정한 다음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은 노종면 기자와의 일문일답이다.

"선배, 우리가 이런 보도를 했어야 하는데"

노종면 기자와 YTN 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노종면 기자와 YTN 노조 조합원들이 함께 회의를 하고 있다.
ⓒ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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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직 후 3년 5개월 만에 잡은 마이크를 다시 놓았다.
"업무에서는 감정적인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 그때 그때 주어진 일들을 한다는 생각이다. <뉴스타파> 앵커를 하다 노조로 돌아왔지만, 4년 동안 제가 일관되게 해온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 <뉴스타파> 창립멤버인 노종면 앵커와 변상욱 기자가 떠나면서 <뉴스타파> 시즌1이 종료됐다. 제작진으로 <뉴스타파> 시즌1의 성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기존 매체에 대한 대안 가능성을 확인했다. <오마이뉴스> <나는 꼼수다> 등 기존에 있었던 대안언론의 시도와 <뉴스타파>가 다른 점은 언론계 내부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현업 언론인들에게 '대안이 가능하니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던졌고, 대안의 지속 가능성을 타진하는 단계가 지금의 회원 모집 단계다." (<뉴스타파>는 6일부터 홈페이지(www.newstapa.com)를 통해 정기납부회원과 일시납부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 현업 언론인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건?
"대체로 비슷한 반응이었다. '선배, 우리가 이런 보도를 했어야 하는데.' 강정마을 취재나 4대강 보 세굴 현상 취재는 우리가 특별히 취재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들이 안 한 걸 보도해서 반응이 온 거다. 기자들은 현장에 가면 어느 정도의 기사가 나오고, 시간을 투자하면 <뉴스타파> 같은 보도를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불완전한 여건이지만 자꾸 두드려서 벽을 깨뜨리는 심정으로 작업했다."

- 인력, 자금, 장비 등 부족한 물적 기반 탓에 한계도 느꼈을텐데.
"아쉬움은 있지만, 의도적으로 돈이 안 들어가는 방송을 하려고 했다. '카메라가 조금 나빠도, 스튜디오가 변변치 않아도 없으면 없는 대로 하자'고 판단했는데, 의미 있는 시도였다. 누군가 방송을 시도할 때 '장비도 너무 비싸고, 스튜디오도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게 아니라 '스튜디오? 대충 그림만 되면 되겠구나. 장비? 기부를 받거나 중고를 구매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고, 더 잘 하려면 분명히 더 있어야 한다. 그런 최소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 조회수가 50만 건을 넘는 등 <뉴스타파>에 대한 호응이 좋았다. 이유가 뭐였을까.
"갈증이라고 본다. MB정권에서 이뤄진 언론탄압이 방송에 집중됐고, 결국 방송이 상대적으로 더 보도의 질이 떨어졌다. 방송을 포함한 보도 영상 매체는 그야말로 허접한 수준으로 보도의 질이 떨어졌다. 이에 대한 갈증이 앵커가 나와서 뉴스를 진행하는 <뉴스타파>에 대한 호응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방송과 틀은 같으니까." 

"기존언론이 하지 않는 권력 감시, 자본 감시가 우리 역할"

- 보도의 질이 떨어졌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예를 들면?
"기본을 못하고 있다. 언론의 기본은 권력과 자본을 감시, 견제하는 일이다. 지금 언론이 가장 강하게 감시해야 할 대상은 이명박 정권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했던 일들, 예컨대 4대강 사업,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그 외의 다양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보도가 거의 안 됐다. 일부 비판 보도가 있었지만, 보도 후에는 여지없이 탄압 당했다. 그런 보도가 축소되고, 담당자들이 현업에서 쫓겨나고... 이런 과정에서 보도의 질이 더 떨어졌다."

- <뉴스타파> 보도 중 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보도는?
"강정마을 특집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취재진뿐만 아니라 제작진까지 모든 인력이 강정마을 현장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모든 취재를 했다. 그럴 경우 프로그램에 힘이 실린다. 현장성이 강화되고, 앵커부터 취재인력, 엔지니어까지 현장에 갔다는 것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을 준다. 그리고 구성할 때 내용에 힘도 더 실린다. 개인적으로 강정마을 특집이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다."

- 초기의 폭발적인 호응에 비해 지금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진 느낌이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뉴스타파> 팀 내부의 책임이다.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특정한 시점에 정기적으로 올리기로 했는데, 방송 업로드 시점을 지킨 사례가 거의 없다. 의지가 있는 시청자라면 오랫동안 기다려서라도 보겠지만, 일반시청자에게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스스로 이탈시키지 않아도 될 시청자를 상당수 이탈시켰다.

또 하나는 초기의 관심에 일정 정도 거품이 있었다고 본다. 4.11총선 이후에 급격히 거품이 빠졌는데, 전반적 사회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 뉴스는 아주 민감한 현안이 불거지면 시청자가 늘어나는데, 4.11 총선 이후 '멘붕(멘탈붕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 현안에서 (시민 관심이) 멀어진 흐름들이 있었다. 앞으로 국정조사나 대선 등 큰 정치일정과 맞물려 시청자가 늘어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

YTN 노조 조합원들이 2008년 9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 17층 사장실 앞에서 구본홍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며 "구본홍은 물러가라","공정방송 사수"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YTN 노조 조합원들이 2008년 9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YTN 본사 17층 사장실 앞에서 구본홍 사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며 "구본홍은 물러가라","공정방송 사수"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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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들이 <뉴스타파>에 보낸 호응 뒤에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이 있다. YTN도 언론장악의 피해자였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을 못 받은 면이 있다.
"그래도 다른 노조, 일반 산업체 노조에 비하면 많이 보도됐다. 언론의 헌법적 가치, 언론자유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해고 문제에 국한해서 보자면 우리 사례는 새발의 피다. 이번 MBC 파업도 많이 부각 안 됐다고 하지만, 다른 노동계에 비하면 엄청난 조명을 받았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에서 보면 여전히 부족하다."

