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0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세종시 첫마을아파트(2242가구)가 지난 14일 약 100mm가량의 비로 누수와 누전에 의한 정전사태가 잇따르면서 주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세종시 첫마을아파트는 1단계에 2005가구가 입주해 89.4%의 입주율을 보였고, 상점은 82개 중 81개가 입점을 마쳤다.
현재 빗물피해를 입은 단지는 첫마을 1단지와 2단지를 비롯하여 3단지 309-312동 등 100여 가구다. 빗물로 누전되어 정전사태가 발생하거나, 거실 바닥에 스며든 빗물로 마루가 썩어 민원이 발생했으나 닷새가 지나도록 복구가 안 돼, 주민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처럼 첫마을아파트는 최근 내린 비로 누수를 입었다는 가구가 수백 가구에 이르고 있다. LH와 시공업체 측은 "흔히 있는 일이다, 부실공사가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 주민이 격분하고 있다.
지난 15일, 3단지 주민은 관리사무소 측에 누수 현상과 정전사태를 신고하면서 복구를 요청하자, 관리사무소 측은 "확장공사를 해서 집 안으로 빗물이 들어오다 보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대규모 아파트를 짓다 보면 누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이 아파트가 특별히 사례가 더 많은 것도 아닌데 한 부분만 크게 부각하는 건 문제"라는 안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첫마을 주민과 첫마을카페 회원들은 누전과 누수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집단적인 움직임을 할 태세다. '첫마을아파트입주자모임카페'에는 비로 인한 누수 피해사례가 빼곡하게 올라있다.
카페에 올라온 사례는 "308동 11-12라인 지하 2층 주차장 바닥에 물이 흥건하네요","103동 11-12라인 공용 복도 계단에 빗물이 흘러 내린다","201동 16-19라인 엘리베이터에서 비가 줄줄 새다가 결국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됐다"는 등 누수와 정전 피해사례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또, 누수와 누전 때문인 정전사태는 아파트뿐만 아니라 상가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2단지 상가아파트 여러 곳에서 천장 누수와 정전사태가 발생해 온종일 영업을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2단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9)씨는 "점심때 손님이 가장 많은데, 정전사태로 영업을 못했다"면서 시공업체와 LH, 한국전력 등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LH 세종본부 첫마을 자산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누수 원인은 사안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입주민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며 "누수는 어느 아파트나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례인데, 첫마을아파트는 형태가 다양하고 입주민의 기대치가 높다 보니 과대 포장하는 경향도 있다, 확대 해석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의 불편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LH와 시공업체 측 그리고 관리사무소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조치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누전으로 인한 정전사태에 대해서도 '전기가 끊어져서 위험하지는 않다', '하청 업체에 점검을 지시해 놨다'는 말로 비껴가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5일째 전기가 끊긴 주민 임한수(53·가명)씨는 "누수든 누전이든 당하는 입장에서는 부실시공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는데, 사과는커녕 별일 아닌 걸 갖고 웬 난리냐?"는 태도에 화가 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첫마을 주민은 "LH와 시공업체가 부실시공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려 해 이 문제에 대한 공동대책이 필요하다"며 집단으로 대응할 움직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