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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오과금 증거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과 PC방 업주가 넥슨의 오과금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넥슨 오과금 증거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과 PC방 업주가 넥슨의 오과금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 이윤지

오전 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다. 태풍도 지나갔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온라인게임업체 넥슨(nexon) 본사 앞은 한산했다. 19일 오후 2시에 이곳에서 '넥슨의 불공정 거래 규탄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금융소비자협회가 주최하고 PC방 업주들이 참여하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두 중년 여성이 주최 측보다 먼저 모습을 나타냈다. 손에 문서 꾸러미를 들고 연신 두리번거렸다. 인천 청천동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55)였다.

기자회견에 앞서 A씨는 넥슨에게 당한 이야기들을 기자에게 털어놨다. 먼저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차단한다는 얘기였다. 프리미엄 서비스란 게임 업체들이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PC방에게 이용 요금을 받는 것이다. A씨는 가정에서는 무료로 이용 가능한 게임도 PC방에선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입해야 할 수 있다며 억울해했다.

두 번째는 PC방 오과금 문제였다. A씨는 증거자료까지 보여주며 열변을 토했다.

"여기 PC 꺼져 있는 거 보이시죠? 그런데 이것도 게임을 사용했다고 돈이 나가요. 그리고 여기 보면 접속 시간이랑 종료 시간이 똑같잖아요? 이것도 그냥 클릭 한 번 한건데 다 1분으로 계산한 거야. 클릭 한 번에 1분."

마지막은 이른바 '게임 끼워팔기'였는데 '정량제'라는 이름으로 비인기 게임까지 끼워서 16개씩 묶어 판다는 것이었다. A씨는 타사도 어느 정도 끼워 파는 행태는 있지만 적어도 선택 여지는 있었다고 말한다. 반면 넥슨은 게임을 선택 구매한다고 하면 게임 접속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PC방 업주들이 넥슨 본사 앞에 나타난 까닭

오후 2시가 가까워오자 사람들이 모였지만 8명이 전부였다. A씨는 "다들 오고는 싶어했는데 아르바이트생 쓸 여력은 안 되고 일 때문에 못 왔다"며 아쉬워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더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일본 법인인 넥슨 제팬은 한국 넥슨코리아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창업하고 성장한 넥슨이 일본 법인을 모(母)회사로 하는 납득할 수 없는 지배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장 대표는 "일본 넥슨이 한국 넥슨의 막대한 수익을 갈취하는 것을 막고 투명한 경영과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하도록 감시, 비판할 것이다"이라며 '게임 끼워팔기', '오과금'과 같은 넥슨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행태를 폭로했다.

백성진 금융소비자협회 사무국장은 넥슨 자회사 소액주주 피해를 거론했다. 넥슨이 인수한 회사 공시를 회피할 목적으로 소액주주를 강제 퇴출시켰다는 것이다. 백 사무국장은 넥슨이 비상장 회사인 엔도어즈를 인수하면서 '1 대 1만' 주식 병합으로 1만 주 이하를 보유한 5% 내외의 소액주주를 퇴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우리 단체들은 넥슨과 PC방 업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오과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기구를 만들어 요금 전산 시스템을 검증할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표준요금제'를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넥슨 "게임 개별구매도 가능해, '끼워팔기' 아니다"

넥슨 불공정 거래 규탄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 19일 역삼동 넥슨 본사 앞에서 넥슨의 불공정 거래 규탄 및 대책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넥슨 불공정 거래 규탄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19일 역삼동 넥슨 본사 앞에서 넥슨의 불공정 거래 규탄 및 대책마련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윤지

넥슨 홍보팀 관계자는 이들 단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13년째 전산시스템에 변화가 없다는 협회 주장에 대해 이 관계자는 "오히려 13년 동안 계속 개발, 유지, 보수, 업그레이드를 해왔다"면서 "그만큼 오랫동안 안전성이 검증된 시스템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작년부터 '자동보상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아닌 외부환경에 의해서 만에 하나 오차가 발생해도 자체적으로 발견하고 통보하고 거기에 대해서 자동 보상까지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끼워팔기'에 대해서도 입장이 달랐다. '정량제'로 묶어 팔며 선택권이 없었다는 PC방 업주 쪽 주장에 대해 "개별 상품이 있고 선택할 수 있다"면서 "다만 여러 가지 묶어 파는 통합정량제 상품을 구매하면 그만큼 싸게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협회에서 그동안 어떠한 접촉도 없어 요구 사항도 몰랐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요구가 담긴 공문을 들고 본사 입구로 들어갔다 되돌아 나와야 했다. 백 사무국장은 "경비원에게 넥슨이 '못 들어오게 막아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허탈해했다. 결국 문서를 직접 전하지 못한 협회 측은 내용증명 양식으로 넥슨 쪽에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윤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1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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