- 냉정히 말하면 YTN은 '낙하산 사장' 배석규를 막지 못했고, 기자 해직 사태도 막지 못했다. 그래도 YTN 투쟁의 성과가 있다면?
"여전히 싸우고 있는 것 자체가 성과다. YTN은 KBS, MBC에 비해 작은 언론사다. 조합원만 봐도 MBC의 1/5이고, KBS는 새 노조, 구 노조를 합치면 우리의 10배다. 2008년 신재민 당시 문광부 차관이 우리를 협박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KBS, MBC가 파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그런데 YTN은 아니다. 너희 착각하지 마라. 너희는 그냥 문 닫아도 그만이다.' 아무리 작은 언론사라도 쉽게 제압당하지 않는다는 기록을 우리 언론사에 남긴 것, 그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4년 동안 버텼다는 사실, 그게 가장 큰 성과다."

"무리한 칼질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 배석규 사장이 물러나더라도 낙하산 사장이 내려올 수 있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배석규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
"제도는 중요하다. 그러나 제도를 운용하는 자들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 KBS 사장의 임면권 관련 논란에서 이명박 정부는 법에는 '임명권'이라고 명시된 것을 '임면권'으로 해석해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다. 대통령이 KBS 사장을 해임한 것은 1990년 당시 서영훈 사장 이후 처음이다. 그때만 해도 법에 '임면권'으로 돼 있었는데,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해서 '임명권'으로 법률을 개정했다. 그 이후 한 번도 대통령이 해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도를 만들어 냈지만, 이명박 정부는 다르게 해석했다.

YTN도 사장추천위원회가 있고, 사장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들 중에서 YTN 이사회가 사장 후보를 낙점한다. 그러나 배석규는 그런 제도를 무력화시켰다. 제도를 운용할 사람부터 바꿔놓고 제도를 이야기해야 한다. 인적 청산, 정치 세력 청산이 먼저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YTN 해직기자들이 2009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해직·징계무효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구본홍 전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노조원에 대한 사측의 징계는 부당하므로 해고는 무효"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와 당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함께 포옹하고 있다.
 노종면 YTN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YTN 해직기자들이 2009년 1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해직·징계무효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구본홍 전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인 노조원에 대한 사측의 징계는 부당하므로 해고는 무효"라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법정을 나와 당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과 함께 포옹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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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년 동안 낙하산 사장에 맞서 싸우고 복직 투쟁을 하느라 많은 고초를 겪었다. 다시 대책특위장을 맡았는데, 부담감이 클 것 같다.
"부담감은 없다. 무리한 칼질은 저들이 조급하다는 반증이고, 그게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결속시킨다. 그런 일은 두렵지 않다. 물론 조사 받으러 경찰, 검찰에 가고, 또 재판장에 가는 게 유쾌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견딜 수 있다."

- 그런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고소만 당해도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어떻게 저 사람들이 저럴 수 있지' 생각했다. 그런 걸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소당하고, 체포당하고, 구속당하는 과정에서 실체를 알게 됐다. 실체를 알면 그 다음에는 덤덤해지고, 단지 그 행위의 의미만 파악하게 된다. 이 조처가 합당한 것인가. 옳은 것인가. 아무리 대척점에 있더라도 이해할 만한 점이 있으면 사측이든 검찰이든 미워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그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분노를 하게 되고, 그 분노를 정제하면 에너지 된다."

- 마지막 질문이다. 4년 동안 계속된 YTN 투쟁의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는 그냥 상식이 통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언론이면 권력 비판해야 하고, 낙하산 사장 오면 반대해야 하고. 그건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다. 어떤 사람들은 옛날에도 낙하산 사장 오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설사 옛날에 그랬더라도 지금 사람들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낙하산 사장을 용인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자기가 기자,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거기까지도 그렇다 치자. 거의 1년에 걸친 낙하산 사장과의 투쟁 과정에서 뭔가 타협의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때 저들이 과연 어떻게 했나. 2008년 5월에 시작된 낙하산 저지 싸움은 명분, 상식을 지키려는 싸움이었다. 잘 싸웠지만 힘에 부치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서 2009년 4월 1일 구본홍 사장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여러 합의를 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난 YTN 싸움은 그때 끝났다. 노사 간에 어떻게 보도를 잘 할지 그런 논의를 진행하는데, 갑자기 구본홍 사장이 사퇴하고 배석규 사장이 등장해 온갖 패악질이 이뤄졌다. 

해직자를 만들어낸 구본홍 사장도 해직자 회사 출입을 막지 않았다. 배석규 사장은 어렵게 부활시킨 돌발영상을 두 달 만에 제작자 대기발령 내서 교체했고, 7년 동안 유지해온 보도국장 투표제도를 일방적으로 없애버렸다. 그럼에도 정권은 그를 '지모와 강단을 겸비한, 이 정부에 충성스러운 사람이다, 사장 시켜라'라는 사찰 보고서를 썼다. 이런 몰상식한 패악질을 종식시켜야 한다.

거창하고 화려한 깊이 있는 이념, 그런게 아니다. YTN 노조는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거, 비상식적 상황을 종식시키려 싸웠다."


태그:#노종면, #뉴스타파,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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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 2015.4~2018.9 금속노조 활동가. 2019.12~2024.3 한겨레출판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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