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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남표 총장의 거취를 놓고 카이스트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서 총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해임되는 사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서남표 총장의 거취를 놓고 카이스트가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서 총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해임되는 사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심정을 토로했다. ⓒ 유성호

'대학개혁'을 내건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총장은 지난 2010년 7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그는 41년 카이스트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총장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총 5명의 학생이 자살하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최근 카이스트 이사회(이사장 오명)는 이러한 기류를 틈타 연임 임기 2년을 남겨둔 서 총장의 계약해지안을 상정했다. 형식은 '계약해지'지만 사실상 '해임'이다. 특히 '반서남표' 이사가 많은 이사회 구성상 오는 2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계약해지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오명 이사장 내세워 사퇴 종용하는 세력 있다"  

지난 17일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난 서남표 총장은 "카이스트 역사상 처음으로 연임하고 처음으로 쫓겨나는 총장이 될 것 같다"며 "(이것은) 역설적"이라고 말했다. "아무렇지 않다"면서도 그는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서 총장은 3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해임되는 사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추진한 대학개혁의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받아 해임되는 게 아니라 해임 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 총장은 "2010년 7월 연임하기 전 교과부에서도 저를 내보려고 했다가 실패했는데 오명 이사장도 2010년 9월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2년간 저한테 나가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오명 이사장 뒤에서 제 사퇴를 종용하는 '어떤 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제가 보기에는 제 사퇴를 종용하는 세력은 오명 이사장이 아니다"라며 "서남표를 내쫓아야겠다는 어떤 그룹이 오명 이사장을 이사장으로 모시고 그것(서 총장 퇴진)을 이루려고 하지 않나 추측한다"고 말했다.

'사퇴 종용 세력'의 실체와 관련, 서 총장은 2011년 12월에 있었던 일을 언급했다. 당시 오명 이사장은 '특정 고위층'의 뜻이라며 서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명 이사장에게서 특정 고위층의 이름을 직접 들었지만 제가 직접 얘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 총장의 한 측근은 "특정 고위층은 정부와 관련된 사람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 측근은 "카이스트 교수 중 30% 정도가 KS(경기고-서울대) 인맥"이라며 "그분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총장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은 "청와대 안에도 반서남표와 친서남표가 있다"며 "서 총장을 돕는 분들도 있지만 몇 년 동안 연임에 반대하며 집요하게 방해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서 총장은 "청와대 안에서 과학기술 계통은 저를 싫어하고 교육 계통은 저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 총장을 신임하던 이명박 대통령도 힘을 못 쓰고 있다'고 지적하자 "나는 모른다"라며 "청와대에 전화해 '왜 MB가 가만 있냐'고 직접 물어보라"고 응수했다. 

특히 서 총장은 "카이스트 총장을 그만두면 책을 쓰려고 한다"면서 "제 뒤에서 어떤 사람이 나를 내보내려고 했는지, 못살게 굴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책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이스트 위해 살았는데 저를 싫어한다니 놀랍다" 

 서남표 총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자신이 추진한 대학개혁의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받아 해임되는 게 아니라 해임 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남표 총장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자신이 추진한 대학개혁의 성과를 정당하게 평가받아 해임되는 게 아니라 해임 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대학개혁의 상징'이었던 서 총장에게는 '불통과 독선의 리더십'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일각에서는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닮았다"는 극단적 평가를 내놓았다. 총장으로서 갈등을 중재하고 풀기보다는 교수·학생 등과 불통하면서 갈등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총장은 "자기하고 의견이 같지 않으면 불통이라고 하는 것 같다"며 "학과장 중심제만 없애주면 소통이 되는데 제가 그걸 못해준다고 하니까 소통이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소통이 무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총장은 "돈이 무한정 있으면 누구한테나 다 줬으면 좋겠지만 한정된 재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을 더 잘 해줄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그걸 가지고 소통을 안 한다고 하면 저는 방법이 없다"고 학교 안팎의 부정적 평가에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서 총장은 잇따른 자살 사태에는 "슬프고 놀라웠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입학처에서 자살 원인을 파악했지만 (5명이) 다 달랐다"며 "학생과 부모,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살 원인을 밖으로 이야기하지 않아 언론으로부터 수업료와 영어교육 때문에 자살이 생겼다고 몰매를 맞았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서 총장은 "(자살 원인을 밖으로 얘기하지 않아) 우리가 뒤집어쓴 거다"라면서 "카이스트에서 자살이 (연달아) 생기니까 언론에서 (수업료와 영어교육 등) 간단한 이유를 찾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카이스트의 한 관계자는 "자살이 학교 시스템 때문에 생긴 게 아닌데 우리가 (자살 원인과 관련해) 제대로 말을 못했다"며 "다만 천재끼리 경쟁하다 보니 우열이 가려지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굉장히 큰데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부족했다"고 일부 정책적 문제를 시인했다.

끝으로 서 총장은 "저는 1주일 내내 하루 14시간 카이스트를 위해 썼고, 집사람은 손님을 치르느라 쿠키와 케이크를 몇 만 개 만들 정도로 부부가 모두 카이스트를 위해 살았다"며 "그런데도 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의 한 측근은 "서 총장은 (학연, 지연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대학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고, 그런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엄청난 공격을 받게 됐다"고 씁쓸한 분석을 내놓았다.


#서남표#카이스트#오명#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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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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