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 논란에 휩싸인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연임을 예정대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는 여야간 이견으로 현 위원장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위원장이 16일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충분히 해명했고 결정적인 하자가 없기 때문에 공직을 맡기는 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아직 청문보고서가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지명 철회 계획이 없다"며 "직무 수행에 결정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청문회 대상을 평가할 때 하나하나 뜯어보지 않고 일반적인 얘기만 갖고 평가하면 진실과 맞지 않는 게 맞다"며 "야당으로선 완전히 흡족하지는 않겠지만 현 위원장이 (의혹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현 위원장을 연임키로 밝혔고, 올해 초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첫 인사청문회를 하게 됐다. 단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 임명동의 대상이 아니어서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앞서 17일 국회 운영위원회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장의 자격 여부를 판단하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새누리당이 현 위원장을 '적격'하다고 판단하면서 '부적격'이라고 밝힌 민주당과의 의견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문보고서를 각당 의견을 담거나 아예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는 방법이 있는데, 민주당이 채택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현 위원장을 적격하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변인 브리핑 내용대로"라고 설명했다. 이날 홍일표 원내대변인은 "현 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하는 데 결정적 하자가 없다"며 현 위원장이 적격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양당의 입장차가 너무 커서 청문보고서를 만드는 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대표실 관계자는 "부적격으로 서로 합의해 의견을 내면 좋은데 새누리당에서 반대했다"며 "취합된 의견이 안 나오니까 보고서 채택 자체를 안 하기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스스로 치부 인정한 셈... 청와대 즉각 연임 철회해야"인권위 내부와 시민단체들은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을 포기하고, 청와대가 예정대로 현 위원장을 임명한다는 소식에 실망감을 표했다.
최준석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장은 "청문보고서가 채택 안 될 거라는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다"며 "아직까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민의 의견과 괴리가 있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18~19일 중으로 청와대에서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까"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영경 새사회연대 사무처장은 "새누리당은 청문회 때 일부 의원들이 현 위원장이 부적격 의견을 밝혔는데도 이를 무시한 건 스스로 치부를 인정하는 셈이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수많은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청와대가 강행하면 이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현 위원장의 연임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