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삼척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이 점점 더 열기를 띠고 있다. 시장 소환에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더욱 더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이하 핵반투위)는 14일 삼척시 대학로분수공원에서 '삼척시장주민소환결의대회'를 열고, "김대수 시장 탄핵하고 핵발전소 막아내자"고 외쳤다.
결의대회에는 하루 종일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삼척시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시민 등 1천 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삼척시를 방문한 희망버스는 삼척시민들의 반핵운동과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조직됐다. 전국 각지에서 15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제2의 탈핵운동이 삼척에서 불타오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핵반투위 상임대표이자 주민소환투표청구인 대표자인 박홍표 신부는 대회사를 통해 "삼척시장이 96%라는 엉터리 찬성률로 핵발전소 유치를 신청하고, (핵발전소 유치와 관련해) 주민투표를 실시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삼척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해 주민소환에 이르게 됐다"며 주민소환운동을 승리로 이끌 것을 다짐했다.
박 대표는 결의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향해 "한국 제2의 탈핵운동이 삼척에서 불타올라 전국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며 "핵 고리 끊고 재생에너지로 가는 사회를 만들고 주민소환에서도 승리하자"고 호소했다.
희망버스를 타고 온 경주핵안전연대 운영위원장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는 핵발전소가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부터 짚었다. 그는 "역학조사 결과, 원전 주변에 살면 암 발생이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회에서 공식 인정한 것으로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은 2.5배, 유방암은 50% 증가하고 간암은 40% 증가한다"며, "핵발전소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발전소는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김대수 시장 소환운동은 굉장히 중대한 운동"이라며 "(우리나라) 반핵운동에 큰 획을 긋고 민주주의 역사 발전에도 큰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경상남도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밀양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원회도 함께 했다. 밀양 주민 대표로 연단에 선 김철원씨는 "핵발전소가 지어지면, 삼척을 가로질러 서울로 송전을 하게 되어 있다"며 "(삼척에서도) 밀양에서 일고 있는 송전탑 문제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척시민들은) 송전탑이 주는 죽음의 공포를 모를 것이다. 우리는 고리 핵발전소를 통해 경험했다"며 "주민동의 없는 송전탑 반대하고, 핵발전소는 물러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양에서는 올해 초 이치우씨가 고압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분신했다. 그러나 이씨가 숨진 뒤에도 송전탑 건설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경 희망버스가 삼척시 근덕면의 '원전백지화기념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기념탑 앞에 모여 삼척시민들이 권력에 맞서 30여 년 동안 핵발전소와 핵방폐장 등을 물리치기 위해 싸워온 역사를 경청했다. 삼척시민들은 1998년 온 시민이 단합해 핵발전소를 물리쳤으며, 2005년에는 핵폐기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을 막아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후 5시에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결의대회를 마친 뒤에는 삼척시 내 중심가를 돌며 시위를 벌였다. 그리고 오후 7시에는 탈핵콘서트를 개최했다. 핵반투위는 14일 주민소환투표청구서명 수임인이 1490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의 서명인 수는 비밀에 붙였다. 삼척시에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주민소환투표청구에는 8983명의 서명인이 있어야 한다. 서명 기간은 8월25일까지다.
공무원노조 강원도본부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삼척시장 주민소환운동을 지지한다"며 핵반투위에 기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핵반투위의 주민소환운동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활동 역시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삼척시장 주민소환반대 대책위원회는 지난 6일 '삼척시장 주민소환 범시민 부정행위감시단 출정식'을 가졌다. 이들은 핵반투위에 맞서 마을별로 부정감시단을 구성하고, 신고포상제를 운용하는 등 주민소환운동 중에 벌어지는 불법 행위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김대수 삼척시장은 주민소환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들을 "암적 존재"로 지칭해 물의를 빚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9일 이·통·반장 및 사회단체장 등에게 서한문을 발송했다. 그는 이 서한문에서 "원자력발전소 유치 반대라는 미명하게 소위 일부 극소수의 몰지각한 인사들에 의한 시장소환이라는 정치공세로 시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들을 볼모로 극단의 자기 이기주의적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과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으로, 단호하게 우리 지역의 암적인 존재를 깨끗하게 도려내어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이·통·반장 및 사회단체장님들과 시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